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은 핵융합기술개발부 오병훈 박사팀이 고주파 선형가속기 기반 중이온빔 조사시험시설 ‘KAHIF(Korea Atomic Energy Research Institute Heavy Ion Irradiation Facility)’를 국내 최초로 구축했다고 24일 밝혔다.
지금까지 해당 조사시험서비스를 필요로 했던 산·학·연 연구자들은 비싼 이용료를 지불하면서 이용시간도 상당히 제한적인 국외 가속기 시설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 교토대 DuET를 이용할 경우 1일 250만원, 미국 미시간대는 시간당 22만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원자력연은 지난해말 KAHIF를 완공한데 이어 지난 5월 최종 성능 확인을 마치고 본격적인 중이온빔 서비스 지원에 돌입했다.
KAHIF는 원자력연구기반확충사업내 ‘중이온빔 조사시험시설 구축’ 과제로 약 3년7개월간 27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지원받아 구축된 중견급 연구시설이다.
연구원은 일본 고에너지가속기연구기구(KEK)와 국제협력을 통해 가속기의 일부 핵심 장치를 제공받고 이를 다시 국내 실정에 맞게 업그레이드함으로써 학계와 산업계 수요에 최적화된 중이온빔 인프라를 보유하게 됐다.
KAHIF는 가벼운 헬륨 이온부터 철, 제논(xenon) 등 무거운 이온에 이르는 여러 종류의 중이온을 핵자당 1MeV(메가전자볼트)로 가속 후 표적에 조사하여 재료의 특성을 연구하고 소재의 성능을 시험·평가한다.
KAHIF의 중이온빔 조사서비스가 가장 비중 있게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연구 분야는 바로 ‘원전 안전성 향상’ 분야이다. 가동 중인 원자로와 핵융합로에서 방출되는 다량의 이온 및 중성자는 핵연료 피복관, 대면재, 구조재 등의 재료 특성을 변화시키면서 내구성을 약화시킨다. 따라서 이온 및 중성자 조사 환경에 따른 재료 특성 변화를 정확히 평가하고 적합한 내구성을 갖춘 피복관 및 대면/구조재의 재료를 개발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기존에 보유 중인 전자·방사광 가속기와 양성자가속기와 함께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중이온빔 조사시험시설을 추가 확보함으로써 명실 공히 빔 이용 연구 및 산·학·연 연구 지원 분야에서 국내·외를 아우르는 연구기관으로서 자리매김했다.
원자력연 박원석 원장은 “이미 KAIST, UNIST 등 학계를 시작으로 KAHIF의 활용 단계 안착 성공 소식을 접한 여러 연구 기관 및 산업체의 이용자 서비스 문의가 많다”며 “연구자들이 양질의 연구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충분한 빔 이용시간을 제공하고 이용자의 피드백을 반영한 성능 점검 및 개선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윤기자 h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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