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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 "저축銀,시중은행· 상호금융과 영역 나눠야 금융사각지대 사라져"

은행-대기업·신협-지역 업무…저축銀은 중기 등 취급
각 업권 역할 구분때 전국민에 촘촘한 금융서비스 가능
시중은행과 BIS 차이 없어 예보료 인하 반드시 필요
업계 오너들 고령화 가속…M&A 규제 완화 등 힘쓸 것

[서경이 만난 사람]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  '저축銀,시중은행· 상호금융과 영역 나눠야 금융사각지대 사라져'

대담=김홍길 금융부장

박재식(61·사진) 저축은행중앙회장이 선진국들의 금융시스템 사례를 스터디하고 있다. 독일식 모델을 비롯해 일본, 미국 등 다양한 해외 저축은행들을 살펴보고 ‘취할 수 있는 것은 취하자’는 실용주의적인 판단에서다. 취임 6개월간 저축은행 회원사를 둘러보고 현장에서 어떤 것이 필요한지 파악하느라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낸 그는 이제 자신의 생각을 하나둘 꺼내 보이고 있다.

28일 박 회장은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 집무실에서 본지와 단독으로 만나 “회장 취임 이후 6개월간 국회·금융당국 등과 상시적인 소통을 통해 저축은행의 달라진 모습을 알리는 한편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규제환경 등을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저축은행의 경영상황이 크게 개선됐지만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업계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매진해왔고, 잘 극복해왔다”며 “이제는 다양해진 업계의 이해관계를 한데 모으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순우 전 회장이 업계를 추스르는 데 힘을 쏟아왔다면 이제는 이를 잘 계승해 “저축은행의 성장 모멘텀을 제대로 만들어가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그러나 79개 회원 저축은행의 이해를 100% 반영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자산규모나 영업방식, 소재지별 경제환경 차이 등으로 과거보다 기대가 높아지고 이해관계도 더 첨예해져 이를 중간에서 조정하는 역할도 쉽지 않다. 당국이 요구하는 혁신속도와 수준도 맞춰야 한다.

박 회장이 느끼는 중압감이 전임 회장들과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저축은행 회원사들이 요구하는 것을 100% 당국에 전달하는 역할만 하지 않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저축은행) 회원사들이 100을 요구한다면 이 중에서 정말로 필요하고 금융당국도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이 있는 60 정도를 추려 회원사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할 것”이라며 ‘현명한 조율사’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주장할 것은 하되 당국이 이해하고 도와주고 싶게끔 명분을 잘 만들어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는 “업계와 당국의 입장을 헤아리고 조율하는 게 관료 출신의 큰 강점이 아니겠느냐”며 자신감을 보였다.

박 회장은 “우선 금융권에서 저축은행의 포지셔닝(위치선정)을 어떻게 잡을지부터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은행들과 상호금융 등이 이미 기존의 저축은행 영역을 잠식하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저축은행이 존재해야 할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부터 재설정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저축은행은 서민금융의 젖줄로 통했지만 칸막이가 사라지면서 의미가 많이 퇴색했다.

박 회장은 “시중은행들이 아파트 등 우량담보대출은 물론 저축은행의 주요 고객이었던 중·저신용자에 대한 정책대출 상품이나 보증제도를 시작하고 있는데다 신협이나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도 규제가 많이 풀어지면서 저축은행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농협이나 신용협동조합·새마을금고 등 경쟁 업권에 비해 저축은행 업계의 목소리도 상대적으로 많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규제완화에만 초점을 맞추지는 않겠다는 것이 박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저축은행 업계도) 금융당국에 부분적인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이를 관철시켜 당장에는 도움이 된다고 해도 미래 경쟁력에 크게 도움이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며 “저축은행의 새로운 포지셔닝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금융학회와 함께 저축은행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를 진행하며 저축은행의 포지셔닝에 집중하고 있다. 이 연구는 독일, 일본 등 해외 선진금융 조사를 바탕으로 이뤄지며 결과는 오는 10월에 나온다. 이를 통해 저축은행이 서민금융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에서는 메가뱅크와 지방은행·저축은행·신용금고 등 금융권의 계층화가 뚜렷하게 이뤄져 있고 각 업권이 맡고 있는 고객들도 그룹화돼 있다”며 “그렇다 보니 전 국민에 대한 금융서비스가 촘촘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메가뱅크는 대기업 영업과 글로벌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추고 지방은행과 저축은행들은 자영업자·중소기업, 주택담보대출을 주로 취급하고, 신협 등 상호신용금고는 지역에 더 밀착한 금융업무를 하다 보니 금융서비스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국내에서도 일본처럼 각 업권의 영역과 역할이 적절히 구분되고 타깃 고객층이 뚜렷해야 금융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저축은행들이 지금보다 더 지역에 밀착한 관계형 금융회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회원사는 물론 금융당국과도 원만하게 조율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예금보험료 인하는 물론 저축은행 업계의 말 못할 고민이었던 인수합병(M&A) 허용 등 꼭 필요한 규제개선은 당국에 적극 의견을 내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저축은행은 부실사태와 구조조정을 거친 후 건전성과 수익성 등 경영상황이 시중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개선됐다. 저축은행 업계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평균은 구조조정 이전인 2011년 6월 2%에서 2014년 이후 14%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시중은행과 별 차이가 없다. 금융당국의 요구치인 8%보다 훨씬 높다.

2011년 25%까지 치솟았던 연체율도 부실여신 감축, 여신심사와 사후관리 강화를 통해 현재 4%대까지 내려왔다. 저축은행들의 자산규모 역시 2014년 37조원에서 현재는 구조조정 이전 수준인 70조원으로 회복한 데 이어 2015년 이후 연속으로 흑자를 달성했다.

하지만 파산 시 예금자보호를 위해 예금보험공사에 매년 내는 예금보험금 요율은 시중은행보다 5배나 많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나 지역경제 침체 등으로 실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축은행들이 예보료 부담을 더 크게 느끼는 이유다. 현재 각 업권별 예금보험료율은 은행 0.08%, 보험 0.15%, 금융투자·종합금융 0.15%, 저축은행 0.4%다. 박 회장은 “저축은행의 예보료율은 은행에 비해 5배, 상호금융권과 비교해도 2배 이상 높은 수준이어서 경영상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예보료 인하는 타 금융 업권과 관련돼 있고 예금보험기금의 적자상황을 고려할 때 쉬운 과제가 아니지만 저축은행의 부담능력을 초과하는 예보료 인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행 저축은행의 예보료는 예금금리가 지금보다 높았던 2011년 7월에 결정된 것으로, 이후 저금리 추세가 지속돼 2011년 당시 저축은행 예금금리의 약 7%를 차지하던 예보료율이 이제는 15%를 넘어서며 경영상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이 박 회장의 설명이다. 국내 은행이나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일반적으로 순이익 대비 평균 8% 수준에서 예금보험료를 부담하는 데 반해 저축은행은 3배에 달하는 평균 24%를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구조조정을 유발한 저축은행들의 사례를 토대로 예보료가 올랐는데 오히려 부실은행은 이미 시장에서 퇴출됐고 부실책임과 무관한 저축은행들만 퇴출 저축은행들의 부담을 떠안고 있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금융당국에 예보료 인하의 필요성만큼은 꾸준히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중앙회와 저축은행들은 예보료가 인하되면 절감된 비용을 서민들을 위한 중·저금리대출 상품에 투자하거나 지역 내 자영업자·중소기업 등에 대한 보증재원으로 활용하는 등 서민·포용금융을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박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예보료 인하를 내걸었지만 보험업권과의 이해관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별 진전이 없다.

박 회장이 집중하고 있는 또 다른 하나는 저축은행 간 M&A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지역 저축은행도 제조업체와 비슷하게 오너의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한다. 40년 넘게 저축은행을 경영해온 오너가 고령이 돼 가업을 물려주고 싶은데 자녀들이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상속세 부담 등도 커 폐업을 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는 것이다. 서울의 대형 저축은행이 M&A를 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은데 규제가 너무 많아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방 저축은행이 문을 닫게 되면 지역 금융서비스의 사각지대가 커질 수 있다. 그는 “저축은행이 관계형 금융을 해야 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사실상 M&A에 대한 규제가 너무 많다 보니 퇴출 경로가 전무하다”며 “소형 저축은행이 수익 악화를 감수하면서 버티는 것보다는 대형사가 이를 흡수해 시장이 자율경쟁으로 정화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당국에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축은행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업계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지나치게 경직되게 운영되는 저축은행 간 M&A 규제를 합리적으로 풀어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박 회장은 “저축은행의 경우 영업구역이 제한돼 있다 보니 요즘처럼 지역 경기가 침체하는 상황이 장기화하면 지방 저축은행들은 활로를 찾을 수 없다”며 “(저축은행 간) M&A를 허용해주거나 대기업 수준의 상속세를 낮춰주는 것만으로도 시장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저축은행 업계의 규제 차등화에도 나설 방침이다. 단순 과실에 대한 임원의 연대책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의 대출규제, 은행 수준에 버금가는 대손충당금이나 자산 건전성 분류기준 등 다양한 저축은행 규제에 대해서도 장기적으로 저축은행에 맞게 차등화해나가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저축은행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바꾸기 위해서는 일본처럼 업권에 맞는 규제 차등화가 필요하다”며 “이제는 중앙회를 주축으로 업계와 당국 등이 저축은행의 미래를 준비해나갈 때”라고 강조했다. 그래야 저축은행이 과거와 같은 ‘서민의 은행’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리=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사진=성형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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