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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근로 등 재계 요구 모두 뿌리쳐…'기울어진 운동장' 더 기울어

정부, ILO협약 비준안 입법예고

경영계,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금지 규정 삭제 등 재검토 요구

노동계는 단협 유효기간 연장·사업장 점거제한에 문제 제기

특수·간접고용직 노조설립·가입 문제 등도 빠져 불씨 여전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고용노동부의 ILO 핵심협약 관련 법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의 비준을 위해 30일 내놓은 노동관계법 개정안은 지난 4월 경사노위 공익위원들이 낸 권고안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에 따른 전문가 패널 소집을 앞두고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정부안을 또 내놓았다. 비준안의 통과에 초점을 두다 보니 당사자 모두 불만이다. 재계는 “실업자·해고자의 노조 가입 허용이 노사 간 힘의 균형을 깰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사업장 점거 제한을 반대급부로 포함시킨 것을 문제 삼았다.

◇EU 압박·FTA 위반 문제에 다급한 정부=정부가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따로 낸 건 한-EU FTA 위반을 둘러싼 전문가 패널 소집을 앞둔 제스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미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추경호·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 등 여러 의원들이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방향성이나 내용이 제각각이다. EU가 FTA 위반이라고 콕 집어 얘기한 법 조항 6개와 충돌하는 것도 있다.

따라서 이것들을 일일이 종합하기보다는 하나로 정리된 안을 따로 만들어 EU에 협약의 비준과 노동관계법 개정을 위해 진전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음을 EU에 보여줘야 했다는 것이다. 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은 일단 뒤로 밀어두더라도 정부가 최선을 다했음을 알리려는 목적이다. 고용노동부도 정부안을 낸 배경으로 EU 측에서 지난 4일 FTA 관련 전문가 패널 소집 요청 이후 핵심협약 비준에 대한 실질적 진전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공익위원안 그대로...노사 모두 반발=이날 나온 정부안은 지난 4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 공익위원들이 낸 권고안과 다르지는 않다. 가장 치열한 논쟁이었던 해고자·실업자 노조 가입 허용을 비롯해 소방공무원의 노조 가입 허용,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규정 삭제, 교섭창구단일화 제도의 정비 등이 그대로 실렸다.

하지만 노사 양측을 만족시키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계는 가장 큰 쟁점인 실업자·해고자의 노조 가입 허용부터 반대해 왔다. 산별, 기업별 등 노조 형태에 상관없이 가입은 허용하되 사업장 출입 등 활동은 노사 합의로 만든 절차에 따르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해직자 가입 문제로 법외노조가 된 전교조 등이 노조 설립 신고서를 다시 내는 방식으로 합법화가 가능하다. 또한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규정 삭제와 근로시간면제한도 완화에 대해서도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처벌규정 삭제 등 그간 요구한 사항이 빠진 것도 불만이다. 경총은 이날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는 노사관계를 협력적·타협적으로 전환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노동개혁 차원의 논의가 돼야 한다”며 “‘생산활동 방어기본권’ 차원에서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제도 개선 등이 반드시 연계돼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계에서는 경영계의 요구를 수용해 단협 유효기간을 연장하고 사업장 점거를 제한한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애초 ILO 핵심협약의 비준이 사측과의 거래 대상이 되는 것을 반대했기 때문에 반발기류가 더 크다.

◇특고직 문제 등은 빠져..불씨 여전=EU에서 결사의 자유 침해라고 지적한 사안 중 몇 가지는 이번 정부안에서 빠졌다. 우선 대리운전·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과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노조 설립 및 가입 문제다. 공익위원안에서는 특수고용직의 결사의 자유가 필요함은 인정했지만 단체교섭권 행사 방안 등 구체적 사항의 방향은 제시하지 않았다. 박화진 고용부 노동정책실장은 “국내 노사관계의 현실과 노사 양측의 의견 대립을 고려하면 더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조설립신고제도의 정비도 이번 안에서 제외됐다. 공익위원안에선 ‘노조아님’ 통보 제도를 적은 노조법 시행령 9조2항의 삭제를 권고했으나 고용부는 법 개정 후에 진행할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세종=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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