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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정치]국내외 상황 엄중한데…李총리, 8박10일 해외순방 이유는

13∼21일 방글라데시 등 4개국 순방, 22일 귀국

일촉즉발 국회, 한일 갈등 등 첩첩산중이지만

외교는 국가 간의 약속, 우군 확보 작업 필요

포스트아세안·북방협력 강화, 중동 수주 지원

이낙연 총리가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안보·통일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심재권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오는 13일부터 21일까지 방글라데시,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타르 등 4개국을 공식방문한다고 총리실이 9일 밝혔습니다. 일정을 마친 후 총리는 22일 월요일 오전 귀국한 후 정상 근무할 예정입니다.

이번 순방은 2017년 5월 총리 취임 후 11번째 해외 일정입니다. 또 지난 5월 쿠웨이트·콜롬비아·에콰도르 공식방문에 이어 두 번째로 긴 순방 일정입니다.

나라 안팎이 이토록 시끄러운데, 왜 하필 이 시점에 해외 순방을 가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지금 한국은 첩첩산중에 있기 때문입니다.



李총리 “지금 제가 웃을 처지는 아닙니다만…”

이 총리는 지난 6일 국회를 찾은 후 개인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지금 제가 웃을 처지는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국회 문이 다시 열렸고 대정부질문이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여야는 일촉즉발입니다. 추경 처리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대외 문제도 복잡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판문점 방문 이후 북핵 협상이 재가동될 수 있게 됐지만 북한 문제는 늘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화웨이 갈등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도 계속 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정치 보복성 대한(對韓) 수출 규제는 더 큰 일입니다. 9일(현재시간) 제네바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한국과 일본이 수출 규제의 부당성과 정당성을 각자 주장하며 격론을 벌이기도 했지만 갈등의 골이 깊은 역사 문제가 얽힌 탓에 쉽게 풀릴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외교 일정은 국가 간에 미리 정한 약속입니다. 우리 측에 사정이 생겼다고 해서 쉽게 취소하거나 연기할 수 없는 일입니다. 국가 신인도의 문제이고, 국제사회에서 내 편 만들기를 위한 치열한 사전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또 한국의 경제 규모가 세계 상위권에 포진하면서 한국과 스킨십을 늘리길 원하는 국가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외교만으로는 일정 소화가 벅찰 정도입니다. 일부 국가는 자국 정상의 방한이나 우리 측의 방문을 타진했다가 한국의 꽉 찬 외교 일정에 1년 이상 순서가 밀리면서 마음(?)이 상했다는 후문이 외교가에서 들리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한일 갈등 문제나 북한 비핵화 등에 있어 국제 사회의 지지를 조금이라도 더 늘려야 하는 게 우리의 어려운 현실입니다. 자유무역 기조가 퇴색하고, 미중 무역 전쟁이 늘 불안한 상황이라 새 시장을 찾는 문제도 시급합니다.

세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가 4일 베이징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방글라데시·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 그리고 카타르

이 총리는 이번에 방글라데시,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타르 등 범아시아권 4개국을 방문합니다. 순방 일정에 일요일이 두 번이나 포함된 이유는 이들 국가가 모두 이슬람권이기 때문입니다. 이슬람 문화권에선 일요일이 공휴일이 아닙니다. 종교적 이유로 일요일은 우리의 월요일과 같습니다.

첫 방문국은 방글라데시(13~15일)입니다. 한국 총리로는 17년 만의 방문입니다. 방글라데시는 인구 1억6,000만명의 세계 8위 인구 대국입니다. 하지만 아직 국가 전반이 저개발 상태로, ‘포스트 아세안’ 국가로 꼽힙니다. 이 때문에 지난 4일 세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가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중국 측에서 크게 환대하며 공을 들였습니다.

한국 역시 방글라데시와 협력 강화가 필요합니다. 장기적으로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방글라데시도 한국의 성장 모델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어 이 총리는 중앙아시아 지역에 위치한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을 연이어 방문(15~19일)합니다. 이들은 과거 실크로드 지역으로 러시아, 중앙아 및 아프가니스탄 지역 신시장 개척을 위한 요충지입니다. 이번 방문은 1992년 두 국가와 수교한 이래 한국 총리로서는 첫 방문입니다.

특히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이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을 다녀온 만큼 이 총리가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을 방문하면 현 정부 들어 중앙아시아 5개국 방문 일정이 마무리됩니다. 다자외교 강화 차원에서 신남방정책과 함께 신북방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현 정부 입장에선 이 총리의 방문으로 신북방 외교의 퍼즐 하나가 완성되는 셈입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중앙아시아 5개국은 같은 지역 내에서 상호 경쟁이 심하다”며 “국가 간 평등한 외교를 펴야 하기 때문에 조심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 일정은 카타르 공식 방문(19~21일)입니다. 중동 지역은 역시 수주 지원이 정상급 외교의 핵심입니다. 특히 현재 카타르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현재 카타르에서 참여를 추진 중인 프로젝트 규모는 320억 달러 수준입니다. LNG 운반선 60척 구매, 북부 가스전 확장, 하마드 국제공항 확장, 알 카르사 태양광발전소 개발사업 등이 걸려 있습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소위 4강으로 불리는 주요국 외교는 당연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국제사회에서 우리 편은 다다익선입니다. 국제사회에서 우군을 최대한 확보하고, 한국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미리 넓혀두는 것, 이 역시 외교의 존재 이유입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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