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임원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나선 것은 일부 기업인들이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도 뚜렷한 반성 없이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데 따른 사회적 비판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범죄행위로 재산상 손해를 입은 기업체’를 취업제한 대상에 새로 집어넣어 사실상 재벌 총수를 겨냥한 맞춤형 법안으로 봐야 한다. 문제는 해외재산 도피, 사기 등 범죄사실 규명이 그나마 쉬운 행위뿐 아니라 배임·횡령죄까지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배임·횡령죄는 그동안 처벌기준 자체가 불명확하다 보니 법원에 따라 판결이 엇갈려 ‘이현령비현령’이라는 논란에 휩싸여왔다. 게다가 충분한 처벌을 받은 기업인의 취업제한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법률이 아니라 시행령으로 못 박겠다니 과잉입법이자 이중처벌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섣부른 취업제한 조치가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경영 전반에 몰고 올 파장이다. 사법당국은 과거 경영자가 신사업을 추진하거나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섰다가 실패하면 배임죄로 처벌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처럼 결과가 잘못됐다며 경영판단에 죄를 묻고 회사에서 쫓아낸다면 경영활동 위축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일본이 명백히 손해를 가할 목적이 있어야 배임죄로 처벌하고 독일과 호주는 경영판단에 면책사유를 부여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재계 일각에서 기업 총수 길들이기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흘려들을 일이 아니다.
기업인의 경영복귀 같은 문제는 사법당국이 아니라 시장과 주주들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 그래도 제재 조치를 밀어붙이겠다면 선진국처럼 배임·횡령죄에 대한 명확한 기준부터 마련해 논란의 소지를 없애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