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군인권센터는 오는 5월 초 군 성폭력상담소 설치에 나선다. 국방부가 아닌 민간단체가 군에서의 성 문제를 전문으로 하는 상담 창구를 만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군인권센터는 상담소로 쓸 독립된 공간과 성폭력상담사 자격증을 갖춘 상담원 3명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 군인들이 어떤 경로로든 상담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모두 열어둘 방침이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기획정책팀장은 “상담을 원하는 병사들이 언제 어디서든 성 관련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 성폭력상담소 설치는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병사들이 믿고 신고를 할 만한 곳이 없는 상황을 대변한다. 국방부에 따르면 군인 간 성범죄로 입건된 경우는 지난 2014년 256건에서 2017년 396건으로 약 54%(140건) 증가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명확한 상명하복 체제 아래 권력을 가진 선임이 후임을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의 배경을 설명했다.
국방부에서 운영하는 군내 성폭력 상담 창구가 있지만 병사들은 이를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폐쇄적인 군 조직의 특성상 피해자가 ‘역공’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육군 예비군 정모(26)씨는 “선임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군인이 많지만 고발은 쉽지 않다”며 “피해 사실을 말했다가 신원이 노출되면 일이 커질 것이라는 걱정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도 “부대에서 생긴 성폭력 사건을 신고하면 자신이 2차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병사들의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국방부가 병사들의 고충 상담과 군 관련 범죄 신고 접수를 위해 2013년부터 운영해온 ‘국방헬프콜’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김 팀장은 “국방헬프콜에 접수되는 사건의 50% 정도는 사건이 일어난 부대 대대장에게 그대로 전해진다”며 “이럴 경우 신고자가 야단을 맞거나 갑자기 다른 부대로 보내지는 등 해코지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군인권센터는 다음달 상담소 설치를 목표로 하지만 설치에 필요한 자금이 넉넉지 않은 상황이다. 김 팀장은 “설치에는 최소 1억원이 드는데 현재 그 액수의 20%도 모금이 안 됐다”며 “‘소셜펀치(fund for change)’와 벽돌 한 장당 10만원이 후원되는 ‘벽돌쌓기’를 통해 후원을 받고 있지만 모금 실적은 아직 저조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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