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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제일銀 구조조정 추진, 脫한국 사전 작업 나섰나

가계대출 총량제로 경쟁력 약화

SC그룹, 금감원에 "감원" 전달

정부 감원에 민감...개입땐 외교문제 비화 우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이 100% 지분을 소유한 SC제일은행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경쟁력 약화로 한국의 시장 점유율이 계속 줄어드는데다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와 시장금리 개입 등 규제 리스크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지점 축소 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호주계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맥쿼리은행의 서울지점 폐쇄에 이어 인도해외은행도 국내 진출 42년 만에 지점을 철수하며 SC제일은행까지 장기적으로 탈한국 조치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본지 6월20일자 1·10면 참조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의 모기업인 SC그룹은 전 세계 60여개국의 계열사 사업을 점검한 결과 그룹 내 매출 비중이 급감한 SC제일은행의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SC그룹은 최근 금융감독원에도 그룹 차원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과 SC제일은행의 구조조정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GM그룹이 한국GM의 구조조정 등을 단행했듯이 SC그룹도 SC제일은행에 대한 감원 등에 착수하겠다는 것이다.

SC제일은행은 지난 2016년 1,000명을 감원한 후 가계대출 등 리테일 영업을 주로 해왔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나서면서 미래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SC제일은행은 SC그룹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년 급감해왔다. SC그룹이 국내에 처음 진출한 2005년 SC제일은행의 매출 비중은 전체의 25%에 달했지만 지난해 말에는 13%대로 급격히 줄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구조조정도 2016년처럼 전 세계 계열사를 대상으로 진행될 것으로 안다”며 “그룹 입장에서는 SC제일은행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상황에 가계대출 규제까지 더해지니 고민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SC제일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대출 잔액은 33조457억원이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이 24조8,833억원으로 75.3%를 차지할 만큼 절대적이다. 기업대출 잔액은 7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당국이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가계대출을 조일수록 수익성이 나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지난해 SC제일은행의 세후 당기순이익은 2,24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8.96% 감소했다. 올 1·4분기 당기순이익도 7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5% 줄었다. 수익성지표인 총자산수익률(ROA)도 같은 기간 0.43%에서 0.32%로 감소했다. 금융권의 관계자는 “SC제일은행은 가계대출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국내 대형은행들의 틈바구니에서도 적격대출 부문에서 강점을 보여왔지만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적격대출 취급이 줄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기업대출이 강한 것도 아니라 새 먹거리를 찾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SC그룹의 SC제일은행 구조조정 착수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SC그룹이 영국 런던에서 금감원 등 전 세계 계열사가 진출한 국가의 금융당국 관련자를 초청해 회의를 연 것은 맞지만 논의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했으며 SC제일은행 측은 “아직 본사로부터 구조조정과 관련된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SC그룹이 매년 받는 배당이 법규를 위반한 것도 아닌데 정치권에서 ‘고액 배당’ 문제를 제기하고 감독당국이 압박하는 패턴이 반복되자 SC그룹이 구조조정 카드를 꺼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SC제일은행의 구조조정이 일자리 창출을 독려하는 현 정부의 정책과 정면 배치된다는 점에서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SC제일은행의 경우 SC그룹이 100% 지분을 갖고 있어 당국이 개입할 수단이 없지만 금융노조 등이 반발할 경우 직간접 압박에 나설 수 있다. 지난해 한국씨티은행이 지점을 통폐합하자 금융노조 등이 정치권 등과 손잡고 연일 압박해 당초 계획보다 후퇴했던 적이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맥쿼리은행 지점과 인도해외은행 철수 움직임에 이어 SC그룹이 SC제일은행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SC제일은행의 탈한국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시중은행으로 구조조정이 확산될 가능성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핀테크 확산 등으로 국내 은행도 점포나 점포인력 감원 등의 구조조정 수요 압박이 커지고 있다”며 “하지만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착수가 지연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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