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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통상임금 신의칙, 핵심은 약속에 대한 신뢰

김영완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





6년 전 일이다. 지난 2013년 9월5일, 대법원에서 통상임금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이 열렸다. 대법관이 물었다. “왜 지금까지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합의하지 않았습니까.” 근로자 측은 답했다. “감히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대법관들은 여기에 주목했다. 2013년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이라는 법리가 나온 배경이다. 과거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합의해놓고 통상임금에 관한 해석이 변했다고 그 합의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추가 임금을 요구하는 것은 노사 간 신뢰기반을 깨뜨린다고 본 것이다.

통상임금을 말할 때 돈에 관심을 갖는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면 근로자는 과거 3년 치 추가법정수당을 받게 되고 회사는 그만큼의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다. 최근 시영운수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면에 더 중요한 것이 감춰져 있을 때가 있다. 노동법에는 협약자치라는 말이 있다. 노조가 사용자와 대등한 교섭력을 가지고 합의했다면 법원도 쉽게 무효로 봐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노사관계는 단순한 계약관계가 아니다. 2인 3각 경기처럼 한쪽이 쓰러지면 경기에서 이길 수 없거니와 중간에 낙오된다. 자율이 한계를 만나는 지점이다. 근로자는 회사가 감당할 수 없는 임금을 마냥 요구할 수 없는 만큼 타협점을 찾는다. 함께 가기 위해 일정한 범위에서 자유롭게 합의하고 지키는 것, 이것이 노사관계의 근간인 노사자치다. 통상임금 범위 역시 노사 간의 합의다.

기아자동차는 2017년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한 후 생산량과 수출이 큰 폭으로 줄었고 충당금이 반영되며 적자로 돌아섰다. 이 부담은 고스란히 근로자들의 피해로 돌아간다. 기아자동차 사건에서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던 재판부는 “회사의 새로운 재정적 부담은 노사협의로 발전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재판부가 노사관계의 자율성과 약속에 대한 믿음을 헤아려주기 바란다. /김영완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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