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일본의 해상 무인기 삼국지가 개막되고 있다. 우리 해군은 육군과 공군이 전유하다시피 해온 무인기를 함정은 물론 지상용으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올해 초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무인 헬리콥터를 처음 공개한 해군은 중장기적으로 각종 함정에 유·무인 헬리콥터를 혼합 운용할 계획이다. 일본 해상자위대도 최근 무인 항공기를 운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3개국 가운데 가장 먼저 함정용 무인 헬리콥터를 도입, 운용한 중국 해군에 한국과 일본이 뒤쫓아가는 모양새다.
◇해군, 무인 헬기 본격 운용 시대 진입=해군은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무인 헬리콥터를 선보였다. 그동안 해군의 무인기는 정보 자산의 하나로 분류돼 베일 속에 가려져 왔으나 무인 헬기만큼은 다른 방식으로 운용할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이전까지의 해군의 무인기는 소속은 해군이지만 국방부 직할 정보부대에서 운용해왔다. 함정도 마찬가지다. 정보부대는 2척의 정보수집 및 다목적 함정에서 사출식으로 발사해 그물망으로 회수하는 무인 항공기를 운용해왔다.
해군은 무인 헬기를 일선 함정에 배치할 계획이다. 함정용 무인 헬기는 일반 무인 항공기에 비해 장점이 많다. 무인기의 이착륙 방식은 두 가지. 일반 항공기처럼 활주로를 활용하거나 별도의 이착륙 장치를 사용한다. 공간이 좁은 함정에서는 사출기 발사, 그물망 회수 방식을 쓸 수밖에 없어 실패 또는 파손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반면 무인 헬기는 협소한 공간에서 이착륙할 수 있는데다 정찰 비행 시 의심지역에서 제자리 비행하며 집중 감시도 가능하다.
해군은 무인 헬기 운용을 10여년 전부터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12년 5월 인천 송도 지역에서 오스트리아 쉬벨(Schiebel)사의 ‘캠콥터(Camcopter) S-100’ 시험 비행에서 인명 사고가 발생해 사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이륙 30여분이 지난 뒤 무인 헬기가 지상관제용 2.5톤 트럭을 들이받아 오스트리아인 1명이 죽고 한국인 2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일어난 것. 통신 두절 시 사전에 지정된 장소 또는 출발지로 복귀하도록 설계된 무인 헬기와의 통신 이상으로 관제 차량으로 되돌아와 충돌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군이 도입한 무인 헬기는 당시 사고가 발생한 S-100 무인 헬리콥터의 개량형으로 알려졌다. 길이 3m, 무게 150㎏의 경량이지만 실시간 영상 촬영과 전송이 가능하다. 대당 가격은 약 10억원. S-100 기종의 최신형은 덩치를 키우고 외부 무장장착대가 달린 기종도 있다. 해군이 인명 사고가 났던 기종을 선택한 것은 가격 대비 성능이 좋아 사실상 세계 표준이라는 점 때문이다.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해 독일과 중국, 인도와 파키스탄, 프랑스, 리비아, 요르단, 이탈리아, 튀니지, 호주, 벨기에, 미국 해군이 운용 중이다. 러시아는 아예 면허생산권을 사들여 해안경비대에 깔았다.
◇중국도 한국과 동형 기종 배치 운용=중국이 운용 중인 무인 헬기도 한국 해군이 운용에 들어간 S-100 시리즈다. 2010년 18세트를 수입한 중국은 국산화에도 성공해 마음만 먹으면 전 함정에 배치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2012년부터는 다목적 프리깃함인 지앙카이Ⅱ급 호위함(054A형·4.053톤)이 S-100을 운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2005년부터 2017년 4월까지 무려 30척이나 건조한 지앙카이Ⅱ급 호위함은 유인 해상작전헬기를 탑재하고 있어 중국이 함정 탑재 헬기의 유·무인 복합운용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추정을 낳았다.
◇일본, 무인기 공격력 중시하나=일본은 올 3월 말 해상자위대에 무인기 부대를 창설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특징은 무인 헬기가 아니라 무인 항공기 형태라는 점. 미국 보잉사의 스캔이글(ScanEagle)을 초도 도입, 운용 시험에 들어갔다. 호위함에서 200톤급의 초계정에서도 운용이 가능하지만 대형 함정이 많은 일본은 중국과 영유권 분쟁이 일고 있는 남중국해 일대에서 운용할 계획이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일본이 정찰용뿐 아니라 공격용 무인기 도입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해상자위대의 어벤저급 무인 공격기 도입에서 항공자위대의 북한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고성능 스텔스 무인기 도입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일본이 한국이나 중국과 달리 무인 헬기가 아니라 별도의 사출기가 필요하고 손상 가능성도 큰 무인 항공기에 관심이 있다는 점은 언제든지 무인기를 공격용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해군, 종합 무인전투체계 개발=일단 무인 헬기 운용을 공식화한 해군은 단계적으로 무인 전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무인 헬기의 운용 노하우가 축적되면 보다 대형의 무인 헬기 운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S-100보다 중량이 6배가량 무거운 MQ-8 파이어 스카웃 무인 헬기가 1차 대상이다. 발전형 가운데 일부(MQ-8C)는 무장을 장착할 수도 있다. 가격이 150억원이 넘는다는 점이 부담이지만 유·무인 복합운용과 무인 헬기가 공격 능력까지 갖게 될 경우 해군함정의 감시·정찰 및 긴급 공격 능력은 배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현재 운용 중인 함정은 격납고가 비좁아 운용이 어렵고 새롭게 건조할 함정의 격납고를 넓게 설계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해군의 한 관계자는 “무인 헬기의 규모나 전력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면서도 “무인 헬기뿐 아니라 무인 수상함도 함께 개발해 세계적 추세인 무인전투체계의 개념과 발전방향을 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해군, 신형 무인 헬기 속속 선보여=미 해군은 빠른 걸음으로 새로운 교리를 개발해나가고 있다. MQ-8 시리즈는 수상전·대기뢰전·대잠수함전은 물론 적지에 고립된 아군까지 구출하는 스마트 무인 헬기로 진화 중이다. 특히 MH-60s ‘시호크’ 다목적 헬기와 합동으로 운용해 인명 손실을 극소화하는 교리도 개발하고 있다. 연안전투함의 주력 무인 헬기인 MQ-8B는 길이 7.3m, 날개 길이 8.4m, 최고 속도 231㎞, 최고 고도 6,096m, 최대 이륙중량 272㎏으로 5시간까지 작전할 수 있다. 2.75 로켓 발사기도 장착할 수 있다. 최종 테스트를 받고 있는 최근 개발 모델 MQ-8C는 MQ-8B보다 활동범위가 35%, 이륙중량이 12% 늘어났다. 미 해군은 물론 미 해병원정단도 무인 헬기와 유인 헬기를 결합한 공중전력 구축에 주력할 방침이다. 해군뿐 아니라 상륙군에서도 무인 헬기의 비중이 커지는 시대를 앞두고 있는 셈이다.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