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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5> ‘신용’ 없는 시장에서 몸집 불린 알리페이

중국 상하이의 한 가게에 모바일결제인 ‘알리페이’를 알리는 마크가 붙어 있다. 아래 유니온페이 신용카드보다 눈에 잘 띄는 곳에 있다. /블룸버그




“신용카드는 부자를 위한 것이고, 모바일결제는 가난한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회장 마윈이 지난 1월 24일 다보스 포럼에서 이른바 ‘신유통’에 대해 소개하면서 한 말이다. 알리바바가 모바일결제 업체인 알리페이를 운영하고 자사의 전자상거래도 대개 모바일결제로 되고 있으니 나름대로 자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마윈의 자신감은 적어도 중국에서는 모바일결제가 신용카드를 이겼다는 결과론에서 나왔다. 중국에서 신용카드사들은 수십년 동안 마케팅을 해왔지만 별로 성공하지 못했다. 반면 모바일결제는 10년 만에 중국 유통시장을 제패했다. 현재 모바일결제를 이용할 수 없는 사람은 중국에서 기본적인 생활조차도 어렵다.

최근 한국에도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제로페이’ 등 모바일결제를 도입하거나 준비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의 영향이 크다. 중국인들의 소비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데에 모바일 결제가 도움이 됐다는 가설이다. 쉽고 간편한 모바일결제가 소비를 늘리고 소비자나 판매자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희망에서다. 다만 중국의 사례가 다른 모든 나라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이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시장경제’에 따른 독특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중국 상하이의 한 시민이 택시호출앱 디디추싱으로 택시를 부르고 있다. 디디추싱은 모바일결제가 확산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블룸버그


중국에서 모바일결제의 시작은 난 2003년에 나온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중국명 즈푸바오·支付寶)로 평가된다. 알리페이는 처음 전자상거래를 위한 지불수단으로 만들어졌으나 이후 다양한 분야에도 적용됐다. 특히 2010년대 초부터 모바일결제 시장이 크게 확산된다. 이른바 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O2O·Online to Offline)가 중국에서 급속히 보급되면서 이를 위해 모바일결제가 사용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택시호출 어플리케이션인 ‘디디추싱’의 대중화가 중요한 분기점이 됐다. 일반 택시를 잡기 위해 길가에 서 있기 보다 스마트폰의 디디추싱앱을 사용해 택시를 부르면 훨씬 편했다. 목적지에 도착해 요금을 지불할 때도 디디추싱과 연동된 모바일결제를 사용하면 된다. 이것이 얼마나 편한지는 중국에서 한번 해본 사람은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이후 음식배달·공유자전거 등 새로운 O20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모두 모바일결제를 사용했다. 또 알리바바와 함께 징둥, 쑤닝 등을 통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전자상거래도 모바일결제 규모를 키웠다. 이후 일반 오프라인 매장들도 받아들이면서 모바일결제가 대세가 됐다. 현재 중국 모바일결제 시장은 알리바바의 알리페이가 50%, 텐센트의 위챗페이(중국명 웨이신즈푸·微信支付)가 4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방송 등 매체들도 모바일결제 확산이 한몫한다. 중국 방송에서는 대개 스폰서 기업이 붙는다. 예를 들면 지난 설날(중국은 춘제)때 방송된 중국중앙방송(CCTV)의 춘완(춘제롄환완후이·春節聯歡晩會) 프로그램에서 후원사인 바이두는 생방송 중에 앱을 통해 10억위안(약 1,650억원)의 홍빠오(중국식 세뱃돈)을 뿌렸다. 지난 2016년 춘완에서 알리바바가 뿌린 돈 2억위안 보다 무려 5배가 늘어난 수치다. 시청자들이 방송을 보다가 재수 좋게 이런 돈을 받으려면 기본적으로 바이두앱에 연결된 모바일결제가 가능해야 한다. 다른 기업들도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홍빠오를 내놓았다. 기업은 홍보하고 매체는 후원을 받으며 시청자는 돈을 번다.

지난 2월4일 진행된 올해 중국 CCTV 춘완 방송에서 MC들이 바이두에서 제공하는 홍빠오를 소개하고 있다. /화면캡처


중국의 모바일결제시장은 다른 선진국과 다른 독특한 특징이 있다. 중국이 특별히 스마트폰 보급이 많다거나 모바일 기술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한국이나 미국 등과 비교하면 분명하다. 대신 중국에는 모바일결제의 경쟁자가 없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 최대경쟁자인 신용카드의 사용률은 중국에서 극히 낮다. 신용카드를 발급하기 위해서는 신용조회 회사가 개인의 신용정보에 기반해 작성한 신용등급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중국인 중 도시 지역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신용등급이 없는 상황이다. 10억이 넘는 인구를 신용조회·평가 하는 것이 큰 일인데 신용조회가 가능한 평가시스템이 없는데다 있어도 믿지 못한다.

알리페이를 만들면서 마윈이 가장 고민한 것이 이런 점이었다고 한다. 소비자들이 마음 놓고 물건값을 지불하고 판매상들도 받을 수 있는 지불수단 말이다. 알리페이 같은 모바일결제는 소비자가 보유한 은행 계좌에서 바로 판매상에서 계좌로 바로 이동하는 구조다. 이는 약간의 정보기술(IT)만 있으면 된다. 수수료도 크게 낮출 수 있다. 국내 금융권 관계자는 “모바일결제가 진보된 기술이라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맞지 않다”며 “기술보다는 규제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모바일결제와 신용카드의 차이점은 분명하다. 모바일결제는 반드시 계좌에 잔고가 있어야 한다. ‘외상’이 허용될 수 없는 구조다. 판매자가 외상을 주려면 구매자 개인에 대한 신용정보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중국에서는 부족하다. 현재 중국 신용카드 보급률은 20%가 채 안된다.

반면 한국은 신용카드가 이미 일반화됐다. 신용카드 보급률은 90%가 넘는다. 외상거래인 신용카드는 기간을 정해 할부도 가능한데 대개 무이자다. 은행이나 카드사를 활용해 외상 거래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현금거래 같은 알리페이 결제가 편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차피 전통적으로 현금 거래를 해온 중국인들에게 갑자기 등장한 모바일결제는 신기한 도구였다. 현금을 은행에서 찾아 지갑에 넣고 가서 가게 주인에게 건네주는 것보다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는 것이 편리하다는 것을 중국인들은 곧 터득했다.

알리페이 앱 모습 /블룸버그


중국인들이 모바일결제를 편하게 생각하는 데는 두 가지 요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개인적인 것이고 두 번째는 금융구조 상의 문제다. 우선 중국에는 위조지폐가 많다. 특히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돈을 지불해 본 한국인들은 누구나 처음에 불쾌한 감정을 가진다. 돈을 받는 중국인 점원이 지폐를 이리저리 살피고, 때로는 전등에 비춰보기도 한다. 받은 돈이 위폐가 아닌지 의심하는 것이다. 이는 위폐 범죄가 종종 일어나는 중국에서 당연한 절차인데, 한국인들 입장에서는 “누굴 사기꾼으로 보나” 하는 나쁜 감정을 가지게 한다. 거래마다 위폐 여부를 감별해야 하는 중국인들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즉 모바일결제 과정에서는 당연히 이런 수고가 필요 없게 된다. 이런 ‘위폐발생 가능 유통시장’이 한국 등 선진국과 다른 점이다.

더 중요하게는 여전히 개방되지 않은 금융구조다. 신용카드 시장이 성숙되기 위해서는 해외 개방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이다. 중국은 여전히 문이 닫혀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월 처음으로 미국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독자적으로 신용평가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내주기로 했다. 다만 이것도 최근 격화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회유책으로 내놓은 것일 가능성이 크다.

아직 글로벌 양대 신용카드사인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위안화 결제 승인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중국에서 신용평가 및 신용카드 시장이 성장할지는 의문이다. 앞서 말한 10억 인구에 대한 신용평가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고 있는 셈이다.

일부 모바일결제 옹호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모바일결제가 신용카드의 필연적인 다음 단계인가는 논란이 많다. 한국에서도 인터넷쇼핑에 전자결제는 많이 이뤄진다. 하지만 대부분 신용카드를 이용해서 결제하는 쪽을 이용한다. 선진국일 수록 현금이 아니라 신용, 즉 외상 거래를 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데 신용카드가 바로 그것이다. 모바일결제는 한국 내의 경우 ‘체크카드’와 같은 방식으로, 어떤 형식이든지 이미 보유한 자금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불편하다.

중국에서도 외딴 지역인 칭하이성 골무드의 한 가게에 위챗페이를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블룸버그


또 금융구조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중국에서 모바일결제의 확산은 분명 기업들이 주도를 했다. 다만 이러한 모바일경제사들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것도 중국정부가 허용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모바일결제는 모바일결제업체가 별도로 금융업을 영위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A씨가 위챗페이를 통해 대금을 지불할 경우 돈은 위챗페이에 맡겨진 것이거나 제휴관계의 은행 계좌에서 나간다. 보통 은행계좌와 연계돼 지불 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아쉽게도 지불시스템의 주도권은 모바일결제 업체에 있다. 즉 금융과 유통에서 가장 중요한 소비자의 빅데이터가 모바일결제 업체에 집중되는 것이다. 은행들은 자금만 관리하는 수동적 입장인 셈이다. 중국 정부는 이를 허용했다. 나름 신산업을 육성을 위해서라는 것이 금융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와 관련, 개인정보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모든 것이 모바일결제로 해결되고 이런 데이터가 집적될 수록 정보보호는 더욱 중요해진다. 엄격한 보호시스템 작동하는 한국과는 달리, 중국 당국의 의도를 의심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 가운데는 모바일결제 대신 일부러 현금을 사용한다는 경우도 많다. 개인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른 금융계 관계자도 “모바일결제가 보다 일반화하기 위해서는 금융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며 “다만 한국적 금융상황이나 소비자들 입장에서 그렇게 필요한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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