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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지원 공식화에도 "외세 의존" 南 비난 北...배경은

한미워킹그룹 겨냥 "외세의존 민족문제해결 어리석다"

北, 개성공단 재개 등 제재완화 위한 포석 분석

北 식량수급보다 김정은 통치자금 확보 총력전나선듯

북한 평원군 원화리 농장에서 올해 첫 모내기가 시작됐다고 조선중앙TV가 11일 보도했다./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대북 식량지원을 공식화했음에도 북한이 대남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이 남측의 인도적 차원의 지원에도 비난수위를 높이는 것은 개성공단 재개 등 제재완화라는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0일 최근 열린 한미워킹그룹을 거론하며 “우리 민족 내부에 반목과 불화를 조장하고 그를 통해 어부지리를 얻으려는 외세에 의존하여 북남관계문제, 민족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어리석은 행위들이 없어지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외세에 우리 민족 내부 문제의 해결을 청탁, 구걸해 북남관계 개선을 위한 조건과 환경이 마련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이며 오히려 예속의 올가미를 스스로 더욱 조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매체는 남측에 “온 겨레 앞에 확약한 북남선언들을 성실히 이행하려는 자세와 입장을 가져야 하며 민족공동의 요구와 이익에 배치되는 외세의존 정책과 결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른 선전매체인 ‘조선의오늘’도 이날 ‘민족자주의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 제하 기고문에서 “지금이야말로 이 눈치, 저 눈치를 보면서 주춤거릴 때가 아니라 더욱 과감히 북남관계를 발전시켜야 할 때”라며 “조국 통일은 전민족적 범위에서 민족의 자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위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매체는 “외세의 간섭은 절대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며 ‘자주통일’을 거듭 촉구했다.

미국 법무부가 억류해 몰수 소송을 제기한 북한 화물선 와이즈어니스트호. /미 법무부 홈페이지




정부가 지난 17일 국제기구의 대북지원 사업에 800만달러 공여를 공식화하고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의 자산점검을 위한 방북도 승인하며 북한과의 교류협력 의지를 드러냈음에도 북한은 대남 비난을 그치지 않고 있다.

북한이 남측의 지원에도 대남 비난 수위를 유지하며 ‘고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제재완화를 얻어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북한은 남측이 대북식량 지원을 위한 논의를 본격화하던 지난 13일 대남 선전매체인 ‘메아리’를 통해 “개성공업지구 재가동 문제가 미국의 승인을 받을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에게도 명백한 사실”이라며 “남조선당국이 자체의 정책 결단만 남아있는 개성공업지구의 재가동을 미국과 보수세력의 눈치나 보며 계속 늦잡고 있으니 이를 북남선언들을 이행하려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이는 정상회담을 원하고 있는 남측에 협상 복귀의 마지노선이 제재완화에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 수뇌부는 지난 1990년대 중·후반 최악의 식량난을 ‘고난의 행군’을 통해 버텨낸 경험이 있고 특유의 폐쇄 경제 구조를 고려하면 식량문제는 정권의 안위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식량지원보다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김 위원장의 통치자금인 외화수급 문제가 더 시급한 과제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북한의 외환보유액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2017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호 발사에 따른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2397호 채택 이후 외환보유액이 급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제재 결의안과 달리 2397호는 중금속·운송장비·전자기기·기계 등 북한의 핵심 수입품목을 막는 한편 해외파견 노동자를 위한 외화벌이 조치까지 막아 김정은 정권에 심대한 타격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통치 자금줄이 막힌 김 위원장은 대남 비난을 통해 6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남측에 제재완화를 위해 미국을 설득해달라는 메시지도 보낸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북한은 식량 문제가 심각한 만큼 남측의 식량지원을 거부하진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북한은 연일 대남 비난 수위를 높이면서도 식량지원에 대해선 특별한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식량지원 방식도 남한당국의 직접지원 형태로 이뤄질 가능성이 낮은 만큼 자존감이 강한 김 위원장의 부담도 덜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는 지난 14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최근 북한 선전매체들의 대남비난과 관련 “식량을 주겠으면 빨리 주면 되는 것이지 시간만 끌면서 준다고 소문만 내어 ‘북한을 약자로 남한을 강자로’ 보이게 하는 구도를 만들지 말라는 것”이라면서 “식량을 받아도 당당히 폼 있게 받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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