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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통해 세상읽기] 自强不息(자강불식)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U-20 월드컵 결승진출 성과 냈지만
한번의 좋은성적에 도취돼선 안돼
'대회이후'에도 꾸준히 노력해야
'이변 주인공' 아닌 강호로 거듭나

  • 2019-06-14 17:33:40
  • 사외칼럼
[고전 통해 세상읽기] 自强不息(자강불식)

폴란드에서 개최되는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가 결승 진출이라는 커다란 성과를 일궈냈다. 강팀과 같은 조에 편성돼 예선 통과도 어려우리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특히 예선전 첫 상대였던 포르투갈에 패배를 당하자 우리 언론에서는 예선 통과를 위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예상하는 보도를 냈다. 하지만 대표팀은 첫 패배 이후에도 실망하지 않고 꾸역꾸역 한 경기씩 승리를 거뒀다. 그 결과 이제 꿈이 아니라 현실에서 결승에 올라 우승컵을 들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네티즌은 생전에 한국 대표팀이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서 이번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에서 이기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일요일 새벽에 열리는 결승전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고전 통해 세상읽기] 自强不息(자강불식)

대회가 열리기 전 전통의 강호가 우승 후보로 거론됐다. 물론 이런 예측이 늘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도 우승 후보로 거론된 팀들은 모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한국만이 아니라 우크라이나는 아직 국제 축구 무대에서 중심이 아니라 변방이었던 만큼 이번 대회에서 우승 후보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우리는 대표팀의 결승 진출을 반기고 축하하지만 외신은 이번 결승이 예상치 못한 상대와의 대결이라고 평가한다. 이런 외신의 평가가 우리로서는 서운할 수도 있다. 결승에 오른 만큼 한국의 실력을 인정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까 말이다.

눈앞에 닥친 것은 결승전에서 실력을 최대로 발휘해 좋은 결과를 내는 일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결승전 이후에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대회는 이번에만 있지 않고 이후에도 끊임없이 열린다. 만약 이번에 ‘우승’을 하고 다른 무대에서 한국의 대표팀이 번번이 예선 탈락을 한다면 이번 성적은 ‘반짝 우승’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다음의 다른 대회에 한국이 참여한다 해도 외신은 여전히 우리를 우승 후보로 거론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대표팀은 한두 번 좋은 성적을 낸 적이 있지만 그것을 지속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로 이 때문에 한 번의 좋은 성적에 도취되면 안 된다. 그렇게 되려면 이번 결승 진술이 특정 선수와 운에 따라 일어난 일이 아니라 다음에도 또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만드는 준비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와 관련해 ‘역경’의 건괘(乾卦)에서 하늘을 설명하는 구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늘의 운행은 굳건하다. 군자는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 굳세게 되기 위해 쉬지 않는다(천행건·天行健, 군자이자강불식·君子以自强不息).” 사람은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의 계획을 세우고자 상황에 따라 중도에 그치기도 하고 마음이 바꿔 그만두기도 한다. 이 때문에 시작만 있고 끝이 없다며 유시무종(有始無終)이라 말한다. 반면에 한번 시작한 일을 끝까지 잘 매듭을 지으면 유종지미(有終之美)라고 말한다. 다들 유종지미를 거두고 싶지만 유시무종으로 끝나버리니 사람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일을 되풀이하게 된다. 세상을 떠받치고 있는 하늘은 결코 그렇지 않다. 한 번 일어난 일은 중도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진행된다. 하늘이 이렇게 영원한 진행을 보이는 힘이 바로 굳건한 건(健)에 있다. 하늘은 튼튼하고 건실하고 꿋꿋하고 꾸준한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한번 시작되면 그만두는 법이 없는 것이다.

군자는 이러한 하늘의 움직임을 본받아 건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게 된다. 이 노력이 자강불식(自强不息)이다. 자강(自强)은 하늘의 건을 닮아 스스로 굳세어지려는 노력이고 불식은 자강의 노력이 그치지 않고 지속되는 활동이다. 이 과정을 통해 하늘의 건과 사람의 강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게 된다. 외신이 한국의 결승 진출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해서 서운해할 일이 아니다. 한국 대표팀이 지난 한두 차례의 호성적에도 불구하고 자강불식의 노력을 하지 못해 국제무대의 중심에 들어서지 못한 것이다. 이번에도 결승전에만 관심을 갖고 결승전 이후에 무관심하다면 승리의 과실만을 챙기고 승리의 과정에 눈감은 우를 범하게 된다. 그러면 한국 대표팀은 간혹 도깨비처럼 호성적을 낼 수 있지만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강팀이 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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