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다른 국가 간 충돌로 얼룩졌던 주요7개국(G7) 정상회의가 올해 의장을 맡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활약으로 최악을 면했다. 지난해에 이어 공동선언은 불발됐지만 각국 정상들의 이견을 봉합한 약식성명이 채택됐고 미국과 첨예한 갈등을 빚는 이란을 G7 회의에 깜짝 초대해 중동 위기 중재에도 나섰다. 다만 여전히 주요 의제에서는 미국과 G6의 간극을 좁히지 못해 국제사회의 전통적 중재자로서 프랑스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구상이 계속 힘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CNN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유지 노력의 중요성과 홍콩의 자치를 지지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한 쪽짜리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개방되고 공정한 세계 무역과 글로벌 경제의 안정을 위해 G7이 노력하기로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지난해 G7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와 관세장벽을 배격한다는 내용의 공동선언을 승인하지 않는 소동이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진전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의장국인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에 대해 “부정직하고 약해빠졌다”고 비난한 것과 달리 올해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정말 성공적이었다. 진짜 G7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이 엄청난 일을 했다”며 추켜세웠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란 외무장관을 G7 정상회의장에 깜짝 초대해 미국과 이란 간 갈등 중재에도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측과 직접 만나지는 않았지만 “여건이 조성되면 이란 대통령을 만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양국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이란은 미국이 제재를 완화해야 대화에 나서겠다며 정상회담에 선을 긋고 있지만 CNN은 “마크롱 대통령의 이란 해결책은 역사상 가장 까다로운 미국 대통령을 다루는 새로운 기준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G7 정상회의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핵심 의제에서 미국과 나머지 G6 간 분열 구도가 이어졌고 이란 문제를 빼고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아울러 항상 예상을 벗어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따라 얼마든지 상황이 원위치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공으로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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