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 국회를 통과한 ‘일하는 방식 개혁 관련법’이 1일부터 단계적 시행에 들어갔다.
도쿄신문·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법은 시간외 노동의 상한 규제를 새롭게 도입한 것으로, 상한은 대기업의 경우 연간 최대 720시간, 한 달에 휴일 포함 100시간 미만으로 정했다. 이를 어기면 징역과 벌금이 부과된다. 중소기업에도 1년 후인 내년 4월부터 같은 규제가 적용된다.
그러나 한 달간 시간 외 노동 상한 100시간에 대해선 이미 지난해부터 과로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로부터 비판이 제기됐다. 산업재해로 인한 과로사 인정 기준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시간 외 노동은 기업별로 사측과 노동자측이 협약을 맺어 가능한 것인데 사실상 기존에는 상한 규제가 없었다.
법 시행을 앞두고 노동기준감독서에는 한 달간 상한을 99시간으로 두겠다는 기업의 협약 내용 신고가 잇따랐다. 새 법은 시간 외 노동 상한을 휴일 노동을 포함해 월평균으로는 80시간 이내로 정했다. 일본의 노동문제 전문가들은 한 달에 80시간의 시간 외 노동을 ‘과로사 라인(경계선)’으로 부르고 있다. 이 때문에 장시간 노동을 계속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새 법은 편의점 점주 등 개인사업주는 대상 외로 하고 있다. 또 일하는 방식 개혁 관련법은 유급휴가를 연간 10일 이상 취득할 수 있는 노동자에 대해선 최소한 5일은 부여해야 한다고 기업에 의무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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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퇴근 후 출근까지 노동자에게 일정한 휴식 시간을 보장하는 ‘근무간 인터벌(간격) 제도’도 시작됐다. 기업들이 이 제도 도입을 위해 노력할 의무를 갖게 된 것이다.
연간 수입 1,075만엔(약 1억1,000만원) 이상인 전문직을 근무시간 규제 대상에서 예외로 인정하는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도 이날 시행에 들어갔다. 대상이 되는 전문직은 증권사 애널리스트·외환 딜러·컨설턴트·연구개발자·금융상품 개발자 등 5개 직종이다. 이 제도에 대해선 정부가 나서서 과로사를 합법화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해 일하는 방식 개혁을 중요 사안으로 강조하며 제도화를 추진했다. 일본에선 2015년 대형 광고회사인 덴쓰에 입사했던 20대 사원이 과로에 시달리다 극한 선택을 해 사회적 파문이 일었고 이후 장시간 노동 문제가 부각됐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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