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중·단거리 미사일을 감축하는 내용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하자마자 중국을 겨냥해 “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고 싶다”고 밝혔다. 미중 양국 갈등이 무역을 넘어 안보 분야까지 확산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미사일 배치 후보 지역 가운데 하나로 우리나라가 거론되고 있어 미국의 중·단거리 미사일 전력화를 둘러싸고 동북아 긴장은 한층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시아 순방의 일환으로 호주를 방문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이날 지상 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를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렇게 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이것이 “재래식 무기를 얘기하는 것”이라며 “(배치 시점은) 몇 달 내를 선호하지만 이런 일들은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에스퍼 장관은 구체적인 배치 지역은 밝히지 않았다.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은 중국 견제용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수주 내 새로운 종류의 미사일 배치 실험을 시작할 계획”이라며 “새 미사일은 러시아 대신 훨씬 더 강력한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의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이 INF 조약에서 공식 탈퇴한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분명히 어느 시점에 중국도 포함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러시아 양자 간 에 체결된 기존 INF 조약이 중국의 미사일 전력 증강을 막지 못했다는 한계를 강조하면서 중국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부터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에스퍼 장관은 “중국 미사일 보유고의 80% 이상이 INF 사거리(500~5,500km)다. 중국이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장쥔 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미국이 중국을 INF 탈퇴의 명분으로 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항전을 다짐하고 있어, 신(新) INF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미국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를 순순히 두고 볼 확률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미국의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지역으로 언급되는 곳은 미국령인 괌과 일본, 한국으로, 현재로서는 괌에 배치될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로이터는 “미국은 재래식 미사일을 감추기 쉬운 괌 같은 지역에 배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미국의 추가 미사일은 괌에 우선 배치되고 이후 중국과 러시아의 반응을 고려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배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최고 핵 전략가를 지낸 개리 새모어는 “아시아에서 미국이 미사일을 배치하기에 가장 합리적인 나라는 일본과 한국”이라고 지적했다. 에스퍼 장관이 오는 9일 방한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회담이 예정돼 있는 만큼 이 자리에서 미사일 배치 문제가 논의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중국은 물론이고 북한까지 자극하게 된다. 신 센터장은 “북한이 미국의 미사일 배치를 문제 삼아 한반도 지정학적 위기를 점증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송종호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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