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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인수 유혹 뿌리치고 R&D 매진…반도체 도금액 일본산 대체 눈앞"

[한일 경제전쟁]

■김동현 엠에스씨 회장

"500억 거액 매각 제안 거절한채

수십년 노하우로 소재 개발 올인

삼성전자 테스트하자 먼저 제안

우리 기술로 반드시 성공시킬것"

김동현 엠에스씨 회장이 13일 인천 남동공단 본사 사무실에서 반도체 도금액을 시험하기 위해 마련한 웨이퍼를 들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삼성전자 측에서 우리 회사의 반도체 도금액을 테스트해보고 싶다는 메일이 왔습니다. 7월 초 일본의 수출규제 발표 이후 삼성전자와 해당 사안으로 두 번의 미팅을 가졌고 지금까지 긴밀히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테스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일본산 반도체 도금액을 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겁니다.”

김동현(56) 엠에스씨 회장은 13일 인천 남동공단에 자리한 집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삼성전자에서 우리의 솔더 범프용 주석액(반도체 도금액)을 테스트하고 싶다는 제의가 왔다”며 이렇게 밝혔다.

2005년 설립된 엠에스씨는 도금액과 같은 표면처리 약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다. 직원은 86명에 불과하지만 도금액 중에서도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반도체 도금액을 개발하는 강소기업이다. 부산과 청도에 사무소를 운영하고 경기 화성에 신축 공장을 짓고 있다. 2017년 국무총리 표창장, 올해 5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모범중소기업인 장관상을 받아 대외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도금은 반도체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공정 중 하나다. 특히 도금액 납품업체는 도금액의 성분뿐만 아니라 도금액이 반도체의 성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정확하게 예측해야 한다. 과거 반도체 회로기판을 보면 부품 옆에 납땜 자국을 볼 수 있다. 지금은 납을 사용하지 않고 부품 사이에 도금액을 주입한 뒤 가열해 부착한다. 그만큼 첨단 기술이 요구된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미국 다우케미컬, 일본 이시하라와 같은 글로벌 화학업체로부터 도금액을 수입해왔다. 특히 이시하라는 전 세계 반도체 도금액 시장에서 점유율이 95%에 달한다. 엠에스씨가 삼성전자의 도금액 테스트를 통과한다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도금액 국산화의 길이 처음으로 열리게 된다.

“2014년 반도체 도금액을 개발한 뒤 삼성전자 납품을 두고 다우케미컬과의 경쟁에서 우리가 졌죠.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3대 메이저’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에서 물량을 받아 도금과 패키징(적접회로 보호 공정)을 해 조립하는 반도체 업체들로 방향을 틀었죠. 이들 회사는 웨이퍼(실리콘 기판)를 설계하지 못하기 때문에 삼성이 설계한 웨이퍼를 도급하는 일종의 아웃소싱(위탁)을 해요. 이곳 모두 저희 제품을 승인했죠.”

엠에스씨가 개발한 도금액이 ‘독일산’이 될 수도 있었다. 2016년 독일 도금액 생산업체가 5명으로 이뤄진 반도체팀을 팔라고 김 회장에게 제안했던 것이다.

“연 매출액만도 23조원에 달하는 독일의 메이저급 업체가 반도체 도금액을 만든 저희 반도체팀만 5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어요. 저희가 연 매출 200억원대의 회사인데 경영권을 제외하고 ‘5명팀’만 500억원을 불렀죠. 고민 없이 거절했습니다. 우리 브랜드, 우리 기술력이면 언젠가 해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후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뒤 중국 업체로부터도 거액의 매각 제안이 왔다. “그때 매각을 결정했더라면 지금처럼 삼성전자와의 국산화 논의도 없었을 것”이라며 담담하게 웃어 보였다.



이 같은 결정은 김 회장이 스스로를 ‘사업가’가 아니라 ‘기술자’로 규정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그는 회사 경영을 동생인 김동훈 대표에게 맡기고 연구에만 몰두했다. 한국에서 화학공학 석사, 일본에서 생산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효성생활산업(현 효성)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는 등 수십 년을 소재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2006년에는 제일모직 기술고문까지 역임했다. 현재 한국표면공학회 부회장 겸 한국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물론 엠에스씨의 반도체 도금액 개발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수십억원대 검사 장비를 마련하는 것부터 중소기업으로서는 버거운 일이었다. 반도체 업체들에 도금액 검사를 의뢰하거나 중고 장비를 찾아 나서야 했다. 해외 유수의 경쟁 업체들은 막강한 자금력과 정부의 탄탄한 지원까지 받아가며 엠에스씨를 위협했다.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노광기는 100억~200억원에 달합니다. 부품실장 검사 장비(AOI)는 15억원, 회로기판 위 도금액을 구형으로 만드는 리플로어 장비는 20억원에 달합니다. 도금액에 기포가 발생하는지 살피는 보이드 장비는 40억원이나 합니다. 우리는 이 중에서 꼭 필요한 것만 중고 장비로 사들였어요. 정부 연구기관들도 이런 장비를 갖추지 못해 도움을 받기 힘들었습니다. 중국의 경우 반도체 굴기 선언 이후 업체들에 이런 장비를 지원한다고 하더군요. 더 답답한 것은 장비가 없어 외부에서 검사를 받으면 우리의 원료 공식이 새 나간다는 거예요.”

김 회장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소재·부품·장비를 국산화하겠다고 선언한 데 대해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좀 더 세심한 정책 설계를 조언했고 그동안 대기업이 만든 산업생태계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했다.

“정부가 국산화의 정의를 내려줘야 해요. 불명확하면 대기업도 헷갈릴 겁니다. 도금액에 들어가는 모든 원료를 국산화하는 것은 어렵죠. 일부 원료는 해외에서 들여오더라도 도금액 자체가 국산인지를 따져봐야죠. 대기업은 일단 중소기업 기술을 테스트라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대기업은 한 번 맺은 거래선을 바꾸지 않으려고 해요. 다른 원료를 적용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부담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거겠죠. 그런데 ‘대기업과의 거래 선점’이라는 게 정말 무섭습니다. 한 번 대기업과 거래를 맺은 기업은 납품을 통해 이익을 남겨 제품을 개선합니다. 잘못된 점을 다시 개선하고 새로운 장비를 들여오는 식으로 경쟁업체와 기술 격차를 벌려놓습니다. 중소기업은 그런 기회조차 없는 거죠.”

엠에스씨의 올해 매출액 목표는 360억원이다. 지난해 대비 110억원이나 늘었는데 올해 목표치에는 삼성전자와 납품 계약을 맺을 경우 벌어들일 수 있는 이익을 반영하지 않았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엠에스씨에 예상하지 못한 ‘기회’가 됐다.

“사실 올해 삼성전자에 우리의 도금액을 다시 테스트받으려고 했는데 일본의 수출규제가 불거지면서 삼성전자도 중소기업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려고 합니다. 이번 테스트를 반드시 통과해 반도체 도금액만큼이라도 국산화에 성공하겠습니다.”

/인천=글·사진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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