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초당적 대응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맞대응 카드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거론됐다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국민의 생존이 걸린 안보·군사 문제를 맞대응 카드로 꺼낸다는 것 자체가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다. 청와대는 “일본의 추가 보복과 협정이 연계돼 있지 않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가뜩이나 민감한 시기에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빚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청와대가 발표한 공동발표문 1항에서는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의 추가적 조치는 동북아 안보협력을 저해한다”고 못 박았다. 협정 파기 가능성까지 내포한 것이라는 야당 일각의 주장이 마냥 정치공세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과거 정부에서도 논란의 중심에 섰던 사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 밀실협정이라며 반대했고 시민단체 역시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관련해 폐기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집권 이후 두 차례에 걸쳐 협정을 연장하는 결정을 내렸다.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받는 등 실익이 클뿐더러 양국의 전략적 소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북핵 위협이 높아지고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일 공조가 절실한 시점에서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미 국무부가 “한미일 협력의 중요한 부분”이라며 “협정 연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천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19일 청와대를 찾은 예비역 장성들은 “국가안보는 이념이나 진영논리가 아니라 국민 합의가 필요한 일”이라고 주문했다. 국가 안위와 국민 생명을 좌우하는 문제일수록 현실에 발을 딛고 냉정하게 판단하는 것이 절실한 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