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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럼 2019] 로벨리 "과학교육 핵심은 속도보다 방향...억지로 학습시켜선 안돼"

<기조강연자-카를로 로벨리 엑스마르세유대 교수>

물리학, 문제 푸는 학문 아냐...이해·해독하는 환상적 모험

인재 키우려면 궁금증 자연스럽게 해결 '느린과학' 필요

입시 위해 '자연-인문과학' 분리하는 것은 바보같은 일

카를로 로벨리 엑스마르세유대 이론물리학센터 교수




“물리학은 멍청한 문제를 푸는 지루한 학문이 아닙니다. 물리학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찬찬히 이해하고 해독하는 일종의 환상적인 모험입니다.”

기초과학을 여행에 비유하는 낭만적인 학자 카를로 로벨리 엑스마르세유대 이론물리학센터 교수가 서울포럼 참석을 위해 15일 입국한다. 세계 최초로 루프양자중력이론을 발표해 블랙홀의 본질을 규명한 우주론의 대가인 로벨리 교수는 이번 행사에서 자신의 전공과 관련해 국내 학자들과 만나는 것은 물론 기초과학 발전을 위해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다.

‘제2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는 로벨리 교수는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물리학의 어려운 주제를 다뤄왔다. 초기작인 ‘모든 순간의 물리학’부터 가장 최근에 발표한 ‘시간의 순서’까지 그가 상상하는 독자는 물리학을 전혀 모르는 일반 사람들이다.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로벨리 교수는 “주부였던 할머니에게 설명하듯이 글을 써왔다”며 “떨어지는 공의 속도를 계산하는 물리학 교과서는 쓰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이번 서울포럼에서 로벨리 교수가 가장 기대하는 것도 한국의 일반 청중과의 만남이다. 그는 본지와 가진 사전 인터뷰에서 “기초과학의 마법과 아름다움, 그리고 그 미스터리에 대해 서울포럼 참석자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연구업적이 학자들 사이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로벨리 교수는 미국 외교전문 매체인 포린폴리시가 올해 선정한 ‘세계의 사상가 100인’에 이름을 올리는 등 학계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카를로 로벨리 엑스마르세유대 이론물리학센터 교수


로벨리 교수는 이번 포럼에서 대중적 이해가 바탕이 돼야 국가의 기초과학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할 예정이다. 그는 “시간의 본질과 관련된 연구에 대해 이야기한 다음 미래를 이끌어갈 이들을 위한 최고의 교육 시스템에 관해서도 토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로벨리 교수가 먼저 강조한 것은 기초과학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느린 과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억지로 과학을 접하고 배우도록 독촉할 필요가 없다”며 “느리게, 시간을 낭비해가면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하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벨리 교수 자신도 과학연구에 있어 속도보다 방향을 중시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는 세계적 석학으로는 드물게 한 곳에 정착해 특정 연구에 집중하지 않고 이탈리아 볼로냐대에서 파도바대로, 영국 임피리얼칼리지와 미국 예일대·시러큐스대·피츠버그대, 프랑스 엑스마르세유대까지 수많은 스승과 학풍을 거쳐왔다. 그 결과 박사 학위도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받았고 세계적인 관심을 끈 첫 저서 ‘모든 순간의 물리학’이 나오기까지 연구성과에 비해 큰 인정을 받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로벨리 교수는 “직장을 잡기보다 내 호기심을 따라다니며 연구했다”며 “이탈리아 트렌토에서 연구할 때는 차에서 잠을 자고 학교에서 샤워를 하는 생활을 몇 달 동안 한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이러한 과정을 거쳐 내놓은 결과가 바로 루프양자중력이론이다. 1988년 로벨리 교수가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세계 최초로 주장한 루프양자중력이론은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 등 상충되는 물리학 이론들의 통합을 모색하는 연구성과로, 이전까지 양자중력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이론으로 여겨졌던 초끈이론을 넘어 현대 물리학에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기초과학 발전을 위해 여러 학문을 아우르는 ‘넓은 과학’이 필요하다는 점도 로벨리 교수가 강조하는 것이다. 그는 “자연과학·역사·문학·철학을 아우르는 넓은 스펙트럼의 과학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과 같이 입시를 위해 인문계와 자연계를 나눠 학생들을 교육하는 것은 인재 양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는 “세상을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으로 나누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라며 자신이 모든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중 과학서를 쓸 수 있었던 것도 문학을 사랑한 덕분이라고 밝혔다. 현대 물리학 트렌드와 기초과학 발전에 대한 로벨리 교수의 해법은 14일부터 사흘간 ‘다시 기초과학이다:대한민국 혁신성장 플랫폼(Basic Science:Platform for the Innovative Growth in Korea)’을 주제로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리는 ‘서울포럼 2019’의 개막 기조강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카를로 로벨리 엑스마르세유대 교수 약력

△1956년 이탈리아 베로나 출생

△1981년 볼로냐대 물리학 석박사

△1986년 파도바대 물리학 박사

△1988년 루프양자중력 개념 수립

△1999년 엑스마르세유대·피츠버그대 교수

△2010년 엑스마르세유대 이론물리학센터 양자중력연구소장

△2019년 포린폴리시 ‘세계의 사상가 100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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