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휴가철이다. 휴가를 이미 다녀온 사람도 있고 성수기를 피해 휴가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이제 휴가는 여름철이 되면 누구나 떠나는 일상적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대부분 휴가 하면 일상 탈출, 여유 만끽, 가족 모임 등 좋은 단어와 이미지를 연상한다. 일상을 벗어나 산과 바다에서 가족과 함께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다 보면 행복을 느낀다. 하지만 휴가 하면 뒤따르는 부정적인 단어와 이미지도 있다. 한철 영업이라 해도 터무니없는 바가지요금은 휴가의 기분을 망치게 할 뿐만 아니라 다시 오고 싶은 생각을 지워버린다.
‘쓰레기’는 부정적인 단어와 이미지 중에서 단연 으뜸을 차지한다. 평소 집에서 재활용품과 쓰레기를 구분해 배출한다. 쓰레기는 반드시 종량제 봉투를 구입해 배출하므로 수거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또 올해 1월부터 비닐 봉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영업을 금지하면서 쓰레기 배출량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휴가철이 되면 전국의 바닷가와 계곡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 특히 음주 이후 재활용품과 쓰레기를 분리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치우지 않고 방치해 주위 경관을 해치고, 별도로 인력과 예산을 들여 쓰레기를 수거하게 만든다. 바닷가에서 쓰레기를 버리면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들어 그곳이 사람이 즐겨 찾을 만한 휴양지인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쓰레기장인지 구분이 되지 않기도 한다.
우리는 쓰레기 처리와 관련해서 상반된 두 가지 형태를 보이고 있다. 세계가 주목하고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올림픽과 국제행사의 경우 참여자들은 자신의 쓰레기를 가져갈 뿐만 아니라 혹여 남이 버린 쓰레기도 수거해 세계에 유례가 없는 ‘깨끗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반면 휴가철과 지역 축제 때 참여자들은 모든 곳을 쓰레기장으로 여겨서 쓰레기를 방치해 ‘흉물스러운’ 장면을 연출한다. 두 이미지가 참으로 달라서 무엇이 우리의 참모습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다.
이즈음에 우리는 왜 휴가철이 되면 평소와 달리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전국 휴양지 곳곳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게 될까. 이와 관련해서 ‘중용(中庸)’에 나오는 중화(中和)를 생각해볼 만하다. 중은 사람이 정감의 어느 한쪽으로 움직이지 않는 중심을 지탱하는 측면을, 화는 사람이 정감을 표출할 때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끔 상황에 맞게 드러내는 측면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서 중은 사람이 흥분했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평정을 되찾게 되는데, 이는 사람이 순간적으로 발칵 하더라도 결국 치우치지 않는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점을 가리킨다.
중화 중에서 중심은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없지만 화는 누가 보더라도 어떠하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화가 기뻐할 만큼 기뻐하고 화낼 만큼 화내는 것이라면 불화는 기뻐할 만한데도 화난 듯하거나 지나치게 기뻐해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다. 예컨대 차를 몰다 뒤차가 갑자기 차선 변경을 해서 앞으로 끼어들면 놀라기 마련이다. 이때 놀란 만큼 왜 그러냐고 가볍게 화낼 수 있지만 끼어들어서 앞에 가는 차를 추격해 시비를 건다면 조화를 벗어난 행동이다. 그래서 ‘중용’에서는 “중심과 조화를 유지하면 하늘과 땅이 제자리를 잡고 만물이 모두 자라나게 된다(致中和 치중화, 天地位焉 천지위언, 萬物育焉 만물육언)”고 한다.
재활용품과 쓰레기는 분리돼 각각 제자리에 놓여 있어야 환경오염으로 인해 자연에 피해가 생기지 않고 다른 생물도 생명을 잘 유지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천지위(天地位)와 만물육(萬物育)의 상태다. 그렇지 않으면 휴양지가 쓰레기로 넘쳐나서 작게는 주변 경관이 나빠지고 크게는 생태계가 무너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천지위와 만물육의 반대 상태가 된다. 결국 휴가를 가더라도 평소에 하듯이 감정의 중심과 조화를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쓰레기 대란 또는 쓰레기 섬이 생기게 된다. 아직 우리가 중화를 유지해 천지위와 만물육의 상태를 지키고자 할 수 있지만 상황이 악화되면 종량제 봉투의 구입에 그치지 않고 상품 구입 단계에서 쓰레기 수거의 비용을 부담하는 쓰레기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으로 갈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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