‘같이 세상을 뜨자’고 유인한 여성을 성추행하고 해당 여성의 극단적 선택을 방조한 혐의로 4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울산지법 형사13부(김현환 부장판사)는 자살방조와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3·남)씨에게 이같이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A씨에 대한 정보를 3년간 공개·고지하도록 하고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 3년간 제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3년간 부착,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접근 금지,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120시간 이수 등을 명령했다.
범죄 사실을 보면 평소 SNS를 통해 불특정 다수와 자살과 관련한 대화를 했던 A씨는 지난해 8월 초순 B(28·여)씨를 알게 됐다.
A씨는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자고 유인해 경기도에 사는 B씨를 울산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다.
A씨는 자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B씨를 강제로 추행했다.
이어 두 사람은 수면제를 나눠 먹고 집안에서 번개탄을 피웠는데, 냄새를 맡은 위층 주민의 신고로 경찰과 소방대가 출동하면서 B씨는 구조됐다.
그런데 정작 A씨는 수면제를 먹은 지 2∼3시간 만에 경찰 등이 출동했을 때 곧바로 잠에서 깨어 의식을 차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2009년에도 다른 사람의 자살을 도와줄 것처럼 속여 피해자들을 강간하고 상해를 입힌 혐의(촉탁살인미수죄·강간치상죄 등)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함께 수면제를 복용했다면 스스로 일어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므로, 피고인이 애초에 자살을 빙자해 성범죄 대상을 물색했거나 자살 시도 과정에서 성범죄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자살을 권유한 피고인의 행위는 생명의 존엄성에 반하고 생명경시 풍조를 조장해 사회에 미치는 해악이 매우 크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자살방조 행위가 다행히 미수에 그쳤고, 피고인이 만성적 우울함에 기반해 자살 충동에 매몰된 상태로 평가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김호경기자 khk01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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