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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25> '바오류' 위태에 집권 정당성 희석되자...애국·민족주의에 호소

■창당 98주년 맞은 중국 공산당

中 1분기 사상 최악 성장률 쇼크

공산당 경제적 치적 위기 맞아

"2021년 샤오캉사회" 내걸었지만

2010년 이후 성장 속도 둔화

성장률 집착에 국가 부채 급증

글로벌 경제에 시한폭탄 될수도

"외세 압박 공산당 중심 타개돼야"

자본가·지식인 흡수 민족정당으로

지난 2017년 10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 시진핑(앞줄 왼쪽 세번째) 국가주석과 후진타오(〃 두번째) 전 주석, 장쩌민(〃 네번째) 전 주석 등 전·현직 당 수뇌들이 집결해 있다. 전국대표대회는 5년마다 열리는 공산당 최대 행사다. /블룸버그




중국 공산당의 인사를 총괄하는 당 중앙조직부는 2018년 말 현재 공산당원 수가 9,059만4,000명을 기록했다고 최근 공개했다. 1921년 7월 중국 공산당이 57명의 멤버로 창당됐으니 98년 만에 당의 규모는 159만배로 늘어난 셈이다. 현재 공산당원은 총 13억9,538만명에 달하는 중국 인구의 6.5%를 차지한다.

그래도 중국 공산당에 입당하기는 쉽지 않다. 공산당이 최근 입당 기준을 높였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취임 직후 “공산당이 엄격함을 잃었다”고 질책한 이래 3%를 넘던 당원 증가율은 1%대로 떨어졌다. 지난해에도 공산당원 수는 전년 대비 1.15%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당·국가체제인 중국에서 고위 관료직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히 공산당원들이다. 이 때문에 ‘사회주의’ 사상에 충실한 사람보다는 고위직을 노리는 엘리트들이 당원 자격에 욕심을 내게 된다. 반면 자유분방한 젊은 세대는 당원이 되는 것을 꺼린다. 중국 대학에 근무하는 한 한국인 교수는 “당원이 되면 당의 지시를 무조건 이행해야 하기 때문에 가입을 꺼리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새로운 피를 수혈하는 과정에서 사회주의 사상을 지키는 동시에 엘리트를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에 공산당이 직면해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경제다. 1·4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27년 만에 분기 최저치인 6.2%까지 떨어지면서 중국은 ‘바오류(保六·6% 이상 성장률 유지)’를 지키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다. 중국 공산당 장기집권의 기반이 되는 경제적 치적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쏟아붓는 부양책은 ‘거품’으로 이어져 중국 경제의 건전성을 악화시킨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앞서 중국 공산당은 최소 100년 이상의 장기집권을 뒷받침할 ‘두 개의 100년’ 목표를 수립한 바 있다.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오는 2021년 ‘샤오캉(小康) 사회’를 달성하고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에는 사회주의 최강국으로 우뚝 서겠다는 것이다.

당면 목표는 이제 2년도 채 남지 않은 ‘샤오캉 사회’ 수립이다. ‘샤오캉 사회’란 중국 유교 고전에서 나온 용어다. 궁극적 목표인 ‘다퉁(大同)사회’로 가기 위한 전 단계를 뜻하는 샤오캉 사회는 예와 법을 통해 질서가 잡힌 사회를 말한다. 개혁개방을 역설하며 이 용어를 끄집어낸 덩샤오핑은 여기에 현대화되고 풍요한 사회라는 의미를 부여해 현실 목표로 제시했다. 2010년 중국 공산당은 2021년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해에 ‘샤오캉 사회’를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녹록지 않아졌다. 중국 공산당은 샤오캉 사회를 위해 2020년까지 2010년 대비 국내총생산(GDP)과 개인소득을 두 배로 증가시키겠다고 약속했다. 2010년 당시만 해도 경제성장률이 10.3%였으니 쉽게 달성될 수 있는 목표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이후 성장률은 2012년 7.9%에서 2014년 7.3%, 2016년 6.7%, 2018년 6.6%로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급기야 올 2·4분기에는 6.2%까지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하면서 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쉐야쉔 자오상증권 수석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이 단시간에 해결되기를 바라는 것은 어렵다”며 “중국 성장률이 5%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계산에 따르면 샤오캉 사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국 경제성장률이 올해와 내년에 각각 6.2%를 넘어야 한다.



경제성장률 하락은 중국의 현실에서 단순히 경제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급격한 성장 속도의 둔화는 공산당이 지배하는 일당통치제도의 정당성과도 관련되는 문제다. 수십년째 공산당 일당지배가 이어지고 있는 오늘날의 중국은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과거 거쳐 온 개발독재를 연상시킨다. 공산당 측은 항일전쟁과 국공내전에서 승리한 공산당이 이제 경제성장을 견인하며 중국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과거 항일전쟁에서는 국민당의 역할이 훨씬 컸고 공산당이 내전 승리를 근거로 70년 이상 집권할 정당성을 갖췄다고 주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현재의 공산당 지배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요인은 경제 성장이다. 대다수 중국인은 공산당 집권 이후 먹고살 만해졌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찬성하지도, 반대하지도 않는다. 공산당 정부가 경제성장에 목을 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오늘날의 성장세 둔화는 중국 공산당으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공산당은 각종 부양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올해는 4조위안대의 인프라 투자와 감세가 예정돼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 법이다. 경기부양은 대부분 빚을 통해 이뤄진다. 중국 당국자들은 한결같이 “경기부양을 위한 중국 정부의 정책 개입 여지가 아직 많다”고 하지만 이는 결국 부채를 통해 성장률을 올리겠다는 이야기와 다를 게 없다. 경기를 끌어올리려는 당국의 노력이 가중될수록 중국의 국가부채는 급증하고 거품은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공개된 국제금융협회(IIF)의 부채보고서에 따르면 1·4분기 기준 중국의 국가부채는 GDP 대비 303.6%에 달했다. 2010년대 초반 완만하던 국가부채 증가율은 후반기로 들어서면서 급증했다.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마구잡이 경기부양을 통해 부채를 늘린 결과다. 이는 중국만이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시한폭탄과 같은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 공산당이 처한 논리적 모순과 정체성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공산당은 궁극적으로 사회주의를 목표로 한다면서도 어떻게 달성하겠다는 방법론에서는 설명을 흐린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사회주의를 기본으로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하지만 이 시장경제를 궁극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미래 중국 체제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 전문가들의 설명에 따르면 중국의 현재 상황은 ‘사회주의 초급단계’다. 여기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잠정적으로 시장경제를 활용해 완전한 사회주의가 가능할 정도로 충분히 생산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 중간 목표가 이른바 샤오캉 사회 달성이다. 문제는 중국 공산당이 사용하는 용어와 그 정의가 국제적 보편성이 결여된 자의적인 것이어서 공산당이 내세우는 목표 자체가 모호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주의 초급단계’라는 말이 대표적이다. 1987년 자오쯔양 당시 국가주석은 “완전한 사회주의를 위해 사회주의 초급단계가 100년은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오 전 주석이 당초 언급한 초급단계 100년의 기점은 1957년이다. 앞서 공산당은 국민당과의 국공내전에서 이기고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설립했지만 이는 공산당 혼자의 힘만으로 된 것은 아니다. 당시 지주와 자본가들을 포함한 다른 정파들이 공산당 편에 섰다. 때문에 공산당도 처음에는 다른 정파의 요구를 무조건 거부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국영과 사영이 섞인 혼합경제가 만들어졌는데 마오쩌둥은 이를 ‘신민주주의체제’라고 불렀다. 하지만 한국전쟁을 거치고 소련의 영향에 따라 급속하게 전산업의 국유화를 달성하며 국면이 전환됐다. 중국 공산당은 주위의 반대를 물리치고 8년 만인 1957년에야 사회주의 진입을 선포했다.

마오쩌둥이 죽고 문화혁명이 끝난 후 덩샤오핑은 1978년 개혁개방을 외치면서 국영 단일경제체제를 다시 혼합경제로 돌렸다. 문제는 ‘사회주의 진입’을 선언한 1957년부터 1977년까지의 20년인데 그래서 새롭게 만들어낸 정치적 용어가 ‘사회주의 초급단계’다. 1957년부터 사회주의에 진입했지만 아직은 ‘초급단계’라는 식이다. 초급단계에서 생산력 발전을 위해 시장경제가 필요하다고 해서 또 나온 용어가 ‘사회주의 시장경제’다. 하지만 사회주의든, 초급단계든, 시장경제든 변하지 않는 게 있다. 바로 공산당의 일당지배체제 고집이다.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사실상 국가자본주의라는 비판에도 공산당이 집권하고 있으니 사회주의라는 동어 반복식 논리를 내세웠다.

경제성장 둔화에 따라 공산당의 집권 정당성이 점점 희석되면서 경제 외에 다른 구호도 나타났다. 바로 애국주의와 민족주의다. 중국은 여전히 미국 등 외세의 압박을 받고 있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공산당이 중심이 돼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중국몽’ 등 듣기 좋은 구호들이 난무하고 있으며 원래 사회혁명가 집단이었던 중국 공산당은 이제 ‘중화 민족의 선봉대’가 됐다. 2002년 장쩌민의 주도로 ‘3개 대표론’을 채택하면서 공산당은 기존 노동자·농민만이 아니라 자본가·지식인을 흡수한 이른바 민족정당으로 자리매김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유사 사회주의와 애국주의, 유교사상의 기묘한 결합이 현재 중국이라는 말이 있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은 이달 창당 98주년을 맞았다. 1921년 당시 창당 행사는 상하이의 한 학교에서 진행됐는데 행사 현장에서 작성된 기록은 없다. 후에 참석자들이 저마다의 기억을 되살려 창당 과정을 복기했지만 사람들이 주장하는 창당 날짜마저 제각각이었다. 7월23일이 다수설이지만 다른 날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다. 당시 소련에는 “7월 하순에 창당 행사를 했다”고만 보고했다고 한다. ‘당 건설 신화’가 필요했던 중국 공산당은 그냥 1일이라고 정해버렸다. 현재 공산당 창당일은 7월1일이다. /베이징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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