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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낳은 동서양 교차로...곳곳에 亞 기마유목민 숨결

[김석동이 풀어내는 한민족의 기원]

<7>동서 문명 교류의 장 코카서스 실크로드

■아제르바이잔

4만년동안 새겨진 고부스탄 암각화, 유라시아의 고대인 이동역사 보여줘

■조지아

땅에 묻은 항아리 이용한 와인 양조, 한국의 김치·간장 담그기와 비슷

■아르메니아

바위 뚫어 만든 게르하르드수도원·비잔티움 혼합 아흐파트수도원 독특





◇코카서스는 어떤 곳인가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에 있는 코카서스 지역은 선사시대부터 인류 이동의 중요한 경로였고 역사 시대에는 동서양 문명의 교차로 역할을 해온 실크로드의 거점지역이다. 또 스키타이·흉노·돌궐·몽골 등 아시아 기마유목민이 대제국을 건설하며 맹활약해온 역사적인 땅으로 한민족 고대사와도 연결돼 있다.

코카서스산맥 북쪽 지역은 러시아 영역으로 체첸 등 7개 공화국과 2개 지방, 1개 주가 있고 남쪽 지역은 조지아·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세 나라가 있다. 코카서스는 오랜 기간 여러 민족의 이동경로의 역할을 해왔기에 지금도 200개 이상의 소수민족이 거주하고 민족과 국가 간 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체첸사태가 한 예다. 체첸공화국은 인구 130만명 중 90%가 이슬람을 믿는 체첸인이다. 1936년 러시아가 정복해 자치공화국으로 편입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소련이 해체될 때 체첸은 당연히 분리독립을 요구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 지역에 유전과 송유관이 있다는 점, 그리고 비슷한 처지의 자치공화국들이 연쇄 독립을 요구할 우려가 있다는 점 때문에 이를 묵살했다. 이에 체첸은 1991년과 1994년 두 차례에 걸쳐 독립전쟁을 일으켰으나 러시아에 무력 진압됐다.

조지아는 러시아와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다. 1990년 소련 붕괴 이후 조지아로 편입됐던 ‘남(南)오세티야’와 ‘압하지야’가 독립을 선언하면서 내전이 발발한다.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러시아가 개입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시작됐다. 2008년 친서방정권의 조지아가 남오세티야를 공격하자 러시아군은 조지아를 전격 점령했다. 그 후 평화협정이 체결됐으나 아직도 휴화산이다.

아르메니아는 아제르바이잔과 ‘카라바흐’에서 영토분쟁 중이며 터키와도 사이가 나쁘다. 제1차 세계대전 중 오스만제국이 터키 동부에서 아르메니아인을 사막으로 강제 이주시키면서 100만명 이상 희생됐기 때문이다.

◇코카서스의 역사

코카서스 지역은 동서양의 경계인 만큼 역사도 역동적이다. 기원전 8세기 아시리아가 점령했고 이후 기원전 6세기께 페르시아에 이어 스키타이가 지배했다. 스키타이가 약화하면서 그리스의 영향력하에 들어갔고 기원전 1세기에는 로마 세력이 진출한다. 기원후 4세기에는 사산조페르시아가 정복했고 7세기 들어 이슬람화했으며 9세기에 아르메니아가 독립하고 조지아왕국이 성립된다.

11세기 이후에는 몽골고원에서 일어난 아시아 기마군단이 서진하며 이곳에서 역사를 전개한다. 11~13세기 초까지는 셀주크제국, 이어 13세기에는 몽골제국, 14세기 말에는 몽골제국의 후예인 티무르제국의 영역이 됐고 16세기부터 오스만제국과 사파비왕조의 속령이 됐다. 그런데 셀주크제국·몽골제국·오스만제국 등 아시아 기마군단은 북방사학자 전원철 박사의 고증에 따르면 고구려왕가의 후예가 세운 나라라고 한다. 우리 역사와 연결되는 대목이다.

18세기에는 제정 러시아의 세력권에 들어가며 러시아혁명 이후 1920년대 초 아제르바이잔·조지아·아르메니아 3개국이 독립했다. 이어 1936년 소연방에 강제로 가입됐다가 1991년 소연방 해체로 다시 독립했다.

한편 이 지역은 근세에도 한민족 역사와 연결된다. 1937년 스탈린은 연해주 거주 한인 17만여명 전원을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중앙아시아의 반사막 지대로 강제 이주시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긴 의지로 러시아 최고의 집단농장을 건설하며 성공적으로 살아남았다. 독립국가연합(CIS)에 거주하는 한민족(고려인)은 약 55만명에 달하며 그중 5만명이 코카서스 지역에 살고 있다.

◇코카서스 실크로드 탐방

<아제르바이잔>

인천에서 모스크바로, 다시 약 3시간을 비행해 수도 ‘바쿠’에 도착했다. 아제르바이잔은 페르시아어로 ‘불의 땅’이라는 뜻으로 인구 978만명, 면적은 우리나라보다 약간 작은 이슬람국가다.

아제르바이잔 바쿠




카스피해 항구도시 바쿠 시내에는 박물관·궁전·이슬람사원 등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으며 카펫·보석 등 수공예품 가게들도 즐비하다. 12세기에 건축된 ‘메이든타워’와 ‘시르반샤 궁전’은 세계문화유산이다. 바쿠에서 약 60㎞ 남서쪽으로 떨어진 곳에 세계문화유산 ‘고부스탄 암각화 문화경관’이 있다. 수많은 바위군에 4만년에 걸쳐 새겨진 6,000개 이상의 암각화가 남아 있다. 중앙아시아, 알타이 지역, 몽골고원, 오르도스 지역, 한반도 등지로 이어지는 다양한 암각화들은 유라시아 대초원을 중심으로 전개된 고대인들의 이동에 대한 역사를 보여주는 것 같다.

고부스탄 암각화


다음날 ‘셰마키’에서 왕가의 무덤, 모스크 등을 둘러보고 실크로드의 요충지 ‘셰키’로 향했다. 대상들과 낙타들이 묵어가는 숙소인 카라반사라이, 아름다운 코카서스 산맥을 배경으로 지어진 ‘셰키칸 궁전’, 기독교문화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알바니안 교회’ 등 잘 보전된 유적들이 도시의 역사를 웅변해준다.

셰키의 알바니안 교회


<조지아>

아르메니아에서 육로로 국경을 통과해 간 조지아는 인구 493만명, 면적은 우리나라의 70% 정도인 기독교국가다. 조지아 와인은 역사적으로 유명하다. 기원전 6000년 이전부터 와인이 제조된 흔적이 남아 있으며 ‘크베브리’라는 항아리를 사용하는 전통 양조방법은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이다. 장독대를 땅에 묻고 포도송이를 분리하지 않은 채 그대로 와인을 만든다. 마치 우리나라의 김치나 된장·간장을 담그는 개념과 비슷하다. 조지아는 스탈린과 베리야의 출신지이며 러시아 외무장관과 조지아 초대 대통령을 지낸 셰바르드나제도 이곳 출신이다.

조지아의 와이너리


먼저 아름다운 만년설산 코카서스산맥과 계곡의 풍광을 한껏 즐길 수 있는 ‘시그나기’로 갔다. 조지아에 기독교를 전파한 성녀 니노가 이곳에서 숨지자 그가 처음 선교했던 므츠헤타로 관을 옮기려 했으나 꿈쩍도 하지 않아 이곳에 묻고 ‘보드베 교회’를 세웠다고 한다. 인근 마을에서 바비큐로 식사를 하다 그곳 주민들과 어울려 와인을 마시게 됐다. 쇠뿔 잔에 와인을 따라주기에 테이블에 놓을 수가 없어 머뭇거렸더니 ‘원샷’하는 잔이란다. 마을 사람들의 환대, 전통춤, 노래, 와인 사랑은 잊을 수 없다.

코카서스산맥에 둘러싸인 수도 트빌리시에서는 동서양이 결합한 다양한 건축양식과 종교·문화를 엿볼 수 있다. 시내에는 ‘메데키 사원’ ‘나리칼라 요새’ ‘시오니 대성당’ 등 역사적인 건물들이 남아 있다. 트빌리시에서 북서쪽에 있는 므츠헤타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즈바리 수도원’과 ‘스베티츠호벨리 성당’이 있다. 이 성당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못 박혔다고 전해지는 십자가의 일부가 보관돼 있어 방문객들이 줄을 잇는다.

조지아 우플리츠케 동굴도시


스탈린의 고향 ‘고리’를 지나 기원전 10세기께부터 짓기 시작했다는 거대한 동굴도시 ‘우플리츠케’를 둘러본 후 북쪽의 ‘구다우리’에 도착했다. 다음날 인근의 ‘카즈베기’로 가서 ‘게르게티 트리니티 교회’로 향했다. 이 교회는 코카서스산맥 가운데 높은 곳에 큰 암자처럼 홀로 서 있는 조지아인들의 정신적 고향 같은 곳이다. 옛소련 시대에 모든 교회의 예배를 금지했지만 이 교회를 성지로 방문하는 서방 사람들이 많아 계속 예배를 보게 했다고 한다. 해발 2,000m가 넘는 이 교회 바로 앞에 보이는 해발 5047m의 카즈베기산은 장관이다. 다시 남쪽으로 가면서 호수변에 성·수도원·교회 등이 들어선 ‘아나누리 요새’를 끝으로 조지아 여행을 마무리했다.

<아르메니아>

조지아 남쪽국경을 통해 아르메니아로 들어갔다. 인구 305만명, 우리나라 경상남북도 크기의 나라지만 고대문명의 발상지 중 한 곳이다. 국경에 인접한 ‘알라베르디’에 도착해 ‘아흐파트 수도원’으로 향했다. 비잔티움 양식과 코카서스 토착 건축양식이 어우러진 독특한 건축물로 역시 세계문화유산이다. 이어 남동쪽으로 가면 세반 호수에 다다른다. 이는 세계적으로 높은 호수 중 하나이며 코카서스 일대에서 가장 크고 아르메니아인들이 먹는 생선을 대부분 공급하는 곳이다. 호수 섬에 ‘세반 수도원’이 있다.

아르메니아 게르하르드 수도원


다시 남서쪽으로 가면 수도 예레반이 나타난다. 핑크빛을 띤 건축물들이 즐비한 아름다운 도시로 터키 쪽 국경 너머로 노아의 방주가 멈췄다는 아라라트산이 보인다. 시내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카페, 코냑 공장 등 볼거리가 많은 도시다. 태양신을 섬겼다는 ‘가르니 신전’, 바위에 통째로 동굴을 파서 교회와 묘지를 건축한 ‘게르하르드 수도원’ 역시 세계문화유산이다. 예레반 남쪽의 ‘코르비랍’에는 1,000년에 걸쳐 지어졌다는 유서 깊은 수도원이 웅장한 아라라트산을 바라보며 서 있다. 예레반을 끝으로 여행 일정을 마무리했다. 수려한 경치 속에서 역사와 문화의 향기를 듬뿍 머금고 있는 코카서스는 여행자들의 버킷리스트로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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