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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법의 사각지대를 노리는 자(者)

김상용 탐사기획팀 차장





#“한국에 건보료를 안 내고 외국에서 살다가 아프기만 하면 기어들어와 혜택을 다 보고…. 이건 건보료를 꾸준히 내는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거예요. 건보료가 상승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해외 이주자 신고를 하면 내국인 자격이 사라져 주민등록번호가 없어집니다. 그래서 건강보험 자격도 상실돼요. 하지만 해외 이주자 신고를 안 하면 해외에 나갈 때 건강보험료도 안 내고 입국 이후 바로 건강보험 혜택도 바로 받을 수 있습니다.”

본지는 지난 4월부터 연속 탐사보도인 ‘고급 두뇌가 떠나간다’와 ‘구멍 뚫린 해외 이주자 관리’ ‘FATCA 시한폭탄 불법 복수 국적자’ 등을 통해 한국 외교부와 행정안전부·법무부·보건복지부 등의 정책 사각지대를 보도했다. 해외 이민자가 외교부에 해외 이주자 신고를 하지 않으면 언제든 한국에 입국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적 문제점을 파헤쳤다. 해당 기사에 달린 1,000건이 넘는 댓글은 이처럼 관련 부처에 대한 성토로 이어졌다. 그러나 본지 보도 이후 한 달여가 지난 후 한 인터넷 카페에는 또다시 자기들만의 법의 사각지대를 노리는 경험 공유가 이어지고 있다. 일반 국민은 ‘건보 먹튀’를 걸러내지 못하는 정부를 성토하는 사이 한쪽에서는 어떻게 법의 사각지대를 노릴 수 있을지 여전히 골몰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건강보험 먹튀가 기승을 부릴 수 있던 것은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해외 영주권자를 대상으로 자진 해외 이주자 신고를 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관리는 하지 않았다. 2009년에 미국 영주권을 받아 떠난 사람이 1만5,895명(미 국무부 기준)에 달했지만 한국 외교부는 미국 영주권 취득자가 599명에 그쳤다고 발표했었다. 더욱이 외교부는 이 같은 오류 데이터를 보도자료 형태로 매년 배포해 ‘한풀 꺾인 해외 이민’이라는 기사를 쏟아내게 했다. 국내 언론은 한술 더 떠 해외 이민이 시들한 것은 한국의 위상이 올라갔기 때문이라는 분석 기사도 내놓았다. 주기적으로 해외 근무를 해야 하는 외교부 공무원들이 해외 이주자들의 이 같은 실상을 몰랐을까? 외교부의 부실한 데이터는 결국 복지부로 이어져 건강보험 적자의 한 축을 담당했다.

외교부와 복지부 등 관련 부처가 본지 탐사 보도 이후 건보 먹튀를 막기 위한 대책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해외에서 영주권을 취득해 살면서 건보료는 내지 않고 미국 병원비를 아끼기 위해 한국에 단기 입국해 은근슬쩍 건강보험 혜택을 받아가는 사람을 막기 위해서다. 관계부처가 집단 지성을 발휘해 구조적인 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도 이를 취재한 기자는 여전히 갈증을 느낀다. 그건 바로 법망을 피하기 위해 또 다른 집단 지성을 발휘하는 자(者)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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