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완전한 비핵화 조치가 아닌 핵 동결 등 현 상황관리를 성과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을 내놓은 것은 비핵화 협상의 기대치를 낮춰 자신의 외교적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에도 여러 차례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고 있는 점을 성과로 내세운 점을 볼 때 이번주 시작될 실무협상의 비핵화 의제가 핵 동결 수준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멕시코 장벽 건설 예산 마련을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포 관련 기자회견에서 “1차 (싱가포르) 회담에서 많은 것이 이뤄졌다”며 속도조절론을 재차 언급하며 북한과의 협상이 장기전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협상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아닌 미사일·핵 실험 중단과 한국전 참전 유해 송환, 억류자 송환 등 1차 정상회담의 결과물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함에 따라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정상회담이 ‘스몰딜’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론도 확산하고 있다.
이번주 시작될 북미 실무협상에서 양측은 핵 리스트 신고, 핵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일부 폐기, 영변 핵시설 폐기 또는 동결·불능화, 대북제재 완화·해제,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종전선언 등의 다양한 의제를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가 영변 핵시설 폐기 플러스 알파(+α) 또는 핵 리스트 신고 등 비핵화 검증 로드맵과 대북제재 완화·해제에 합의하는 경우 ‘빅딜’로 최상의 결과물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재’를 재차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북한의 핵 리스트 신고, 영변 핵시설 폐기 등 비핵화 검증에 따라 그에 대한 상응조치로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 등 제재를 완화하는 빅딜과는 거리가 다소 있는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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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1차 정상회담 때처럼 스몰딜 등 2차 정상회담의 결과물에 따른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차 정상회담 때도 완전한 비핵화라는 문구를 북한으로부터 받아냈지만 추상적인 합의에 동의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서울경제신문 펠로(자문단)인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현재 북한이 비핵화 조치와 관련해 구체적인 안을 내놓았다는 얘기는 없는데 트럼프 대동령도 현재 상황에서 빅딜이 나오기 어려운 것 같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내 기대치를 미리 낮춰놓고 협상에 나서려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실제 최근 미국 조야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보다 동시적·병행적 협상으로 선회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폴란드 순방길에서 진행한 방송 인터뷰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진전을 이루고 중대한 발걸음을 내딛게 되기를 진실로 희망한다”며 “제재 완화의 대가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우리의 전적인 의도”라고 밝혀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한층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나오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본토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ICBM과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합의가 최악의 베드딜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 센터장은 “미 본토의 안전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ICBM 폐기에 따른 상응조치로 대북제재를 해제해주면 상황관리가 아니라 이제 북한의 핵 보유 지위가 고착화할 우려가 있다”며 “현재 제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도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나서지 않고 있는 점을 볼 때 제재가 완화되면 될수록 김 위원장은 비핵화 조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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