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이탈리아를 상대로 EU의 재정 규정을 어긴 책임을 묻는 절차에 공식 착수해 EU와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탈리아가 증가하는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EU 재정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징계 조치를 권고했다.
이탈리아 국가채무는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132.2%로 EU 권고치인 60%의 두 배를 웃돈다. 이는 EU 회원국 가운데 그리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탈리아 정부는 오히려 세금을 감면하고 저소득층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등 재정확장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EU는 이 같은 속도라면 이탈리아의 국가채무가 내년 중 GDP의 135% 선까지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집행위 부위원장은 “이탈리아는 지난해 국가부채를 GDP 대비 0.3% 줄이기로 했으나 오히려 0.1% 늘고 경제구조 역시 악화하고 있다”며 “지난해 6월 포퓰리즘 정부 출범 이후 성장에 역행하는 정책을 펼치는 등 EU 규정을 어긴 이상 징계절차 착수는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EU는 국가부채가 권고치를 초과하거나 GDP의 3% 이하라는 EU의 재정지출 제한을 넘어서는 회원국에 벌금을 부과하거나 EU 지원금을 삭감하는 등 ‘과다 재정적자 시정절차(EDP)’로 불리는 징계를 내릴 수 있다.
다만 바로 징계가 실행되는 것은 아니다. EU는 2주간 회원국들을 상대로 이탈리아에 대한 징계조치 발동 여부를 논의하는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게 된다. 징계가 최종 결정되면 이탈리아는 최대 30억유로(약 4조원)의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돔브로우스키스 부위원장은 “협의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며 향후 협상에서 이탈리아 정부가 설득력 있는 채무감축안을 내놓을 경우 징계가 철회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EU의 이 같은 결정에 이탈리아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극우정당 ‘동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 EU의 지침을 거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살비니 부총리는 최근 유럽의회 선거에서 34%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한 후 “실업난 해소와 경제성장 촉진을 위해서는 회원국의 재정지출을 제약하는 EU의 낡은 규정을 뜯어고쳐야 한다”며 EU에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고 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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