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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쥐를 안 잡아도, 오히려 주인 행세를 해도…소중한 ‘반려’ 고양이들의 이야기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 특별전

8월18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국립민속박물관의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 특별전에서 관람객들이 고양이 모형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립민속박물관




비 오는 어린이날 어디를 가면 좋을까.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반려동물 ‘양대 산맥’ 가운데 하나인 고양이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익숙한 듯 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고양이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다. 고양이가 호랑이와 같은 ‘고양잇과’라고 하면 호랑이가 화를 내려나. 고양이 반려를 맹수 키우는 기분으로 한다는 사람도 있다니 흥미로운 존재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립민속박물관(서울 종로구 소재)은 지난 3일부터 8월 18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이번 전시는 현대 민속의 관점에서 우리 삶 속 깊이 파고든 고양이를 재조명하며 인간과 고양이의 공존을 이야기하고 있다.

‘변상벽 필 묘작도’ 모습. 서울대박물관 소장. 사진 제공=국립민속박물관


고양이가 그려진 항아리. 사진 제공=국립민속박물관


일단 전시를 둘러보자. 옛사람들이 고양이에 대해 남긴 기록을 보면 쥐를 잡지 않고 오히려 고기를 훔쳐 먹는 고양이에 대한 질책도 있지만(이규보, 동국이상국집) 비단 방석을 깔고 앉아 재롱을 피우던 고양이가 죽자, 이를 묻어주며 슬퍼하는 모습(성현, 허백당집)도 눈에 띈다.

조선시대에는 고양이가 장수를 상징하기에 이를 기원하며 고양이 그림을 그렸는데, 특히 고양이를 생동감 있게 묘사하여 ‘변고양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변상벽의 고양이 그림도 전시 중이다.

영화 ‘살인마(1965)’ 포스터. 사진 제공=국립민속박물관


이 외에도 고양이가 ‘시체를 타 넘으면 시체가 벌떡 일어난다’거나, ‘고양이에게 나쁜 짓을 하면 복수를 한다’ 등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담긴 옛이야기와 고양이 귀신이 복수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 ‘살인마’(1965)도 소개되고 있다.

웹툰 ‘소금툰’의 한 장면. 사진 제공=국립민속박물관


최근 고양이의 일상도 다양하게 나와 있다. 집 나간 고양이를 찾아주는 고양이 탐정은 “고양이는 고장 난 시한폭탄처럼 언제 집을 뛰쳐나갈지 모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또 ‘집사’들이 반려동물인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집사 생활툰(웹툰), 인터뷰, SNS를 통한 사진 공모 등을 통해 담아냈다.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주는 고양이 탐정, 고양이 잡지 발행인, 고양이 전문 출판사 대표의 인터뷰를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고양이를 반려하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지칭하는 말인 ‘집사’는 고양이가 개와는 달리 오히려 주인처럼 행세하는 특성을 반영한 말이다.



또한 전시장에서는 국립민속박물관 공식 SNS 계정을 통해 공모한 ‘우리 고양이 자랑대회’에 참여한 전국 집사들의 반려묘 사진과 영상도 볼 수 있다. ‘나만 고양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거대 고양이와 함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다. 또한 ‘고양이 언어능력시험’과 같은 체험 콘텐츠를 통해 고양이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도 있다.

광고 ‘모두 늙어서 죽었으면 좋겠다’ 모습. 사진 제공=국립민속박물관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 포스터. 사진 제공=국립민속박물관


전시의 마지막은 고양이가 모두에게 환영받는 것은 아니며 길고양이와 캣맘을 둘러싼 부정적 인식과 사회적 문제 및 진정한 공존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장으로 구성돼 있다.

사진작가 김하연이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제작한 광고 ‘모두 늙어서 죽었으면 좋겠다’는 고양이들의 평균 수명이 15년인데 비해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2~3년밖에 되지 않는 현실을 지적한다. 또한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둔촌주공아파트가 철거되면서 남겨진 고양이들을 이주시키는 활동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도시 생태계에서 인간과 동등한 동반자인 고양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 모습. 사진 제공=국립민속박물관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점점 늘고 있다. KB경영연구소의 ‘2023 한국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 수는 총 552만으로, 네 가구 중 한 가구는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 그중 고양이는 27.1%로 개(71.4%)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한다.

그럼 고양이는 어떤 동물일까. 어쩌다 인간과 살게 됐을까. 최근 출간된 ‘세상 모든 것의 기원’ 등 관련 서적에 따르면 고고학적으로 발견된 고양이의 흔적은 중동 지역에서는 약 9000년 전, 중국에서는 5000년 전의 것이 가장 오래된 것이다. (개의 경우 3만 5000년 전의 유적이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한다.

이들 시기는 모두 신석기시대인 데. 인간의 입장에서는 농사를 시작하면서 비축한 곡식을 갉아먹는 쥐를 소탕할 ‘고양잇과’ 동물이 필요해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흥미롭게도 고양이를 어떻게 길들여졌는지에 대해서는 정설이 없다. 다만 맹수류에서 진화한 것은 분명하다. 호랑이과 고양이는 같은 ‘고양잇과’로 먼 친척이다. (개는 야생 늑대에서 진화했는데 인간과 밀착해 살면서 현재의 ‘반려’ 종으로 진화했다고 확실히 인정된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 특별전 입구 모습. 사진 제공=국립민속박물관


이는 고양이의 특성에 기인한다. 고양이는 독립적인 생태를 보이는 동물이다 보니 인간 주변에서 가깝게 살긴 했지만 지속적으로 가축화가 진행되지 않았다. 야생으로 되돌아가는 경우도 빈번했다. 따라서 고양이 뼈가 발굴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에게 생포된 야생 고양이인지, 집고양인지 밝히기가 어렵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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