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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기업 일감몰아주기 제외’...공정위 반대에 없던일로

공정위 "꼼수 우려...실태 분석 우선돼야" 기재부에 반기

“기술 유출 막자니 일감 몰아주기 위반” 특허기업 진퇴양난





정부가 독점기술을 가진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를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려던 방침을 백지화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세당국인 기획재정부의 이 같은 세법시행령 개정 방침에 “기업들의 꼼수가 우려된다”며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재계는 “기업 관련 세법시행령 개정 중 가장 의미 있는 부분이 무산됐다. 말만 화려한 친기업 행보의 단면을 보여줬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정부는 7일 국무회의를 열어 지난달 7일 발표한 세법 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서 21가지 사항을 수정해 의결했다고 밝혔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시행령 개정안은 다음주에 공포된다.

확정된 개정 시행령에서는 ‘불가피한 일감 몰아주기’에 과세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상속·증여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삭제됐다. 당초 기재부는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특수관계법인과의 내부거래라도 특허 보유 등 기술적 연관성에 따른 부품·소재 거래라면 ‘불가피한 거래’로 보고 해당 거래에서 발생하는 매출액만큼은 일감 몰아주기 과세에서 제외하기로 했었다. 특정 기술에 대한 특허를 보유한 곳이 특수관계법인 A사밖에 없다면 A사를 통하지 않고서는 제품을 만들기 어려워 거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예외를 두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일감 몰아주기 과징금 부과 등 공정거래법 소관부처인 공정위가 “특허를 아예 대상 기업에 넘기고 특수관계법인과 거래하는 식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기재부에 이의를 제기했다. 예외조항을 악용해 꼼수를 부릴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공정위는 계열사가 특수관계법인에 특허권을 넘기고 세법상 일감 몰아주기 과세 예외 조항을 활용해 거래를 계속하는 쪽으로 거래 행태를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단체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재부가 포괄적으로 과세를 예외로 인정해주려는 데 대해 공정위는 기업이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우려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정위의 지적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실태조사 후 입법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세법 개정에 따른 파급 효과가 파악되지 않았다는 의견도 기재부에 강하게 피력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과세 예외 조항을 줬을 때 어떤 효과가 발생하고 수혜법인이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 등이 명확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부분에 대한 실태분석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제를 총괄하는 막강한 힘을 가진 기재부에 특정 부처가 “실태조사가 먼저”라며 면박에 가까운 사실상의 반기를 든 것은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공정경제 정책 기조를 주도하고 있는 공정위에 기재부가 보조를 맞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기업들은 시행령 개정이 무산된 데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기업체의 한 임원은 “기업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이었는데 무산돼 아쉽다”며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일감 몰아주기 제재를 받아야 하는데 특허기업들로서는 진퇴양난”이라고 전했다. 이 임원은 “핵심기술 유출을 막고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관계사와의 불가피한 거래마저 세법상 예외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 아이러니하다”고도 꼬집었다. 오히려 공정거래법 시행령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관련해 기업의 효율성·보안성·긴급성이 있는 경우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특수한 개별 사례에 대해 입증을 거쳐 예외로 인정하는 것과 세법 개정을 통해 포괄적으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다르다”고 해명했다.

공정위의 문제 제기 논리가 지나치게 ‘규제를 위한 규제’에 매몰돼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의 취지는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를 막겠다는 것”이라면서 “기재부도 기술적 사유로 불가피하게 특수관계법인과 거래하는 것은 오너의 사익 편취와 크게 연관이 없다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재영·박효정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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