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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오리지널]현대판 잔혹동화 '아이돌보미 학대' 그 결말은



밥 안 먹는다고 14개월 영아 뺨 때리는 아이돌보미의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담겼다. /사진=유튜브 캡쳐




#. 어느 시골에 어머니와 남매가 살았어요. 도시에서 떡 장사를 하시는 어머니는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아 남매 둘이서 집을 지키는 날이 비일비재했죠. 그러던 어느 날 나라에서 집에 남겨진 아이들을 보살펴주는 ‘돌보미’를 보내줬어요. 하지만 다정한 얼굴의 돌보미는 어머니가 장사를 나가기만 하면 호랑이처럼 돌변해 남매들을 구박하기 시작했어요. 밥 먹을 때, 놀 때, 심지어 잘 때도 괴롭혔죠. 참다못한 오누이는 결국 옷장 위로 올라가 살려달라고 소원을 빌었어요. 그러자 옷장 위에 마법거울(CCTV)이 나타났죠. 어머니는 집에 돌아와 마법거울(CCTV)를 통해 모든 사실을 알게 됐고 돌보미를 신고했답니다.



동화 같은 이야기로 들리시나요? 하지만 이런 잔혹동화가 지금 현재 대한민국의 여러 가정에서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답니다. 실제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14개월짜리 아이의 뺨을 때리고 머리채를 잡는 등 아이를 하루에도 수차례 학대했던 아이 돌보미가 경찰에 붙잡히며 참혹한 현실이 드러났죠. 아이의 부모가 공개한 폐쇄회로(CCTV)에서는 돌보미가 말도 못하는 어린 아이에게 밥을 먹이다 딱밤을 때리고 아파서 아이가 울면 입에 밥을 밀어 넣는 등의 모습이 고스란히 찍혀 엄마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그나마 이번에는 운이 좋았습니다. 2013년에는 민간업체 소속이었던 50대 돌보미(민간업체 소속)가 생후 17개월 된 여자아이를 주먹으로 때려 혼수 상태에까지 빠지게 한 사건도 일어났습니다.

지난 2013년 7월 12일 강원도 원주에서 ‘돌보미 폭행사건’이 발생했다. 생후 17개월 된 이서연양은 돌보미에게 머리를 수차례 맞아 혼수상태에 빠졌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칭얼거린다는 이유로 무자비하게 폭행당한 아이는 4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받아 겨우 의식을 되찾았지만 몸의 반쪽이 마비되고 한쪽 눈에 이상이 오는 장애 증상이 남아 안타까움을 더했죠. 반복되는 아이돌보미의 아이 학대, 대체 무엇이 문제인 걸까요.

◇‘아이돌보미 되는거? 어렵지 않아요’ 지원 과정부터 선발까지

우선 아이돌보미 서비스의 현황을 살펴보겠습니다.



여성가족부, 즉 정부가 운영하는 서비스로 아이 돌보미가 만 3개월 이상 만 12세 이하 아동을 둔 맞벌이 가정을 직접 방문해 아이를 돌봐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2007년 처음 도입됐고 2012년 본격화됐는데 아이 키우기가 힘든 ‘직장맘’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덕분에 올해 예산(2,246억원)은 지난해(1,084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었습니다. 또 아이돌보미 수 역시 2014년 1만7,208명에서 2018년 2만3,675명까지 늘었죠.



하지만 빛과 함께 어둠도 커졌습니다. 아이 돌보미 수가 늘어날수록 ‘아무나’ 돌보미가 될 가능성도 커진 겁니다.

실제 아이돌봄 지원법 등을 살펴보면 △미성년자 △정신질환자 △마약중독자 △성범죄자 등을 제외하곤 연령에 상관없이 신체만 건강하다면 누구나 아이돌보미 지원이 가능합니다. 심사도 간단한데요. 대부분 자기소개서 등을 포함한 서류 전형과 약 15분 가량의 면접만 통과하면 됩니다.





아이 학대 가능성 등을 꼼꼼히 체크할 수 있는 심층 면접이나 인성 검사 등은 이뤄지지 않는 거죠. 이들은 약 80시간의 수업을 받은 후 돌보미 업무를 시작하게 되는데 이때 ‘아동인권’이나 ‘아동학대 예방교육’ 등을 다루는 시간은 단 2시간 뿐입니다.

이렇다 보니 실제 아이 학대나 폭행 등으로 자격 정지된 돌보미 수는 조금씩 늘어나 2015년 6명에 그쳤던 건 수가 2018년 16명까지 늘어났죠. 돌보미를 부르는 대부분 상황이 부모가 자리에 없는 만큼 사건이 드러나지 않고 감춰졌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을 겁니다.

◇‘돌보미 학대’ 사후 처리는 어떻게

더 큰 문제는 돌보미에 의한 학대가 발생한 후에도 사후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점입니다. 아이를 폭행하거나 다치게 한 경우 돌보미 자격을 정지할 수 있는데 기간은 6개월 정도에 그칩니다. 상황이 심각할 경우 처분기간을 조금 늘리기도 하지만 최대 1년은 초과할 수 없죠. 자격 정지 기간이 풀린 돌보미는 단 16시간의 보수 교육만 받으면 바로 재활동이 가능합니다.

자료=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실 제공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이 여성가족부에 제출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2014∼2017년 자격 정지된 42명 중 11명(26%)이 복귀했고 지난해에도 16명 중 4명(25%)이 다시 아이돌보미로 활동하고 있죠. 자격 취소라는 처분도 있긴 하지만 이 경우는 자격 정지를 3회 이상 받거나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반복되는 ‘아이돌보미 학대’ 대책은

결국 많은 부모들이 아이 돌보미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 채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겁니다. 이런 지점이 걱정돼 대부분 부모들은 CCTV를 설치하려고도 합니다. 하지만 대다수 돌보미들은 CCTV 설치를 거부하고 있고, 당장 아이를 맡기지 않으면 안 되는 부모들은 결국 CCTV 설치를 포기하고 맙니다. 내 아이가 혹시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불안해하면서도 말입니다.

최근 여가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아동보호전문가와 아이돌보미 관리기관, 학계, 변호사 등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달 중 아이돌보미의 아동 학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돌보미를 채용할 때 인성 검사 등을 거치도록 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으며, 자격 관리를 강화해 특히 학대로 자격 정지를 받은 돌보미가 다시는 활동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 등이 포함될 전망입니다. 하지만 CCTV에 대해서는 노동권·인권 침해 우려가 있으니 좀 더 신중하게 고민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지난 3일 여성가족부는 금천구 아이돌보미 학대 사건 긴급 간담회를 열고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직접 피해 가족에게 사과했다. /연합뉴스


여가부의 대책 발표가 과연 아이돌보미 학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부디 매일 아침 아이를 맡기고 회사로 향하는 부모, 돌보미와 남겨진 아이들 모두가 가슴 졸이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세상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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