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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4> ‘다음’ 차단한 만리방화벽…중국엔 이익일까

위는 중국 베이징에서 접속한 ‘구글’ 사이트다. “사이트에 연결할 수 없음”이라는 표시만 뜬다. 아래는 미국 뉴욕에서 접속한 ‘바이두’ 사이트다.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이들은 상호주의 원칙에 이긋나는 사례다. /인터넷 캡처




중국에서 한국 인터넷 포털 ‘다음’ 접속이 차단된 지 3주째를 지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27일부터 다음 사이트 접속을 완전히 막고 있다. 16일 현재 다음 사이트에 접속하면 ‘이 페이지에 연결할 수 없음’이라는 표시만 뜬다. 중국에서는 10여년 전부터 다음 내 일부 블로그 등이 막힌 상태지만 지금은 아예 사이트 접속 자체가 불가능하다. 다음이 무슨 잘못을 했길래…. 주중 한국대사관이 중국 측의 설명과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가타부타 아무 이야기도 듣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타깃이 다음만은 아니다. 네이버 카페와 블로그도 지난해 10월부터 막혔다. 네이버 뉴스 접속이라도 되는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카카오톡·라인 등 메신저 접속도 사실상 차단된 상태다. 포털없는 생활이라니. 중국 현지에서 생활하는 한국인들의 생활불편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이런 것들로 인해 중국인들의 생활은 편해졌을까.

국제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중국에서는 해외의 포털이나 언론매체를 거의 접속할 수 없다. 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 등 영미권 언론, 홍콩과 대만 언론 등에 더해 구글·페이스북·유튜브·트위터·인스타그램 등 포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도 열리지 않는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다음과 네이버가 문제지만 글로벌 차원에서는 구글과 관련한 논란이 더 크다. 구글은 지난 2006년부터 중국에서 검색엔진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중국 정부의 검열정책에 순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10년 접속이 차단됐다. 최근에 중국의 검열정책에 굴복하는 듯한 ‘드래곤플라이 프로젝트(중국의 검열·통제를 따르는 중국용 검색엔진 개발)’를 추진하다가 미국 내외의 강력한 비판을 맞고 중단한 상태다.

중국은 ‘황금방패(공식 명칭은 금순공정·金盾工程)’라는 인터넷 검열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지난 1998년부터 운용되기 시작했으며 20여년 동안 나름의 기술 발전을 이뤘다. 공식적으로는 해로운 인터넷상의 콘텐츠로부터 중국인을 보호한다는 이유다. 하지만 ‘유해한’이라는 꼬리표는 무한정 확대 중이다. 이유에 대한 구체적 설명도 없다. 사실상 중국 정부가 모든 내용을 자의적으로 삭제할 수 있다. 해외 사이트의 접속 자체도 마찬가지로 수시로 차단된다.

해외에서는 이런 인터넷 방화벽이 거대한 만리장성과 같다며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 of China)라고 불린다. 틀리지 않는 표현이다. 다만 과거 만리장성이 외부로부터 침략을 막지 못한 것처럼 현재 만리방화벽의 효과도 궁극적으로 중국이나 중국민에게 득이 될지는 의문이다.

중국은 자국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으로 만리장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만리장성의 ‘가성비’는 형편없었다. 만리장성을 실제 구축한 한족 왕조는 ‘진시황’ 영정의 진(秦)과 주원장의 명(明) 정도다. 하지만 진과 명은 내부 반란으로 멸망했다. 명은 100여년의 인력과 경비를 들여 현재까지도 남아 있는 만리장성을 건설했지만 1644년 만주족이 이 벽을 넘는 데는 아무런 장애가 없었다. 명의 멸망은 당시 지배층들의 실정 때문이었다. 특히 만리장성을 쌓고 유지하는 부담은 농민들이 격분시켰다.

베이징에서 ‘다음’ 사이트에 접속하면 이러한 표시만 뜬다. /인터넷 캡처


다음을 포함해 구글이나 유튜브, 페이스북 등 글로벌한 온라인 채널 없이 중국인들은 어떻게 정보를 획득하고 생활할까. 중국 자체의 것이 있기는 하다. 구글 대신 바이두가 있고 유튜브 대신 유쿠, 트위터 대신 웨이보, 카카오톡 대신 위챗(웨이신) 등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바이두나 유쿠, 웨이보, 웨이신 등은 사실상 중국 국내용이다. 즉 중국인들이 정보를 올리고 중국인들이 받아보는 것이다. 반면 한국을 포함해 거의 대부분의 나라 사람들이 볼 수 있고 또 사업에도 이용하는 유튜브를 중국인들은 접속할 수 없다. 당연히 중국에 있는 한국인 등 외국인도 이런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는 중국인들과 타국 사람들의 정보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유튜브를 통해 세계 다양한 국가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외국과, 그렇지 않은 ‘우물안 개구리’ 중국은 완전히 다른 출발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014년 한국의 TV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도 대히트를 할 때 당시 중공 정치국 상무위원인 왕치산 중앙기율위원회 서기가 “왜 중국은 이런 작품을 못 만드냐”고 질책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만약 중국인들이 아직도 이유를 모른다면 정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만리방화벽은 중국문화의 해외전파에도 장애가 된다. 한국에서 어떤 변두리 가게가 유튜브에 뜬 동영상으로 인기방문지가 됐다는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한국인들이 다른 나라의 상품과 장소를 이용할 때도 SNS는 거의 필수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그게 안된다. 웨이보나 웨이신에 올려봤자 단지 중국내 국내용일 따름이다. 중국 방송에서는 춘제 연휴 때 유명 오리 요리집인 취안쥐더(전취덕·全聚德)에 대한 특집이 나왔다. 무려 155년 된 명품 가게라는 설명을 곁들여서다. 방송은 “취안쥐더 오리가 디즈니의 오리(‘도널드 덕’을 의미)보다 더 유명하게 됐다”고 말했다. 물론 이는 중국 내에서만 사실이다. 웨이보나 웨이신에는 취안쥐더에 대한 소개들이 넘쳐 나지만 정보는 대개 국경선을 넘지 못한다.

중국 정부가 왜곡된 해외에 주의 주장에 대해 항상 반박을 내놓지만 이는 해외 언론이나 SNS에는 반영이 안된다. 반영이 되더라도 또 왜곡되곤 한다. 유튜브나 트위터를 직접 이용한다면 훨씬 효과가 좋을 듯한데 이것을 하지 않는 것이다. 반면 대만은 다르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신년인사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세계적인 반향을 받았다. 그는 “중국도 자유와 민주의 축복을 받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특히 상호주의가 문제다. 예를 들어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중국의 바이두, 유쿠, 웨이보, 웨이신을 아무 장애 없이 보고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구글이나 유튜브, 트위터, 카카오톡이 안된다. 베이징 소식통은 이에 대해 “중국 당국은 자국 내 법률에 따른 것이라며 이의 제기를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전했다.

이러한 불공정에 대해 미국도 발끈하고 있다. 최근 구글이 중국 검열정책에 맞춘 검색엔진을 개발한다는 보도에 대해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구글의 (중국 전용) 검색엔진 개발은 중국 공산당을 돕는 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미중 무역협상에서 인터넷 채널 문제는 제기되지 않고 있지만 미국의 전반적인 무역전쟁 강공에는 이런 근본적인 불만이 깔려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의 만리장성 바다링(팔달령)의 모습. 눈이 내린 성벽위를 관광객들이 힘겹게 걷고 있다. 만리장성은 당초의 희망과는 달리 적의 침략을 막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의 ‘만리방화벽’의 타깃은 해외 사이트만이 아니다. 중국 전문가들은 원래 만리방화벽이 중국내 인터넷 통제를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평가한다. 최근에는 검열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해 중국 웨이신에서 기사 검열로 미중 무역전쟁, 불량백신 파동, 미투 등의 기사가 무더기로 삭제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SCMP에 따르면 홍콩대 연구진이 지난해 웨이신에 보도된 104만건의 기사를 분석한 결과 1만1,000여건의 기사가 검열됐다. 웨이신이 중국인들의 필수 정보 유통 통로라는 것을 감안하면 무역전쟁 뉴스는 이들에게 다가가지 못한 셈이다. 만약 보통의 중국인이 미국인과 만나서 양국의 최대 이슈인 무역전쟁에 대해서는 토론을 벌인다면 전자는 결코 후자를 이길 수 없을 것이다. 무역전쟁에 미래 중국의 사활이 걸려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는 굳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은 지난달 3일부터 21일까지 733개 웹사이트와 9,382개 스마트폰 앱을 삭제했다. 또 같은 기간 709만여건의 인터넷 게시물과 SNS 등 온라인 계정 30만여개를 내렸다. 모두 구체적인 설명도 없이 ‘유해한’ ‘불법의’ 등의 의견만 붙어있다. 특히 중국 내에서도 대기업인 텐센트의 뉴스 추천 앱 ‘텐텐 콰이바오’를 꼭 집어 “인터넷 생태계를 저해하는 저속하고 부정적이며 해로운 정보를 유포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물론 중국의 인터넷 정책이 규제 위주인 것은 아니다. 어르는 것이 있다면 달래기도 있다. 중국 당국이 원하는 ‘긍정적인 사상’을 퍼뜨리기 위해서다. 즉 중국 공산당 중앙정법위원회가 운영하는 웨이신 계정 ‘창안젠’(長安劍), 런민일보의 소셜미디어 계정 ‘협객도’(俠客島) 등이 그것이다. 다만 쉽지만은 않을 듯하다. 이에 대해 홍콩 SCMP는 “중국 정부가 인터넷 단속과 함께 육성을 위해 노력하지만 오히려 젊은 세대의 불만과 냉소주의만 확산 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 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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