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지역의 최대 가야 무덤떼로 꼽히는 장수 동촌리 고분군이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된다.
22일 문화재청은 5세기 초반부터 6세기 초반 사이에 축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 83기가 분포한 ‘장수 동촌리 고분군’을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 예고했다고 22일 밝혔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동촌리 고분군은 그동안 백제권으로 인식된 장수 지역에 가야 세력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려준 중요한 유적이자 고대 사회상을 밝혀줄 가치 있는 문화재”고 평가했다.
지난해 3월에는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이 호남 지역 가야 유적으로는 처음으로 사적으로 지정됐다. 이번에 동촌리 고분군도 사적으로 지정 예고되고 전북 가야 유적 조사를 전담할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가 출범하면서 호남 가야 유적 조사·정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동촌리 고분군은 장수군 장수읍 해발 724m 마봉산 산줄기와 능선을 따라 조성돼 있다. 2003년 발굴조사가 처음 진행된 뒤 지난해까지 6차례 조사가 이뤄졌다. 고분 중에는 지름 20∼30m에 달하는 중대형 무덤도 있다.
가야계 수혈식 석곽묘(竪穴式石槨墓·구덩식 돌덧널무덤)에서 가야계 토기와 백제계 토기가 함께 발견돼 두 고대국가간의 역학관계를 보여주는 자료로 평가된다. 봉토 아래에 주곽(主槨·으뜸덧널)과 부곽(副槨·딸린덧널)을 함께 둔 점이 가야 고분 특성으로 분석된다. 반면 고분 평면이 타원형인 1호분은 무덤 주변에 돌을 쌓은 시설물인 호석(護石)이 없어 영남 지역 가야 고분과는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지표면과 생토면을 잘 고른 뒤 1m 내외 높이로 흙을 쌓고 다시 되파기를 해 무덤을 조성했는데, 이러한 기법은 마한 분묘 영향을 받은 독창적 요소로 파악됐다.
2015년에는 가야계 고분 중 최초로 징이 박힌 편자(말발굽에 덧대어 붙이는 쇳조각)와 말뼈가 발견됐고, 2017년 조사에서는 고령 지산동 고분군이나 합천 옥전 고분군 같은 가야 수장층 무덤에서만 출토된 재갈이 나왔다. 또 둥근고리자루칼, 은제 귀걸이, 휴대용 화살통 등 가야계 고분에서 나타난 유물과 비슷한 부장품이 모습을 드러냈다.
최재원 장수군 문화관광과장은 “지속해서 학술조사를 하고 유적을 정비하겠다”며 “삼봉리 가야계 고분군 사적 지정과 동촌리 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적 지정 여부를 확정한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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