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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로 연명하는 자영업자]불황 길면 금융부실 뻔한데..."돈 빌려주라" 등 떠미는 당국

소상공인 매출 1년새 30% 추락...구조적 위기 확산일로

저축銀 연체율 4% 육박...지방은 수도권 두배 웃돌아

"금융지원만으론 한계...인건비 완화 등 근본처방 필요"





자영업 대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업 악화로 폐업 위기로 내몰린 자영업자들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52시간제가 실시되면서 요식업을 중심으로 고객의 발길이 뚝 끊긴데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상승해 빚 없이는 사업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자영업 대출 연체가 반등하는 추세에 놓이고 있어 2금융권을 중심으로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금융지원 이외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상공인 실태 어떻길래=이달 6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소상공인 경영실태 및 정책과제 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평균 매출이 최근 1년 새 30% 떨어졌으며 자영업자 3명 중 1명은 휴업이나 폐업을 고려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중은행의 한 여신담당 임원은 “자영업자가 빚을 내는 경우는 사업을 확장하거나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가업을 이어가기 위함”이라며 “현재 경기하강 흐름을 봐서는 십중팔구 후자의 경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주문 하에 지난해부터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각 은행들은 경영 컨설팅은 물론 저리대출 및 정책자금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자영업자들도 나름의 확신을 갖고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사업 전략을 바꿔보라고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앞으로 경기부진 흐름이 이어질 경우 건전성 지표가 악화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소비자심리지수(CCSI)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자영업자의 향후 경기전망은 73으로 전월 대비 1포인트 하락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달 1일 간담회에서 “(자영업자 대출의) 4분의3은 고소득·고신용 차주이므로 전체적으로 봤을 때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문제는 음식, 숙박, 도·소매 등 일부 업황이 부진한 업종으로 연체 대출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자영업 업종 가운데 음식숙박업이 올해 3월 말 기준 유일하게 연체율 1%를 넘어섰다. 주52시간제 실시로 요식업 영업 부진이 심화한데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상승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2금융권의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저축은행권의 자영업 대출 연체율은 올 3월 말 기준 3.94%를 기록하며 4%에 육박했다. 상호금융권도 1.61%로 전년 동기 대비 0.68%포인트나 치솟았다. 최근 2년 새 대출 규모도 급증해 2금융 기관들이 자영업 여신 심사를 소홀히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상호금융권은 2017년 3월 말 31조2,000억원에서 올 3월 말 60조4,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으며 저축은행의 경우 같은 기간 8조원에서 13조6,000억원으로 늘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2금융권을 중심으로 자영업 대출 연체가 오르고 있다”면서 “건전성 관리 강화를 위해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방만 놓고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상호금융권 자영업 대출 연체율은 수도권이 올해 3월 기준 1.29%에 머물고 있는 반면 지방의 경우 2.40%로 두 배에 달한다. 지방은행도 연체율이 0.69%로 전체 은행권 연체율(0.38%)의 곱절 수준이다. 저축은행도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가 크다. 지방 소재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7.75%로 수도권 소재 저축은행(3.85%)의 두 배를 웃돈다.

주 52시간제 도입과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식당 등 자영업 매출이 뚝 떨어진 가운데 서울 시내의 한 상가가 입구에 ‘왕창세일’이라는 문구를 붙여 놓고 고객 유치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서울경제DB


◇당국 “우려할 수준 아니다”라고 하지만…=금융당국은 자영업 대출을 둘러싼 우려가 잇따르자 진화에 나섰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지난 15일 열린 ‘가계·개인사업자대출 건전성 점검회의’에서 “(연체율) 수준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여전히 전체 대출 연체율이 1% 미만인데다 약 80%의 비중을 차지하는 은행권 자영업 대출의 연체율은 0.38%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자영업자 금융지원을 계속 확대하는 한편 산업위기 대응 특별지역 등 지방을 중심으로 금융지원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지원만으로는 자영업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동주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정부에서는 당장 자영업자들이 급전이 필요하니 금융 지원 중심의 소상공인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결국 사업이 더 어려워지게 되면 지원정책이 채무로 돌아와 자영업자들을 더욱 힘들게 할 수 있다”면서 “자영업자를 둘러싼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등 보다 근본적인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소상공인에게 과도한 빚을 내줘 부실만 늘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정근 건대 교수는 “경기 침체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경영난이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금융당국에서는 자영업 대출이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보지만 최근 추이를 놓고 봤을 때 부실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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