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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웅재 선임기자의 관점] 상반기 '의료발전위' 띄워 본격 논의...의사협 반발 설득이 관건

양·한방 동시진료 등 효과에

2030년부터 적용 방침이지만

2년 내에 로드맵 마련 성공해도

법령 개정 등 실현까지는 먼길

갈등 골 깊어 합의 전망 불투명

지난해 9월 12일 오전 서울 양천구 대한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사 독점구조 철폐와 국민건강권 수호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한의대 교육과정과 면허제도를 통합하는 ‘의료일원화’ 방안이 본격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대한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와 의한정협의체를 꾸려 수차례 논의한 끝에 지난해 마련했던 ‘국민의료 향상을 위한 의한정협의체 합의문(안)’ 가운데 이견이 없었던 의료·한방의료 교육과정과 면허제도를 통합하는 의료일원화 방안을 논의할 의료발전위원회를 상반기 중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료일원화·의료통합을 위한 의료발전위원회’에는 복지부와 교육부, 두 협회와 대한의학회· 대한한의학회, 관계기관,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이 정책관은 “의료일원화의 개념과 방법론에 대한 견해가 워낙 다양한 만큼 위원회에서 논의해 의견이 수렴되는 쪽으로, 국민의 건강 증진과 미래 의료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의료·한방의료 교육과정과 면허제도를 일원화해 합의문(안)에 담긴 취지대로 오는 2030년 대학 입학생부터 적용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논의에 들어가기는 하지만 기존 의대·한의대 커리큘럼 손질과 이론·실습교육 교수진 확보, 대학입시제도와 의사·한의사 관련 국가시험제도 변경 등이 관련된 대형공사여서 앞으로 2년 안에 일원화의 내용을 정하고 로드맵 마련에 성공한다 해도 실현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 의료·고등교육 법령도 고쳐야 한다.

현재 의대는 40개(의학전문대학원 포함), 한의대는 11개(한의학전문대학원 포함)인데 의대와 한의대를 모두 운영하는 대학은 국립대 1곳(부산대)과 사립대 4곳(가천대·경희대·동국대·원광대) 등 모두 5곳에 불과하다.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도 많다. 51개 의대·한의대는 신입생 정원만도 3,759명(의대 3,009명, 한의대 750명)이어서 재학생이 2만2,000명가량 된다. 이원화된 의료교육과 면허를 받은 의사·한의사도 각각 10만6,500여명, 2만1,900여명에 이르고 매년 3,100명, 720명이 넘는 신규 면허자가 배출된다.



이처럼 직간접적인 이해관계자가 많고 장기간 이원화된 의료교육과 면허체계에서 서로 경쟁·갈등해온 터여서 의료일원화 방안 합의 도출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지난해 의한정협의체가 어렵사리 ‘국민의료 향상을 위한 의한정협의체 합의문(안)’을 만들었지만 의사협회 내부 추인 과정에서 반발에 부딪혀 최종 합의문 채택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기존 면허자에 대한 해결방안(초안은 ‘면허통합’)을 논의한다’는 제3항이 문제였다. “이미 면허를 딴 기존 한의사는 면허통합 논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사협회 내부의 강경론 때문이다.

정부는 왜 의료일원화를 추진할까. 의원·한의원이나 병원·한방병원을 함께 다니는 환자라면 의사·한의사로부터 따로따로 중복진료를 받느라 시간·비용을 낭비하고 번거롭다. 한쪽만 이용하는 환자라면 양방·한방요법을 적절하게 버무려 치료 효과를 높이거나 부작용을 줄일 기회를 잡지 못한다.

의사·한의사의 교육·면허가 완전히 분리돼 있고 서로 경쟁관계에 있다 보니 의사들은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과 추나요법·한방첩약의 건강보험 적용, 난임 지원과 치매안심센터·공공의료 등 분야에서 한방치료·한의사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한의계와 사사건건 충돌한다. 이런 갈등은 한국 의료의 국제경쟁력 제고와 한방과학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일반국민 입장에서는 밥그릇 싸움만 하는 의료계에 대한 불신이 클 수밖에 없다. 정부 입장에서도 효율적인 의료·건강보험 정책을 펴기 힘들어진다.

우여곡절 끝에 첫발을 뗐지만 갈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당장 일원화의 개념이 분명하지 않아 해석이 제각각이다. ‘모든 의대·한의대 6년 교육과정을 통합 커리큘럼으로 일원화해야 한다’거나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므로 일원화를 희망하는 대학에만 적용하면 된다’는 주장이 그 예다. 합의문(안)에 ‘의학과 한의학의 가치와 상호 역할을 서로 존중하면서’는 단서가 달렸지만 통합 주도권을 의대·의계가 갖느냐, 한의대·한의계가 공동으로 갖느냐도 민감한 대목이다.

최혁용 한의사협회장은 “정부가 1단계로 의학·한의학을 통합 교육하는 시범대를 선정해 이론·실습교육 확대에 필요한 교수인력·시설 인프라 확충을 지원하고 졸업생에게 의사·한의사 면허시험을 모두 볼 수 있게 해줄 필요가 있다”며 “2단계로 모든 의대·한의대가 통합교육 체제로 갈 경우 두 시험과 면허를 통합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한의사가 의대에 편입하거나 의사가 한의대에 편입해 의사한의사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복수면허자는 300명가량 된다.

한의과대학장협의회는 의료·한방의료 교육과정과 통합에 앞서 한의대 교육과정에서 현대의학 이론·실습교육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한의대 커리큘럼의 75%가 의대와 동일하고 25%가 한의학인데 수술 등과 관련된 일부 과목만 빼고 ‘120%(의대과정 95%+한의학 25%)’로 강화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1년 3학기제 또는 교육과정 1년 연장도 검토하고 있다.

반면 김교웅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장은 “(안전성·유효성이 입증된) 근거가 확실하고 전 세계적으로 공통인 의학과 의대 커리큘럼에 근거를 입증받은 일부 한의학 교과목을 추가하는 형태로 근거 중심의 의료일원화가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한의대를 폐지하고 의학이 한의학을 흡수하는 형태로 의료일원화를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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