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구역, 경고, 불법침입 금지, 치명적인 무력 사용 허가됨.’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북서쪽으로 차로 1시간 정도 가면 사막에 이런 글이 쓰인 경고판이 나온다. 주변에는 국가에서 고용한 사설경비업체 감시요원들도 있다. 총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경고나 사설경비가 비밀스러움과 의혹을 잔뜩 불러일으킨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음모론이 끊이지를 않았다. 가장 흔한 게 외계인이나 미확인비행물체(UFO)를 연구한다는 루머다. 미 공군은 1947년 미국 뉴멕시코 시골마을 로즈웰에 추락한 비행체 잔해를 수거해 이곳으로 옮겼다. 이를 두고 1990년대 초 UFO연구자들이 UFO와 외계인을 은폐한 것이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착륙한 것을 조작한 곳이라는 루머도 무성하다. 주변의 수많은 크레이터가 아폴로 17호 달 착륙 사진에 나오는 것과 흡사하다며 퍼진 음모론이다.
1990년대 이후 온갖 억측과 음모론이 양산됐지만 미국 정부는 51구역의 존재 자체를 부인했다. 음모론을 타고 드라마와 영화가 수없이 만들어졌다. 1994년에는 TV용 영화 ‘로즈웰’이 제작돼 골든글로브상 후보에 올랐다. 영화로는 외계인의 지구침공을 다룬 ‘인디펜던스 데이(1996년)’, 51구역의 비밀을 다룬 동명의 영화(2011년)가 개봉됐다.
하지만 이곳은 미 공군의 군사기지이자 실험장이다. 2013년 8월 미국 조지 워싱턴대 부설 국가안보기록소의 정보공개 요청에 따라 미국중앙정보국(CIA)이 비밀문서를 공개하며 존재를 처음 인정했다. 이에 따르면 이곳은 맨 처음 구소련 영공에서 첩보활동을 할 U-2 정찰기 실험 장소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건설을 승인했다. 이 밖에도 초고속 정찰기인 A-12, SR-71, 그리고 세계 최초 스텔스 전폭기인 F-117도 이곳에서 시험비행을 했다.
하지만 한 번 부풀려진 음모론은 쉽게 잠들지 못했다. 최근 ‘외계인 음모’의 51구역을 기습하자는 이벤트가 페이스북에 내걸려 수십만명이 참가의사를 밝혔다. 페이스북에는 오는 9월20일 새벽에 근처의 아마고사협곡에 모여 기습하는 작전내용이 올라와 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미 공군 대변인은 “군사구역에 불법 접근 시도는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한 번 생긴 음모론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돼도 인간의 사고력을 상당기간 시험하는가 보다./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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