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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의 서재 <23>배우 남경주]"'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경구에 충격"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실존적 불안함 극복에 도움

최근 읽게 된 '오래된 미래'

배우로서의 미래 생각하며

결국 기본의 중요성 깨달아

‘스타의 서재’ 뮤지컬배우 남경주./성형주기자




남경주는 1982년 연극 ‘보이체크’로 데뷔한 이래 단 한 번도 최고의 배우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한국 뮤지컬의 역사는 남경주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그는 한국 뮤지컬을 대표하는 거목이자 후배들을 위한 든든한 버팀목이기도 하다. 책임감과 도덕성에 대한 부담감에 ‘공인’이라는 사실을 거부하는 배우들도 있지만 남경주는 다르다. 직업배우로서의 투철한 사명감에 부단히 절제하고 충실한 삶을 살아가려 노력 중이다. 그 중심에 책이 있었다. 그가 뮤지컬 ‘맘마미아’ 공연으로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스타의 소재’ 23번째 인터뷰를 수락한 이유다.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LG아트센터에서 만난 그는 가방 한가득 책을 담아 나타났다. 37년 관록의 대배우는 여러 책을 한 번에 읽고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들을 책의 여백에 적는다며 그 흔적들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 읽기 시작한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에세이 ‘오래된 미래’에는 반려견 치와와가 물어뜯어 이빨 자국이 나 있다. 발행일이 2002년인 책도 있었다. 멜리사 브루더의 ‘배우 수첩’은 너무 많이 읽어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스타의 서재’ 뮤지컬배우 남경주 인터뷰./성형주기자


남경주는 ‘내 인생의 책’을 꼽아 달라는 주문에 고심 끝에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와 데이비드 베일즈와 테드 올랜드가 쓴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Art & Fear)’를 꼽았다. 그는 “배우로서 기술적 측면보다는 신념이나 직업 윤리의식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라며 “두 책은 배우로서의 철학이나 삶의 자세에 많은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남경주는 다른 배우들과 함께 ‘아티스트 웨이’를 가지고 여러 실험을 했고 책에 나와 있는 실천법인 ‘모닝 페이지’를 몇 주간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고도 했다. ‘모닝 페이지’란 아침에 일어나 한두 시간씩 의식의 흐름을 좇아 글을 쓰고 배우로서의 창조성을 일깨우는 트레이닝 방법이다.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는 예술가로서의 실존적 불안함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 그는 “예술이란 불확실하지만 그 불확실한 길이 가장 안전하다는 게 책의 핵심”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이어 “뮤지컬 배우로서 상업 예술을 하고 있지만 예술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며 “연기를 할 때 관객들을 불필요하게 의식하고 두렵기도 한데 예술가의 방향이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스타의 서재’ 뮤지컬배우 남경주 인터뷰./성형주기자


‘스타의 서재’ 뮤지컬배우 남경주 인터뷰./성형주기자


남경주는 배우 일과 가정에만 충실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생활 역시 매우 단순하다. 새벽 5시 정도에 일어나 스튜디오로 가서 연기 연습을 하거나 저녁에 공연한 뒤 퇴근한다. 술은 거의 마시지 않는다. 그가 지금까지 존경받으며 최고의 배우 자리를 지키는 이유다. 이 같은 배우로서, 한 인간으로서 자세는 거의 모두 책을 통해 배우고 있다. 그는 “젊었을 때부터 너무 유명해지는 바람에 가식적인 모습으로 인터뷰를 했을 때도 있었다. 그러다 마치 내가 아닌 사이버 세상에 있는 이미지로 살아가는 느낌을 받았고 ‘이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독서는 나만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많은 각성을 하도록 도와줬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라는 책의 첫 장에 쓰인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기회는 달아나기 쉽고, 경험은 믿을 만한 것이 못 되며, 판단은 어렵기만 하다’라는 히포크라테스의 경구에 엄청난 충격과 자극을 받았다고도 했다.

또 자신을 진정한 배우로 만들어준 책으로 영화 배우 우타 하겐의 ‘산연기’를 꼽았다. 미국 뉴욕으로 연기 공부를 하러 갔을 때 우타 하겐은 젊은 배우들이 굉장히 좋아하던 연기 선생님이기도 했다고 한다. “배우의 정체성을 다룬 점이 좋았어요. 배우의 숙명이 진실한 연기를 하는 것이라면, 배우는 자신을 정확하게 알아야 하거든요. 그리고 경험했던 정서를 끄집어내서 연기를 하는 배우들에게 꼭 필요한 것을 다뤘어요.”



‘스타의 서재’ 뮤지컬배우 남경주 인터뷰./성형주기자


‘스타의 서재’ 뮤지컬배우 남경주가 읽은 책들. /성형주기자


이처럼 그는 어떤 책이든 배우의 시각에서 읽고 있었다. 최근 손에 든 ‘오래된 미래’도 마찬가지다. 그는 “일단 제목이 훌륭하다”며 배우로서 나의 미래는 과연 어떤 것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면서 읽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누군가는 이런 태도가 ‘올드’하게 느껴지거나 아날로그처럼 보여도 오히려 훨씬 미래지향적이고, 먼 미래에 가치가 발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경주는 ‘딸 바보’이기도 하다. 인터뷰 중에 발레를 하는 딸 사진을 여러 장을 보여주더니 딸과 함께 ‘딸 그리고 함께 오르는 산’을 읽고 싶다고 했다. 책은 해발 4,200미터의 그랜드 티턴을 딸과 함께 등반한 스포츠 저널리스트 제프리 노먼의 회상록이다. 남경주는 대학로에 위치한 ‘책방이음’이라는 서점을 자주 들른다고도 했다. “대학로에 가면 무조건 한번은 가요. 책이 많지는 않지만 컬렉션을 해서 꽂아 놓는데 거기서 좋은 책을 많이 알게 됐어요. ‘슬픈날들의 철학’도 여기서 발견했어요.”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성형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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