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미국대사에 처음으로 여성이 임명됐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주미대사에 리마 빈트 반다르 알사우드 공주를 임명하는 왕명을 내렸다. 리마 신임 대사는 1983년부터 2005년까지 주미대사를 지낸 반다르 빈 술탄의 딸이다. 외교관 경험은 없으나 어린 시절을 미국 워싱턴DC에서 보냈고 조지워싱턴대에서 박물관학 학사 과정을 밟았다.
리마 대사는 사우디 왕가의 유력 혈통 출신이다. 리마 대사의 할아버지는 압둘아지즈 전 국왕의 열두 번째 아들인 술탄 빈 압둘아지즈로, 국방장관(1963∼2011년)과 제1왕위 계승자(왕세자, 2005∼2011년 사망)까지 지냈다. 술탄 빈 압둘아지즈는 사우디 알사우드 왕가의 핵심 세력인 ‘수다이리 세븐(압둘아지즈 국왕의 여덟 번째 부인 후사 알수다이리의 직계 아들 7명)’ 중 한 명으로, 수다이리 세븐에 속하는 살만 현 국왕은 리마 공주의 작은할아버지다.
■핵심 대사 자리에 여성, 왜
파격 기용해 개혁 이미지 부각
카슈끄지 사건 등 만회 시도
사우디가 최초로 여성을 핵심 대사 자리에 앉힌 이유는 사우디의 인권탄압 실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우려를 잠재우고 이미지를 쇄신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2005년 유학을 마치고 사우디로 돌아온 뒤 패션 회사 등을 운영하던 그가 주목받게 된 것은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사우디에서 부진했던 여성의 사회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개혁정책을 추진하면서부터다. 그는 사우디 스포츠청 여성담당 부청장 등 공직사회에서 ‘첫 여성’이라는 수식어를 기록할 만큼 사우디 여성의 사회 참여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국제사회는 그가 사우디에서 금기였던 여성의 스포츠 활동을 이끄는 역할을 맡아 중동의 여성계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로 성장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그의 상징성 때문에 사우디가 40대의 여성을 파격 기용해 개혁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인사에 대해 “사우디 왕가가 미국 사회에서 자국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10월 사우디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피살된 후 국제사회에서는 암살 배후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근에는 미 의회까지 나서 왕세자의 카슈끄지 암살 조사를 요구하는 등 사우디의 국제적 입지가 크게 위축됐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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