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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18> 토종 車기업만 130개...뿌리깊은 中 지역주의, 산업지도도 찢어놔

[中 성장 걸림돌 된 '지방정부']
정체 주범 '고속도로 성 경계 요금소'
폐지 추진에 "수입 줄어든다" 반발
짝퉁 '산자이' 난립에도 단속 없어
수장 생존 위해 성장률 조작 등
지역 이익 앞세운채 국가는 뒷전
"지방정부 산업보조금 불공정"
美 무역협상서 폐지 압박에도
中정부 "종류 너무 많아 손 못대"
경쟁통한 글로벌 기업 탄생 어려워

  • 최수문 기자
  • 2019-06-04 16:55:01
  • 경제·마켓
[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18 토종 車기업만 130개...뿌리깊은 中 지역주의, 산업지도도 찢어놔
중국 상하이시와 장쑤성 간의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한 직원이 요금을 받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가 이런 요금소를 앲애기로 한 데 대해 지방정부의 반발도 만만찮다. /블룸버그

[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18 토종 車기업만 130개...뿌리깊은 中 지역주의, 산업지도도 찢어놔

최근 중국에서는 ‘고속도로 성 경계 요금소’ 존폐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지난달 중국 교통운수부가 당초 예정보다 이른 올해 말까지 전국의 성 경계 요금소를 모두 없애겠다고 발표하자 요금소를 운영하는 성 정부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요금소는 당초 오는 2020년까지 폐쇄될 예정이었다.

고속도로 성 경계 요금소는 성에서 다른 성으로 넘어가는 차량에 대해 통행료를 징수하는 요금소다. 예를 들면 베이징시에서 상하이로 이동할 경우 허베이·산둥·장쑤성 등의 입구에 설치된 요금소에서 통행료를 낸다. 고속도로를 해당 지방정부가 건설해 운영하기 때문에 각자 유지비를 받는 것이다.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요금소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정체가 심한 중국 고속도로는 곳곳마다 더 막힌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한국처럼 일괄적으로 통행료를 걷어 중간을 거쳐 지나는 성 정부에 나눠주겠다는 입장이지만 배분 방식도 간단하지는 않다. 환구시보의 인터넷판인 환구망은 교통운수부의 발표를 전하며 “성 정부들은 직접 요금을 받는 현재 방식보다 수입이 많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경제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불거지기 시작한 중국 사회의 모순들 가운데 할거 수준인 ‘지역주의’ 문제는 그 정도가 심각하다. 지방 정부들이 국가 전체의 이익보다 각자의 지역 이익을 앞세우며 통일성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지방 정부들의 경쟁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됐다. 각 지역이 저마다 경제특구를 만들고 개발계획을 추진하면서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서남부 지역의 한적한 성이었던 구이저우성은 빅데이터 산업에 투자하면서 지난 2017년 무려 10.2%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당시 전국 성·시 단위에서 최고 성장률이었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안정기로 접어들고 내수 부양이 핵심 과제로 등장하자 지역할거는 오히려 중국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가 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사람과 물류 통행을 막는’ 성 경계 요금소부터 없애려고 나서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국이나 미국 등 지방분권·자치를 하는 나라에도 지역 경제권은 존재한다. 하지만 중국은 지방분권 체제도 아니면서 지역색은 오히려 더 심한 것으로 평가된다. 워낙 국토가 거대하다 보니 지역 간 차이가 큰데다 지역 위주의 경제성장 정책, 정치지도자들의 경쟁심까지 더해진 것이다.

근대 중국에서 지역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은 1853년 ‘이금(釐金)’ 설치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금’이란 길에 검문소를 세우고 화물 통행료를 받던 것을 말한다. 청나라 말기인 1850년대 태평천국이라는 거대한 농민반란이 일어난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제 역할을 못하자 지방정부들은 제각기 지역 방어에 나서면서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이금을 설치했다. 이후 중국이 혼란과 내전의 소용돌이에 빠지면서 이금은 물론 이를 변형한 ‘세관’이 각 지역으로 확산됐다. 중국은 사실상 수십 개의 서로 다른 나라로 쪼개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과거 공산당의 활동도 현재의 과잉 지역주의를 초래한 원인이 됐다. 국공내전 시기 마오쩌둥을 비롯해 각지의 공산당원들은 독자생존을 위해 별도의 해방구를 만들었다. 이후 1949년 중국은 명목상 통일을 이뤘지만 기존의 할거 국면은 그대로 남았다.

무엇보다 중국의 지역주의가 지금과 같은 형태로 고착화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1978년 이른바 ‘개혁개방’ 이후다. 덩샤오핑은 경제성장 우선론을 펼치면서 각 지역에 경제특구를 만드는 등 지역책임제를 도입했다. 성과가 좋으면 포상하고 그렇지 않으면 지방정부를 징계한 것이다. 이를 통해 선전 등 광둥성과 푸젠성·저장성·상하이시 등 동남 연해 지역은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다만 성장은 해당 지역에 국한됐다. 덩샤오핑은 ‘선부론(가능한 지역이 먼저 부유해지자는 이론)’을 내걸었지만 한 지역에서 창출된 부는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지 않았다. 동남 연해와 서부 지역 간 경제력에는 엄청난 격차가 발생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상하이 등에서 세금을 더 확보해 간쑤성 등 서부 지역을 지원해야 하지만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중국의 광대한 국토를 하나로 묶기는 쉽지 않다. 언어도 다르고 풍습에도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는 지역 차이를 해소하고 균형발전을 이루려 하지만 각 지방정부의 전횡이 이미 굳어진 상태다. 문제는 정치지도자들에게 있다는 지적이다.

[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18 토종 車기업만 130개...뿌리깊은 中 지역주의, 산업지도도 찢어놔

현재 중국의 최고 지도자들은 거의 모두가 지방정부 수장 시절에 발휘한 역량 덕분에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앞서 저장성과 상하이시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런 점에서 중국 성·시의 수장인 당 서기나 성장·시장 입장에서 다른 지역은 모두 경쟁자다. 한국처럼 민주적인 선거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지방정부 수장들의 출세는 중앙 최고 지도부의 선택에 달려 있고 그 선택의 기준은 결국 지역의 경제성장이다. 각 지역은 자신들의 부를 다른 지역과 나누기를 극도로 싫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지역주의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산업지도 원칙도 찢어놓았다. 한 사례를 들어보자.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 완성차제조업체는 130여개에 이른다. 이는 각 지역이 토종 자동차 기업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중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상하이자동차는 상하이 지역을 기반으로 하며 디이(제일)자동차는 만주의 지린성 창춘, 둥펑자동차는 후베이성 우한, 베이징자동차는 베이징, 창안자동차는 충칭 등으로 나뉘어 있다. 중소도시들도 예외가 아니다. 디트로이트라는 자동차 도시에 ‘빅3’ 메이커가 모두 몰려 있는 미국과는 크게 다르다.

지방정부의 힘은 산업보조금과 법률해석권에서 나온다. 가령 상하이시는 상하이차를 구입하는 고객에게만 막대한 보조금을 제공한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적어도 각자의 지역에서는 일정한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경쟁을 통한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이 나오기는 힘든 구조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등 국가적 사업에 무분별한 중복투자가 이뤄지는 것도 지역주의가 초래하는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다. 관영 신화통신은 최근 “일대일로에 대한 중앙정부의 자원배분 계획에 참여하기 위해 각 지방들이 특징도 없는 계획안을 내밀어 국가정책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비판했을 정도다.

중국식 짝퉁인 ‘산자이’도 이러한 구조에서 비롯됐다. 산자이는 중국 고전 ‘수호지’에서 유래된 ‘도적들이 사는 산채’라는 말이지만 현실에서는 정부와 다른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는 의미로 쓰인다. 어떤 주요 상품 브랜드가 있으면 다른 지역에도 유사한 브랜드가 등장한다. 불법이라는 목소리는 지방정부의 경계선을 넘어오지 못한다. 중국의 짝퉁 대부분은 광둥성에서 제작되는데 광둥성 정부는 노골적으로 이런 생산을 지원한다. 적어도 단속은 하지 않는다. 지방정부가 곧 산채인 셈이다.

때로는 지방정부의 생존과 수장들의 출세를 위해 통계가 조작되기도 한다. 랴오닝성은 2011~2014년 지역 성장률을 20% 가까이 부풀렸으며 네이멍구자치구와 톈진 빈하이신구도 2016년 성장률 데이터를 조작했다. 조작 사실은 새로 성의 수장이 된 관료들이 자신의 책임을 면하고자 과거 수장들을 고발하면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이들 3개 성의 2017년 성장률은 4% 아래로 쪼그라들었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톈진시마저 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자 다른 성·시에 대한 의혹도 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최근 10여년간 크게 왜곡됐다는 홍콩 중문대의 연구 결과를 전하면서 “중국 지방정부가 통계를 부풀리고 있는 가운데 중앙정부도 이를 수수방관하면서 경제 왜곡과 거품 양산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 기업들이 중국에 갖는 불만도 많은 부분이 지역주의에 기인한다. 미중 무역협상 과정에서 미국은 중국의 산업보조금 지급이 불공정하다고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이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성·시 등 지방정부의 보조금은 손댈 수가 없다고 해명했다. 너무나 많고 다양한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어 이를 정확하게 산출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올 3월 법제화된 ‘외상투자법(외국인투자법)’은 원론적이고 구체성이 결여됐다는 이유로 외국 기업과 언론의 비판을 받았다.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대미 유화책으로 급조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이 규정은 지나치게 간략해 실제 현장에서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각 부처나 지방정부의 시행령·조례 등으로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곧 기본 법률을 지방정부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기업들이 적잖은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KOTRA 베이징무역관의 한 관계자는 “외상투자법은 큰 틀에서의 규정이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집행되느냐를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중국 중앙정부도 점점 커지는 ‘지역주의’의 원심력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구난방인 지방정부 규정들이 비관세장벽으로 변해 불공정한 무역구조를 만든다는 대내외의 비판이 높아진데다 세계적인 기업을 일구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에서 공정한 경쟁 여건을 구축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 등 온라인 유통이 성공한 것은 적어도 인터넷상에서는 지역 구분이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설득력이 있다. 경제성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내수가 주요 성장동력으로 부상하면서 중국 국내 시장의 투명성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베이징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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