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푸르고 사과는 빨갛다. 20세기 중반 컬러사진이 보편화하기 전까지 활용된 흑백사진은 이 분명한 진실을 왜곡했다. 특히나 흑백사진에 담긴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은 본래의 색을 잃어버린 채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점점 희미해질 수밖에 없었다.
신간 ‘역사의 색’은 이러한 안타까움을 최첨단 기술력으로 극복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한다. 1850~1960년 세계사의 결정적인 순간을 찍은 흑백사진에 색을 입혀 잃어버린 생명력을 복원한 것이다.
사진 채색 전문가인 마리나 아마랄이 치밀한 고증 작업을 거쳐 사진의 색채를 되찾았으며 언론인이자 역사가인 댄 존스가 맛깔스러운 문체로 한 시대를 수놓은 중요한 장면들을 서술했다. 저자들은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1만장에 달하는 사진을 살핀 끝에 최종적인 복원 대상으로 200장을 골랐다.
나치 수용소에서 굶주린 유대인들, 한국전쟁에서 체포되는 북한군 병사, 명성황후의 검붉은 복식 등 이 책이 아니었다면 결코 알기 힘들었을 ‘역사의 색’이 줄줄이 되살아난다. 1만9,800원.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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