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이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극우 동맹당의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에게 면책 특권을 부여할지를 놓고 당원 투표를 벌인다. 오성운동은 기성 정치와의 차별화를 당의 정체성으로 삼고 있지만 이번 투표에서 살비니 부총리의 면책 특권에 반대할 경우 연립정부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오성운동은 오는 18일(현지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난민 감금과 직권 남용 혐의를 받고 있는 살비니 부총리의 면책특권이 해제돼야 하는지를 묻는 온라인 당원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이는 카타니아 특별법원이 지난달 검찰의 불기소 결정을 뒤엎고 살비니 부총리를 재판에 회부하기 위한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에 따른 것이다. 아프리카계 난민 170명이 지난해 8월 이탈리아 해안경비대 함정에 실려 시칠리아 항만에 입항했지만 살비니 부총리는 유럽연합(EU)의 분산 수용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이들의 하선을 열흘 동안 막았다. 이 문제로 살비니 부총리는 불법 감금, 직권 남용 등의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올랐으나 검찰은 상원의원의 기소 면책특권을 들어 불기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오성운동은 19일 상원 면책 위원회 회의에 하루 앞서 당원들의 뜻을 확인하기 위해 온라인 투표를 진행키로 했다. 난민을 분산배치 하기 위해 하선을 막은 살비니 총리의 행동이
국가 이익을 위한 것이었는지를 놓고 찬반 투표를 벌이는 것이다. ‘그렇다’는 응답자가 많으면 오성운동은 19일 회의에서 살비니 부총리의 면책 특권에 동의하겠지만 ‘아니다’라는 답변이 많을 경우에는 반대의 상황이 벌어진다. 살비니 부총리가 면책 특권을 잃고 재판에 서게 되면 최대 15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오성운동은 딜레마에 빠졌다. 오성운동이 지난 총선 때 부패한 기성 정치와의 결별을 구호로 삼아 단일정당 1위에 오른 만큼 면책 특권에 반대해야 마땅하지만 이럴 경우 연립정부가 붕괴될 위험에 처한다. 특히 오성운동 지지율이 떨어지고 동맹당 지지율은 치솟는 상황에서 동맹이 오성운동과 결별하면 동맹당이 조기 총선을 강행해 단독 정부를 꾸릴 수 있다. 현지 신문 ‘라 리푸블리카’ 여론조사에 따르면 동맹 지지율은 지난해 12월 32.2%에서 올 1월 33.7%로 오른 반면 오성운동 지지율은 같은 기간 25.7%에서 24.9%로 떨어졌다. 이러한 이유로 오성운동의 추천으로 총리직에 오른 주세페 콘테 총리는 최근 상원에 서한을 보내 “살비니 부총리의 결정은 정부 차원에서 집단적으로 내려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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