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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제대로 알면 난임치료 길 보인다

여의도성모병원 '나프로임신센터'

여성에 생리주기·가임기 등 진단교육

비뇨의학과 치료·심리상담도 병행

임신성공률 27%로 체외수정 웃돌아

"난임시술 부추기는 정책 개선 필요"

# 결혼 10년차 여성 A(38)씨는 자궁내막증으로 한쪽 난소 절제수술을 받은 적이 있어 임신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지난 2013년부터 총 8회의 시험관 시술을 받았지만 공교롭게도 모두 실패했다. 지인의 소개로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나프로임신센터를 찾은 그는 ‘나프로(natural procreation·자연적인 생식의 합성어) 임신법’ 교육을 받기 시작한 지 1년 만에 진단적 복강경수술을 통해 난임의 원인이 자궁내막증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복강경수술을 한 지 얼마 안 돼 임신에 성공해 현재 26주차. A씨처럼 난임의 원인이 자궁내막증과 유착 때문인 경우 수술로 교정한 뒤 임신에 성공하는 사례가 많다.

# 결혼 17년차인 B(42)씨는 2003년 결혼 후 2년 만에 임신했지만 유산했다. 자궁에 착상된 배아가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해서다. 2017년부터 인공수정 4회, 시험관 시술 3회를 받았는데 모두 실패했다. 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지인의 소개로 지난해 8월부터 나프로 임신법을 시작했다. 스스로 기록한 나프로 차트를 통해 스트레스의 영향을 많이 받는 심리적 문제가 있음을 확인하고 개인·집단 심리상담에 참여했다. 심리적 안정을 찾아서인지 5개월 만인 올해 1월 임신에 성공해 현재 22주차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나프로임신센터의 조미진 간호사(프랙티셔너)가 한 난임 여성에게 질 분비물을 관찰·기록하는 방법을 교육하고 있다. /사진제공=여의도성모병원




# 생리주기가 매우 불규칙한 결혼 6년차 여성 C(33)씨. 임신이 안 돼 난임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지만 난임의 원인이 뚜렷하지 않았다. C씨는 배란유도 등을 시도해보던 중 나프로 임신법 교육을 받고 자연임신에 성공한 여성이 적지 않다는 소식을 접했다. 3개월 동안 5회의 기본교육을 받고 나니 그동안 자신의 가임기를 잘못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난자 주머니’인 난포에서 난자가 성숙해가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작용으로 자궁 입구(경부)에 투명하고 미끄럽고 길게 늘어나는 점액물질 분비가 증가한다. 대부분의 여성은 이 무렵을 전후한 3~5일 동안에만 임신할 수 있다. C씨는 질분비물을 꾸준히 관찰하고 기록하면서 나프로 차트를 그려가자 가임기간을 알게 됐고 센터에서 100번째 자연임신에 성공했다.

◇생리 불규칙한 여성, 가임기 모르는 경우 많아=난임의 원인은 다양하고 지금도 안갯속인 구석이 많다. 나프로 임신법은 40여년 전 미국인 산부인과 의사 토머스 힐저스가 개발하고 교황바오로6세연구소(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가 체계적으로 발전시켜왔다. 여의도성모병원이 2016년 1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나프로임신센터는 우선 전문 간호사(프랙티셔너)가 난임 여성에게 여성 호르몬의 기능을 이해하고 자궁경부 점액 등 질분비물의 변화를 관찰·기록해 자신의 생리주기·배란후기·가임기 등을 알 수 있게 교육한다. 연속해서 3회 정도 생리주기와 질분비물의 상태를 관찰하면 자신의 상태, 난임의 원인을 짐작할 수 있다. 의료진은 이를 토대로 각종 검사를 통해 대개 1년 안에 난임의 원인을 진단하고 내과·외과적 치료를 통해 가임력을 높인다.

나프로임신센터는 4월까지 나프로 임신법 교육을 마친 385쌍에서 103건의 임신(중복임신 6건 포함)에 성공했다. 임신 성공률이 26.8%로 체외수정 성공률과 비슷하거나 높다.

이들의 난임 원인(중복 포함)은 자궁경부 점액 부족, 황체기 결함, 배란이 안 되거나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흔했다. 원인에 대한 진단이 정확하게 이뤄진다면 자궁경부 점액 분비를 돕는 보조제 처방, 황체호르몬(프로게스테론) 보충요법, 배란유도제나 배란자극요법 같은 내과적 약물요법으로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다. 비뇨의학과 상담·치료, 심리상담 등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한 경우도 적지 않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나프로임신센터는 이영(앞줄 왼쪽 두번째) 센터장과 김선욱 비뇨의학과, 길기철 산부인과 교수, 전문간호사(프랙티셔너) 등이 나프로 임신법 교육, 심리상담과 난임 원인진단, 교정치료 등을 통해 난임부부 385쌍을 대상으로 26.8%(103건)의 임신 성공률을 거뒀다. /사진제공=여의도성모병원


◇“무턱대고 난임시술 부추기는 정부정책 바뀌어야”=이영 센터장은 “센터를 찾은 난임부부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에 실패해 육체적·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해 있고 자존감·자신감이 떨어져 있다”며 “하지만 교육·상담·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자연임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고통스러운 난임시술을 하지 않고도 임신할 수 있는 여성이 많은데 정부에서 지원을 해주다 보니 난임시술부터 받는 경향이 있다. 나프로임신법이 그에 앞서 자신의 몸에 문제가 있는지 파악해보는 보편적 스크리닝 도구로 활용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조미진 간호사는 “질분비물에 대한 관찰기록만으로는 난임의 원인을 진단하는 게 쉽지 않다”며 “체계적인 난임검사를 통해 원인을 진단하고 교정해야 자연임신 가능성이 높아지고 유산의 가능성은 낮아진다”고 말했다.

나프로 임신법에서는 두 가지 여성 호르몬(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역할과 그 결과인 자궁내막·자궁경부 점액의 상태를 중시한다. 난자를 성숙시키는 에스트로겐은 배란 직전 분비량이 피크를 친 뒤 급감한다. 반면 프로게스테론은 이후 분비량이 늘어나 두툼해진 자궁내막을 끈적한 상태로 만들어 수정란의 착상을 돕는다. 점액분비가 왕성해질 때부터 3~5일 동안이 가임기다. 프로게스테론이 급감하면 자궁내막이 떨어져나가면서 생리가 시작된다. 물론 난자의 미성숙, 성숙한 난자가 난포에서 터져 나오지 못해 난임이 되는 경우도 있다.

생리기간이 불규칙하면 배란기를 알기 어려워 임신이 어려울 수 있다. 생리주기가 같은 여성 간에도 배란기·배란후기 등은 제각각이다. 보통 14일 안팎인 배란후기(배란일 다음날~다음 생리 전날)가 너무 짧으면 유산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남성의 경우 생식 관련 질환을 파악하고 치료해 가임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자연임신을 유도한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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