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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스튜어드십 코드 ‘시즌1’ 왜 초라할 수밖에 없었나

김상훈 시그널팀 기자

김상훈 시그널팀 기자




동상이몽이었을까. 지난 14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현대그린푸드에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저배당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나란히 올렸던 남양유업은 불과 일주일 전에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칼날 위에 올라섰었다. 수탁자책임위는 배당정책의 유무가 운명을 갈랐다고 했지만 설명은 석연치 않다.

돌이켜 보면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시즌1’은 그야말로 갈지자 행보였다. 첫발은 창대했다. 지난해 12월 시민단체가 조양호 대한항공 대표이사 해임을 촉구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기금위가 수탁자책임위에 적용 여부와 범위를 검토하라는 결정을 내리자 진영 싸움으로까지 비화했다. 1월23일에는 보건복지부가 수탁자책임위의 1차 회의 결과 반대의견이 우세하다고 발표했지만 당일 문재인 대통령이 적극적인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를 주문하면서 상황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대통령까지 나서 분위기를 지핀 것치고는 결과가 초라했다. 한진칼에 배임·횡령 등으로 형이 확정될 경우 이사직이 자동 박탈되도록 정관을 바꾸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관변경을 제안한 게 고작이었다. 배당 관련 주주권 행사도 마찬가지였다.



예견됐던 결과를 놓고 혼란을 키운 것은 정부였다.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것은 이미 명명백백했던 상황. 우선 스튜어드십 코드를 가로막는 제도적 장애물이 여전하다. 국민연금이 기업의 경영에 참여하려면 자본시장법도, 상법도 아직 고쳐야 할 것투성이다. 배당을 높이라는 요구도 양날의 검이다. 주주 가치 극대화라는 원칙도 좋지만 자칫 대주주인 오너 일가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없애고 이를 통해 국민의 노후 자금을 불린다는 것은 누구나 환영할 일이다. 다만 이를 탈법을 일삼는 재벌을 때려잡는 도구로 삼으려는 순간 주(主)와 객(客)이 뒤바뀐다. 현실의 벽을 눈앞에 두고도 무리하게 추진한 게 되레 스튜어드십 코드의 목적을 변질시켰다는 쓴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즌1의 초라한 성적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앞으로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국민연금은 되새겨야 할 것이다.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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