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오너 A씨는 국회가 지난 2015년 특허권 등 지식재산권(IP) 소유자가 벤처기업에 IP를 출자하고 해당 기업의 주식을 받은 경우 그 현물 출자에 따른 이익을 소유자가 주식을 양도할 때 양도소득세로 납부할 수도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할 당시 기대감에 잔뜩 부풀었다. IP를 법인에 넘기고 주식을 받으면 그 순간 막대한 기타소득세가 발생하는 탓에 IP를 쥐고 있을 수 밖에 없었는데 국회가 논의 중인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세금을 당장 내지 않고 법인에 IP를 넘길 수 있게 되는 데다 법인은 IP를 담보로 대출을 일으켜 공격적인 사업 전개가 가능할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해 12월 처리돼 이듬해 1월 공표된 개정안에 A씨는 실망감을 금치 못했다. 개정안은 관련 내용을 담은 산업재산권 현물출자 이익에 관한 과세특례 조항을 새로 삽입했지만 벤처기업의 특수관계인은 그런 과세특례를 누리지 못하도록 했다. 특수관계인은 현물출자로 법인의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0을 초과해 보유하게 되는 자, 이미 100분의 30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 지배주주와 그 친척 등이었다. 쉽게 말해 오너는 예전처럼 IP를 법인에 양도 시 당장 기타소득세를 낼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지만 변한 건 없다. 해외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일했던 B씨는 최근 한국에 들어와 데스크톱 가상화(VDI) 분야 특허를 출원해 등록에 성공했다. 그러나 B씨는 자신이 설립한 스타트업에 자신의 특허권을 주지 못했다. 창업을 위해 가진 전부를 투자했던 B씨는 양도시 발생하는 기타소득세를 낼 여력이 없었다. 더욱이 원래 양도 대가의 80%까지 인정해주던 필요경비는 올 들어 60%로 축소됐다. B씨는 결국 자신의 특허권을 법인에 임대해 로열티를 받는 방식을 취했다. 제도 때문에 기술기업의 핵심 자산인 특허권을 개인이 보유하는 부조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허권 등 IP를 법인이 가지지 못한 데서 발생하는 불리함은 또 있다. 선진국의 경우 IP를 가진 기업은 해당 IP를 다양한 형태로 유동화한다. 특허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도 있고 보증기관으로부터 특허권을 기반으로 한 기술보증을 공급받을 수도 있다. 특허권의 가치를 공정하게 평가받아 다른 회사나 기관에 양도 또는 임대할 수도 있다. 한국도 이 같은 특허권 금융과 기술거래 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지만 오너가 보유한 특허권을 법인에 쉽게 넘길 수 없는 현 제도 아래서는 특허권 금융도, 기술거래 시장도 발전시키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제 한국의 특허권 관련 시장은 멈춰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허청 관계자는 “IP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과 거래 등이 활발하지 않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중소·벤처기업의 신사업 진출 및 확장이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중소기업 자금 대출 담보의 95.7%가 부동산 및 신용이고 산업은행·IBK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 정도만이 IP 담보 대출을 시행하는 특허권 금융이 극도로 위축돼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간사인 유동수 의원이 벤처기업 지배주주 등이 법인에 IP 이전 시 세금 부과를 유예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벤처기업의 어려움을 덜어줘 생태계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다. 특히나 동산(動産)담보대출의 활성화는 문재인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혁신금융의 요체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 방안이 이행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쟁점도 있다. 먼저 오너가 추후 양도세만 내도록 할지, 아니면 기타소득세도 함께 물도록 해야 할지 등이 남은 쟁점이다. 비특수관계인의 경우 양도세를 내면 기타소득세는 내지 않아도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특혜 과세 시비가 일 수도 있다. 한 세무 전문가는 “산업재산권 현물출자 과세특례 조항 적용 대상에 특수관계인을 제외했던 것은 모럴해저드 우려, 과도한 특혜 과세 소지 등 그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며 “정말로 홍콩처럼 아예 양도세를 없애버리는 모델로 갈 건지, 그러지 않을 것인지는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지훈·맹준호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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