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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 자산매각' 싸고 일촉즉발...日 추가보복 현실화하나

징용피해자 "조만간 자산매각 신청"...日 "피해땐 조치"

日 '답변시한'인 18일 기점으로 경제보복 구체화할듯

데이비드 스틸웰(오른쪽) 신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영종도=이호재기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측의 미쓰비시중공업 국내 압류자산 매각추진에 대해 일본 정부가 경제 보복조치를 시사하면서 한일관계가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일본 측이 제안한 ‘제3국 중재위 구성’에 대해 ‘수용 불가’라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청와대는 강제징용 협상을 위한 ‘1+1+α(한국기업+일본기업+한국정부)’ 보상안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한일 양국의 갈등이 외교적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절차 간소화 우대국 목록) 한국 제외 등 추가 보복조치를 단행할 경우 양국 간의 무역전쟁이 현실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16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 따르면 강제징용 피해자 측은 “판결 확정 이후 반년이 넘도록 협의를 요청하면서 집행을 늦춰왔지만 결국 마지막 시한까지 미쓰비시중공업은 최소한의 유감 표명도 하지 않았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미쓰비시중공업의 자산에 대한 매각 명령을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매각 명령을 내리면 압류 재산은 평가를 받은 뒤 경매로 넘어간다. 경매에서 낙찰받은 매수인이 대금을 입금하면 곧바로 피해자 측에 배상금이 지급된다. 문제는 미쓰비시가 일본에 있다는 점이다. 심문 기일을 열었을 때 미쓰비시가 국내 법정에 출석한다는 보장이 없을뿐더러 심문서를 보내도 국외송달이 제대로 협조가 이뤄질지도 불확실하다.

피해자 측의 미쓰비시 자산 매각 추진에 대해 일본 정부는 기업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추가 경제 보복조치에 나설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미쓰비시중공업의 자산이 매각될 경우를 가정해 “만에 하나 일본 기업에 피해를 미치는 일이 있으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노 외무상은 “그렇게(일본 기업 자산 매각) 되지 않게 할 대응을 한국 정부에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가 ‘제3국 중재위 구성’ 요구의 한국 측 답변 시한으로 제시한 18일이 이번 사태의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을 기점으로 일본의 추가 경제보복 등이 구체화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는 이날 일본이 제안한 ‘제3국 중재위 구성’에 대한 수용 불가 입장을 명확히 하는 등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청와대 입장은 (중재위) 수용 불가라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 명쾌하게 결론이 난 것 같다”고 답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국회 당청회의에서 “일본 정부가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재래식 무기와 관련한) 바세나르 협정을 거론하며 수출제한 조치를 취한 것은 1965년 국교 수립 이후 힘들게 쌓아온 한일 우호선린관계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심각하고 무모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다만 여전히 ‘외교적 해결’이 우선순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해 국제법적 대응도 고려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어제 문재인 대통령도 하루속히 일본이 외교 해결의 장으로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제법적 대응 등으로까지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 정부가 이날 중재위 설치 요구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만큼 일본은 이를 명분 삼아 2차 경제 보복조치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외교가에서는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등 추가 경제 보복조치를 교두보 삼아 안보 영역으로 전선을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실제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문 대통령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강도 높게 비판한 데 대해 “안전보장을 목적으로 한 수출 관리를 적정하게 실시하기 위해 운용(방침)을 수정한 것으로 대항조치가 아니다”라며 안보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행보였다는 궤변을 내놓았다.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도 지난 12일 한일 실무자 접촉과 관련, 한국 정부가 수출 규제 철회를 요청했다고 밝힌 데 대해 “사실과 다른 주장에 매우 유감스럽다”며 여론전에 열을 올렸다. 이에 대해 성윤모 산업통상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일본 측은 ‘부적절한 사례’가 있어 수출규제 조치를 강화한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해당 조치의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 않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처럼 양국 관계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 가운데 우리나라를 찾은 데이비드 스틸웰 신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행보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스틸웰 차관보는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일본의 대(對)한국 추가 경제 보복조치에 대한 기자들의 질의에 “생각해보고 내일(17일) 말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미 조야에서 한미일 동맹 균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스틸웰 차관보가 물밑에서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스틸웰 차관보는 17일 오전 청와대를 방문한 뒤 오후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예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우인·백주연·양지윤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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