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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중독=질병” 국내 도입되면 어떻게 되나

'수출효자' 게임 산업 위축될 수 있어

개발자는 중독 물질 생산자라는 낙인

범죄나 병역 회피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

한국게임산업협회 주관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긴급토론회’가 지난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은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 제11차 개정안(ICD-11)을 통과시킨 지 일주일이 지났다. WHO의 결정이 의무는 아니라고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게임 질병코드(6C51)가 국내에 적용되면 어떻게 될지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ICD-11 개정안은 각국의 준비기간을 고려해 오는 2022년부터 WHO 회원국들에 적용될 예정이다. 국내의 경우 통계청의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반영되는 것으로 도입된다. 5년 단위로 KCD 개정이 이뤄지는 만큼 이번 WHO 개정안의 국내 적용 시기는 2025년이다.

아직 몇 년의 시간이 남았지만 업계는 이미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게임은 국내에서 무시할 수 없는 수출 효자이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산업의 해외 매출은 4조7,800억원 규모로 전체 콘텐츠 수출의 60%를 차지했다. 영화의 100배, 음악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하지만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으로 규정되면 게임 산업 종사자들은 모두 질병 유발 물질을 만드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예전에 셧다운제가 도입됐을 때도 게임학과 합격 커트라인이 떨어졌다”며 “국내 게임 개발자들은 결국 게임이라는 질병을 만드는 사람이 돼버려 전체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산학협력단도 2023년부터 3년간 국내 게임시장 매출이 최대 11조원 줄어들고 8,700명가량의 고용감소가 일어날 수 있다고 추산한 바 있다.



교육적 낙인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강경석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장은 지난 28일 열린 긴급토론회에서 “만약 한 친구가 게임으로 정신적 문제가 있다고 낙인 찍히면 대학 입학이나 취업 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학부모 단체가 지금은 찬성하지만 자신의 자녀가 게임 때문에 정신질환자라고 한다면 어느 부모가 이를 받아들이겠나 싶다”고 지적했다. 당장은 자녀가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는 명분이 될 수 있지만, 만약 자녀가 게임중독으로 정신질환자로 분류될 경우에 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게임중독이 질병이라는 이유로 범죄나 병역의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최승우 게임산업혁회 정책 국장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게임에 원인을 돌리거나 병역 회피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 높다”고 비했다. 일각에서는 “게임에 중독됐다고 회사에 병가를 내면 되겠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부처를 비롯한 국내 관계자들 사이에서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29일 출범한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게임이용장애를 게임중독으로 규정한 신임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의 발언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지난 31일 발표했다. 김 차관이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게임중독은 질병으로 분류될 만한 필요성이 국제적으로 인정됐고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것”라고 말한 것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 간에 의견 충돌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한 협의체 구성을 지시했다. 공대위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의 국내 도입을 막기 위해 최근 ‘범국민 촛불 운동’을 비롯한 10대 활동 계획을 공개했다. 국내 도입 최소 6년을 남겨둔 이 시점에 과연 갈등을 해소하고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백주원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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