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로 일했던 골프장에서 선수로 우승해 화제가 됐던 전가람(24)이 1년여 만에 트로피를 보탰다.
전가람은 12일 인천 드림파크CC 파크 코스(파72)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제2회 휴온스 엘라비에 셀러브리티 프로암에서 4라운드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우승했다. 공동 2위 김대현과 박성국을 1타 차로 따돌렸다.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단독 선두를 놓치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상금 1억2,000만원을 챙겼다. 지난주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자 이태희에 이어 2주 연속 와이어 투 와이어 기록이 나왔다.
3·4라운드에 아마추어 유명인사와 2인 1조로 경기하는 대회 방식이 변수가 될 수 있었지만 전가람의 독주는 끝까지 계속됐다. 17언더파의 2타 차 단독 선두로 마지막 18번홀(파4)을 맞은 그는 티샷을 왼쪽 페어웨이 벙커로 보냈지만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뒤 보기로 마무리했다. “우승이다, 만세”라고 외친 전가람은 “첫 우승보다 두 번째 우승하는 게 훨씬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2승째를 해내 스스로 잘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개막전 우승처럼 올해도 네 번째 대회 만에 일찍 우승이 나와줬다. 올해 안에 더 멋있는 우승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경기 연천군에서 사업을 하는 큰아버지의 영향으로 연천군 홍보대사까지 맡은 전가람은 3년차였던 지난해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에서 데뷔 첫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장 대유몽베르CC가 연천과 멀지 않은 포천이라 큰 응원을 받았고 대유몽베르CC는 2015년에 5개월간 캐디로 일한 인연도 있는 곳이었다. 4년차에 통산 2승을 작성하면서 전가람은 KPGA 투어 대표 강자로 발돋움할 발판을 마련했다. 드라이버 샷 평균 288.8야드의 장타를 날리면서도 페어웨이 안착률 79.4%를 찍는 정확성이 올 시즌 돋보인다.
첫날 8언더파 64타로 18홀 개인 최소타 타이기록을 세울 때부터 심상찮았다. 3라운드에는 2위와 격차를 5타로 벌렸고 마지막 날 버디와 보기 3개씩의 이븐파로 주춤했지만 ‘대세’에는 지장이 없었다. 2016년 한 대회에서 홀인원을 한 뒤 지난해 첫 우승을 이룬 전가람은 지난주 대회 연습 라운드에서 또 터뜨린 홀인원 기운을 받은 것 같다며 기뻐했다.
전가람을 1타 차로 압박하던 ‘돌아온 장타왕’ 김대현은 16번홀(파5)에서 1m 안쪽 버디 퍼트를 놓친 데 이어 17번홀(파3)에서도 짧은 파 퍼트를 놓쳐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군 전역 후 첫 시즌 초반부터 우승 기회를 잡으며 올 시즌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지난달 말 NS홈쇼핑 전북오픈 우승자 김비오는 13언더파 공동 5위, 지난해 대상(MVP) 이형준은 11언더파 공동 9위로 마쳤다.
팀 우승은 포볼 방식(각자 공 쳐 더 나은 점수가 팀 점수)으로 이틀간 20언더파를 적은 김태훈과 체조스타 여홍철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우승팀 김영웅-박찬호는 11언더파 공동 33위에 머물렀다. 축구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인 유상철은 이날 17번홀에서 홀인원을 터뜨리기도 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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