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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하는 고용절벽] 실업 122만명 19년만에 최악…고개 드는 '일자리 추경'

취업자수 1만명대 증가 그쳐 실업률 4.5%로 9년래 최고

'반도체 쇼크'제조업 17만명↓·최저임금 3대업종 18만명↓

고용참사에도 정부 "고용질 개선" 현실과 동떨어진 평가 내놔

13일 서울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열린 실업급여 설명회장 앞에 실업자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권욱기자




지난 1월 실업자 수가 122만명을 넘어섰다. 19년 만에 최대다. 실업률도 4.5%로 9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취업자 수는 1만명대 증가에 그쳤다. 정부가 수조원대의 일자리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고용 사정이 개선되기는커녕 더 악화하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 위기가 질 좋은 일자리의 감소로 연결됐다. 최저임금 추가 인상은 상대적으로 고용 취약 계층에 직격탄을 날렸다. 여기에 그간 전체 취업시장에서 임시·일용직 근로자를 대거 흡수해온 건설업 고용시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 안팎에서는 벌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13일 내놓은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23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1만9,000명 늘었다. 지난해 8월(3,000명) 이후 증가 폭이 가장 작고 정부의 올해 목표치인 15만명 증가에 한참 못 미친다. 최저임금 민감 업종의 일자리 감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에도 계속됐다. 도·소매(-6만7,000명), 숙박·음식점(-4만명), 사업시설관리(-7만6,000명) 등 최저임금 민감 3대 업종에서만 18만3,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최저임금이 지난해 16.4% 급격하게 인상된 상황에서 올해 10.9%가 추가로 인상되자 여지없이 타격 업종의 일자리 감소가 나타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하는 대표 업종인 제조업의 취업자 수가 17만명 급감했다. 지난 2017년 1월(-17만명) 이후 2년 만에 최대 폭이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반도체 등 전자부품과 산업용 장비 같은 전기장비 쪽에서 감소 폭이 확대됐다”면서 “반도체 경기 둔화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시·일용직 비중이 높은 건설업 위축도 본격화했다. 건설업은 부동산 경기 위축의 여파로 2016년 7월 7,000명이 줄어든 후 30개월 만에 처음으로 취업자 수가 줄었다. 감소 폭은 1만9,000명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건설업 취업자 수 감소는 전체 고용시장을 얼어붙게 만들고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곳곳에서 사라진 일자리는 사실상 나랏돈이 투입된 ‘세금 일자리’가 떠받치고 있다. 각종 보조금과 지원금 형태로 정부 예산이 대거 흘러 들어가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은 취업자 수가 17만9,000명 늘며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농림어업 취업자 수도 10만7,000명 늘었다.



고용 사정이 전방위적으로 악화하는 가운데 정부는 19년 만에 최대를 기록한 실업자 수를 노인 일자리 사업 영향으로 돌렸다. 정부는 지난해보다 10만명 많은 61만명 규모의 노인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신청자 접수가 1월에 진행되면서 실업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는 것이다. 정 과장은 “일자리 사업 신청을 1월에 받으면서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돼 있던 노인들이 구직 의사가 있는 경제활동인구로 바뀌었고 이 과정에서 실업자로 통계가 잡혔다”고 설명했다. 1월 실업자는 122만4,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만4,000명 늘었고 이 중 13만9,000명이 60대 이상 노인층이다. 그러나 통상 1~2월이 실업자 수가 높게 집계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실업자 급증이 단순히 노인 일자리 사업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1월 실업자 증가 폭(20만4,000명)은 2014년 4월(20만7,000명) 이후 가장 크다.



정부는 이 같은 참사 수준의 고용 상황 악화 속에서도 “고용의 질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일반 국민 체감과는 동떨어진 평가를 내놓았다. 상용직 취업자가 지난달 27만9,000명 늘고 청년 고용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고용의 질 개선 근거로 들었다. 25~29세 청년층 고용률이 68.6%에서 69.9%로 1년 전보다 1.3%포인트 개선됐다고도 했다. 하지만 15~29세 실업률은 8.9%로 전년 동기 대비 0.2%포인트 상승했다. 청년 체감실업률은 23.2%로 201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상용 근로자가 늘어 고용의 질이 개선됐다는 정부 주장을 체감할 국민은 많지 않다”면서 “임금과 고용 형태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상용 근로자가 늘었다는 것만으로 고용의 질 개선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활력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추경 편성은) 두고 봐야 한다”면서 “편성 방침이나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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