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예정된 미·중 무역협상이 기존의 협상 장소였던 중국 베이징이 아닌 상하이에서 열리는 데 대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전략변화를 시사한다”고 25일 보도했다. 앞서 미국 대사관은 전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30일부터 이틀간 상하이에서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와 무역협상을 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결정을 두고 전문가들은 무역협상이 중국의 정치 수도인 베이징이 아닌, 경제 수도이자 국제금융 중심지인 상하이에서 열리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 경제학자 선젠광은 “중국은 협상 장소 변경으로 ‘무역은 무역, 정치는 정치’라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내려는 것”이라며 “해결이 어려운 정치적 이슈보다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 완화,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와 같은 기술적 이슈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상하이 회담의 결실은 그리 크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 창 젠은 “상하이로 협상 장소가 바뀐 것은 협상의 목표가 ‘더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중국 경제모델의 전면적인 구조적 변화보다는 구체적인 수출입 조정 등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중국이 무역전쟁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중국은 ‘대타협’의 전제조건으로 미국의 관세 철회를 원하지만 미국은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래리 후 매쿼리 캐피탈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상하이가 미·중 관계 개선의 역사에서 중대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상하이를 “미·중 관계에서 독특한 역할을 해온 지역”으로 소개하며 1972년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마오쩌둥과 회담하고 양국 관계 정상화의 초석이 된 ‘상하이 코뮈니케’를 발표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상하이 코뮈니케는 ▲영토와 주권의 상호존중 ▲상호불가침 ▲상호 내정불간섭 ▲평등 호혜 ▲평화공존 등 미·중 양국이 1972년 합의한 평화 5원칙을 담은 공동성명으로 양국 국교 수립의 초석이 됐다.
중국 시틱은행의 랴오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협상 장소의 변경은 양국 협상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 넣을 것”이라며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이자 경제 수도인 상하이에서 회담이 열린다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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