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오수와 공장 폐수로 가득해 매년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해 ‘죽음의 강’으로 불리던 태화강이 ‘생명의 강’으로 탈바꿈하면서 국가정원까지 품에 안았다. 울산시는 이번 지정을 계기로 그동안 수도권, 호남권에 편중됐던 정원 문화를 넓히고,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울산의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12일 전남 순천만 국가정원에 이어 우리나라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태화강 정원은 국내 최초의 수변 생태 정원이다. 태화강 정원은 83만5,452m²의 규모다. 태화교에서 삼호교 구간 둔치 구역으로 여의도 광장의 4배 크기다. 29개의 크고작은 정원에는 대나무 65종과 다양한 나무, 꽃 종류가 700종에 달한다. 십리대숲(23만6,600㎡)과 생태체험관, 은하수길 등 연간 158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울산 최고의 관광명소다.
태화강 정원이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까진 우여곡절이 많았다. 애초 국가정원 땅 대부분은 사유지였다. 태화강 십리대숲도 1987년 하천정비기본계획에 따라 모든 수목을 제거하기로 하면서 사라질 뻔했지만 시민들이 지켜냈다. 1994년에는 도시계획을 변경하면서 일부 지목이 주거지역으로 변경되면서 지주들이 택지개발을 추진하려 했다. 당시에도 역시 태화강보전회 등이 나서 ‘태화들 한 평 사기 운동’을 전개하는 등의 노력으로 이를 막아냈다. 건설교통부는 결국 2005년 하천부지로 환원했다. 울산시는 곧바로 대공원 조성사업을 진행했지만, 당시 보상비문제로 진척이 없던 상황에서 태화강 일원을 국가하천구역에 편입시키는 발상의 전환으로 국비 727억원을 확보하고, 태화강 대공원 사업의 물꼬를 트게 했다.
이전 역사를 들여다보면 태화강은 1962년 8만명의 작은 농·어촌 도시가 인구 110만명이 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산업수도로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오염되기 시작했다. 2000년 전까지 생활 오수와 공장 폐수로 가득한 ‘죽음의 강’으로 불렸다. 역한 냄새가 진동을 했고, 오염에 견디다 못한 물고기는 떼죽음을 당했고, 철새들은 둥지를 버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2004년부터 추진한 수질 개선사업으로 현재는 연어와 황어가 회귀하는 1급수 하천인 ‘생명의 강’으로 탈바꿈했다. 강변 십리대숲은 백로와 떼까마귀가 사계절 찾아오는 전국 최대의 철새 도래지로 유명하다.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은 울산지역 숙원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다. 울산시는 태화강국가정원 지정을 위한 범시민 서명운동과 지방정원 등록, 정원박람회 개최 등을 거쳐 지난해 5월 정부에 국가정원 지정을 신청했다.
이번 국가정원 지정으로 울산시는 매년 30억~40억원 국비를 정원 관리 용도로 받는다. 국가가 내어주는 예산으로 국가정원을 어떻게 경쟁력 있게 꾸며나갈 지는 울산시의 몫이다. 울산시는 2021년까지 가든센터, 정원지원센터 등 정원 사업화 기반 시설을 건립하고, 특색있는 다양한 콘텐츠의 정원 작품을 늘려나가며 국가정원으로의 위상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 2018년 울산발전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으로 울산시는 2023년까지 생산유발 5,552억원, 부가가치유발 2,757억원, 취업유발 5,852명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은 울산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환경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일”이라며 “오늘의 눈부신 성과가 있기까지 울산시민 모두의 끈질긴 열정과 노력이 있었다”고 평했다.
한편 울산시는 계절을 고려해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 선포식을 10월 중순께 현장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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