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는 이란과의 대화 가능성을 연 데 이어 이번에는 금세기 최악의 참사로 꼽히는 예멘내전 종식을 위한 출구 모색에 나선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반군과 직접 협상할 계획으로 알려지면서 4년째로 접어든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가능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통해 오만에서 후티반군과의 휴전협정을 위한 비밀회담을 구상 중이라고 보도했다. 내전 확전 우려 속에 트럼프 정부와 후티반군 사이에 처음으로 의미 있는 대화 채널이 열릴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4년째로 접어든 예멘내전은 정부를 지원하는 사우디 동맹군과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의 대리전 양상을 띠면서 사실상 국제전쟁으로 비화한 상태다. 이란을 견제하는 미국은 사우디 동맹군을 지원해왔다.
다만 사우디의 무자비한 공습으로 국제사회에서 전쟁범죄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미 의회는 예멘내전에서 미국의 개입을 끝낼 것을 요구해왔다. 실제 미 의회는 미군의 사우디 지원 중단 결의안을 제출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거부권을 행사했다.
사우디 동맹군 내부에서 균열이 감지되는 점도 미국이 예멘내전을 종식하려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동맹군의 다른 한 축인 아랍에미리트(UAE)는 6월부터 병력을 빼고 있다. 게다가 이달 초에는 예멘의 임시수도인 아덴과 남부 아브얀·샤브와 등에서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정부군과 UAE 가지원하는 남부 분리주의 세력이 충돌해 사우디와 UAE 간 불화설이 불거졌다.
반면 후티반군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만나 분명한 지지 의사를 받아내는 등 균열 양상을 보이는 사우디 동맹군과 달리 이란과의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후티반군 내부에서도 내전을 계속하려는 세력과 끝내려는 세력이 갈라져 있어 평화협상이 미국의 의도 대로 전개될지는 불확실하다.
한편 유엔에 따르면 예멘 내전이 시작된 2015년 이후 현재까지 9만명이 넘는 예멘인들이 사망했고, 현재 1,000만명 이상의 예멘인들이 굶주림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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