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랑하는 척하지 마세요. 데이트폭력 강요와 통제에서 시작됩니다’라는 공익광고가 있다. 국민을 사랑하는 척하면서 국민을 통제하는 체제를 전체주의 체제라 한다. 공무원들이 일하는 척하면서 일하지 않는 것은 ‘복지부동’이다.
서민과 근로자를 아끼는 척하면서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서민과 자영업자, 그리고 비숙련근로자들이 더 어려워졌다. 부작용은 통계로 나타났다. 1년도 안 돼 고용률은 떨어지고 자영업자는 전년보다 4만4,000명 감소했다. 도소매업이나 음식숙박업과 같이 최저임금에 민감한 업종에서 취업자 수는 전년에 비해 11만7,000명이나 줄었다.
근로기준법에서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으로 정의된다. 이렇게 단순한 임금의 정의가 최저임금을 산정할 때는 복잡해진다. 각종 수당은 소정 임금에서 빼고 일하지도 않고 받는 주휴수당의 근로시간은 소정 근로시간에 산입한다. 이러한 정책은 대기업 근로자에게 유리하고 비정규직에는 불리한 정책이다. 고통받는 서민, 일용직, 시간제 근로자들을 위하는 척했지만 실제로는 지지층을 위한 정책이었다.
공무원들은 명령만 내리면 임금이 올라가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일하는 척하고 근로자를 아끼는 척했지만 국민의 고통은 늘어만 간다. 임금 격차는 심해졌고 서민들은 가게 문을 닫고 있다.
복지부동에도 요령이 있다. 첫 번째 요령은 윗사람에게 우린 일을 잘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폄훼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최근 국무총리는 경제 성과가 없다는 야당의 질책에 전 정권에서 만들어낸 성과만 줄줄이 이야기했다. 이런 행동의 이면에는 복지부동이 자리 잡고 있다. 아무리 일을 잘하는 정권도 미진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이것을 인정하면 일만 생긴다.
두 번째 요령은 예산 타령과 사업 수 늘리기다. 일자리 늘리라고 했더니 일자리 사업 수만 늘었다. 2019년 예산안에는 일자리 관련 사업 수가 전 년에 비해 36개 늘었고 예산액도 약 22% 증가한 23조5,000억원에 달한다. 그 많은 돈 들여도 일자리가 늘지 않았는데 폐지된 사업은 없다. 이것도 모자라 일자리 추경까지 하겠다고 한다. 이쯤 되면 일하는 척하는 사람들을 이길 수는 없을 것 같다.
세 번째 요령은 행사다. 많은 행사가 언론에서 보도될수록 일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기 마련이다. 산업정책이 없다고 질책해도 걱정할 것이 없다. 수소, 바이오, 인공지능(AI), 핀테크 등 많이 듣던 것들을 모아서 세미나를 개최한다. 연구개발(R&D) 자금 배정하고 지역에 센터 하나 지어주면 된다. 지자체장들도 반긴다. 어려운 용어와 함께 지자체의 이름, 그리고 지역에 지어진 센터가 언론에 보도되면 일은 끝난다. 산업의 생태계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이것만 잘 이용해도 5년은 금방 지나간다.
네 번째 요령은 규제 양산이다. 비닐 쓰레기가 전국에 쌓여 가지만 정부의 해법을 들은 적이 없다. 연소 가능한 쓰레기를 이용해 발전소를 지어도 민원만 야기한다. 이때 규제는 전가의 보도다. 담당자가 언론에 나와 규제를 강화한다는 정책을 발표한다. 효과도 그럴듯하게 포장한다. 앞으론 비닐 봉투를 마트에서 쓸 수 없지만 국민의 불편은 정부의 관심사가 아니다. 쓰레기더미는 그대로 있지만 비난은 피해간다. 안전한 나라 만든다고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사다리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다. 유치원이 도로교통법을 위반하면 학생 정원이 감축된다. 미세먼지도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호흡을 통해 미세먼지가 들어오니 세 번 숨 쉴 것을 두 번만 숨 쉬도록 규제하면 된다. 규제의 효과가 30%인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터무니없는 이야기지만 이와 같은 무수한 규제가 4월1일부터 새롭게 도입됐다.
2년도 안 된 정권 내에서 복지부동은 천태만상이다. 최근 뉴스에서 경제가 개선됐다는 통계를 들은 적이 있는가. 성과를 기다리라는 말에 국민은 지쳤다. 국가채무는 늘어만 가고 국제 경쟁력은 떨어지고 있다. 추경을 이야기하기 전에 정책을 점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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