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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코칭과 대필 사이

이수민 성장기업부 기자





“정부 창업지원사업에 처음으로 뛰어드는 회사에 어떻게 사업 전략을 수립할지, 사업계획서를 성공적으로 쓰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려드립니다. 가격에 따라 간단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점검을 전화로 하실 수도 있고 사업지원에 필요한 사업계획서 같은 서면도 작성해 드립니다.”

취업이 절실한 이들이 자기소개서를 대신 써줄 이들을 찾아 헤매듯 창업에 뛰어든 이들이 사업계획서를 멋들어지게 써줄 수 있는 이들을 찾아 헤맨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창업지원 분야에 정책 자금이 몰린 탓일까. ‘남의 손과 머리’를 빌려 적어 내려간 사업계획서로 창업지원금을 타낸 곳이 다수 있다는 제보가 잇따른다.



사례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각 분야 전문가 풀(Pool)을 마련해 소비자와 연결해주는 모 플랫폼의 검색창에 ‘스타트업’을 적어 넣으면 상단에 곧바로 “사업계획서 코칭”이나 “창업지원금 00억원 수혜” 등과 같은 문구를 내세운 자칭 ‘전문가’들이 주르륵 뜬다. 그들은 한결같이 창업을 준비하거나 이미 창업한 이들이 제 길을 잃고 헤매고 있을 때 도와주는 코칭, 즉 감수자로서 서비스 이용료를 받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용자의 리뷰를 읽어보면 해당 글을 올린 이들이 ‘창업가의 사업계획서를 상당 부분 변경하고 수정해줬다’는 등 단순한 감수의 차원을 넘어 대신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 눈에 띈다.

창업지원기관에서도 정책 자금 수혜를 목적으로 창업가들을 꾀는 이들의 존재를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시스템으로는 브로커의 힘을 빌려 작성한 서면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도 뒤따른다. 물론 수천, 수만건에 달하는 지원자를 1차 검토 단계부터 일일이 만나 지원 적합 여부를 가려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이대로 창업가들의 절실한 마음을 이용해 영업에 나선 이들이 곁다리로 이득을 봐야 하는 것일까. 창업가에게 사업계획서는 자신의 영혼이나 다름없다. 영혼을 남에게 맡긴 이들보다 맨몸으로 시장과 부딪히며 판로를 개척해 나가는 창업가를 우선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실질적인 평가 시스템과 창업 시장의 인식 개선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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